헤럴드 블룸 클래식 - 소장판 헤럴드 블룸 클래식
윌리엄 셰익스피어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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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럴드 블룸 클래식,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한 권의 대단히 큰 책은, 현대 서양문학 비평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영문학자 헤럴드 블룸이 엮은 서양고전문학의 마스터피스 앤솔로지다. 얼마 전 읽었던 이제 그만 울어요점블리 사람들 을 포함, 총 8권으로 발간된 시리즈 도서의 소장본인 셈이다. 소장본이라는 말을 쓸 만큼이나 소설로서는 대단히 큰 판본, 본문만 85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를 자랑한다. 종이질 역시 만져보는 순간 고급스럽다고 생각될 정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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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본 중의 한 권인 이제 그만 울어요와의 크기 비교. 판본 자체나 두께 모두 '나는 소장본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사 실 이미 두 권의 책을 읽었기에 이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 않았다. '뭐, 전에 읽었던 내용 보아하니 그때 그 느낌이겠네'라는 생각이 자꾸 방해를 했달까. 하지만 막상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한 후의 느낌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전 8권으로 된 염가판 중 두 권을 읽었을 때에도 그 작품들의 농축된 재미와 문학성을 맘껏 느꼈지만, 확실히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책 속에 담겨진 한 편, 한 편의 시와 단편소설들. 그 작품 하나하나의 재미와 작품성 물론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들 한 편, 한 편을 읽는 것으로 끝이 아닌 것은 이 책의 제목이 '헤럴드 블룸 클래식'인 이유일거다. 자신이 평생을 걸쳐서 읽어오고 사랑해온 작품들을 엄선해서 사계절로 나누고 그것을 한 권의 책(혹은 한 질의 시리즈)로 묶은 헤럴드 블룸의 서양고전문학 앤솔로지. 전에 읽었던 8권 중 두 권을 통해 어렴풋이 느꼈던 그의 의도가 이 한 권의 두툼한 책을 통해서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물론 염가판이라 해도 8권을 모두 읽게 된다면 같은 느낌을 받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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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판에는 없던 작가들의 초상화나 여러 미술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거 장들의 작품이기에 한 편, 한 편의 작품성이 뛰어나며 재미도 있다. 그리고 현학적이거나 읽기 힘든 작품들은 사실상 거의 없기도 하고. 마음 편하게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짤막짤막한 작품들이 모여있다. 그런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왜 이 작품들은 봄이며, 왜 이 작품들은 겨울인지를.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인식하면서 읽어나가는 재미는, 그저 두서없이 모여있는 '걸작 단편동화집'이나 '걸작 시선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꽤 인상적이었고, 이 두꺼운 책, 수많은 단편소설과 시들을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무리 맛난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리지만, 어떤 테마를 잡고 맛집을 돌아다니면 질리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예시가 좀 저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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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 코난 도일의 작가 소개. 그의 작품은 '소어 다리 사건'이 담겨있다

그 러고보면 참 재미있다. 한 편 한 편의 작품이 가진 매력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연의 순환이 주는 정서적 환기'라는 잣대를 대고 각각을 묶어주는 것으로 추가적인 매력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분명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코난 도일, 모파상.... 등등의 그야말로 거장들의 작품들이기에 그 작업은 더 쉽지 않았을 테고. 헤럴드 블룸이라는 엮은이의 이름값을 넘어서 그의 노력과 심혈이 담겨있기에 더욱 그런 매력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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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비평가스러운 표정(?)을 뿜어내는 그.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는 것. 그것도 자신이 쓴 글이 아닌 엮은 책을 낸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책장에 그 크기에 버금갈만한 무게감을 가진 앤솔로지 한 권을 비치해두는 것.
갑자기 고전이 그리워질 때, 그 계절에 맞는 거장들의 단편소설 한 편, 혹은 시 한 편을 찾아읽는 것.
괜찮은 이야기 한 편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
여러 의미로 값진 책이다.

사족이지만, 사실 '염가'본 8권을 전부 구매하는 것보다 '소장본' 한 권이 훨씬 저렴하다. 뭔가 좀 이상한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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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8-04-0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성실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니 이렇게 예쁜 리뷰를 쓸 수가 있군요.
저도 해럴드 블룸 좋아해요.

광서방 2008-04-02 16:02   좋아요 0 | URL
marine > 과찬이십니다! 특히 이 책 같은 경우 빛이 부족한 데서 찍어서 참 아쉽습니다. 본책에 비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듯 해서요. 그런데 생각의 나무 책들을 무척 좋아하시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