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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서울 시립 박물관, 반 고흐전에서...
지 금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전. 반 고희 단일 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는 전시. 그 덕분에 휴일에 들렀던 서울 시립 미술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우리 나라의 문화 수준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도 솔직히 편안하게 즐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하나인데 말이지. 뭐 '반 고흐'를 싫어한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아예 관심 없으면 몰라도. 그래서 그를 '아트 페어의 흥행보증 수표'라 부르는 걸까. 그리고 그런 만큼 이 시기에 반 고흐 관련 서적들의 출간이 새삼 눈에 띈다. 벌써 나온 책만 해도 다른 작가들보다 더 많아보이지만 역시 시기가 시기니까.
그 런 가운데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놀랐다. '그림책(?)은 이래야 해'라는 느낌이랄까. 훌륭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역시 최대한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 작품의 색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한 고심을 한 느낌이랄까. 판형 자체도 대형 판형, 그리고 인쇄도 굉장히 잘 되어 있는데다 색감이 대단히 좋다. 지금까지 나온 미술 관련 서적 중에서도 월등히 좋은 편이라서 좀 알아보니 아주 까다로운 색분해를 거친 다음 반복되는 컬러 인쇄 뒤에 본문 코팅 과정을 한 번 더 거쳤단다. 이러니까 이런 색감이 나오나보다. 물론 대형판형에 그런 과정을 거친 덕에 가격은 꽤 높은 편. 하지만 분명 그 정도 값은 충분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아몬드꽃'을 실은 표지를 확대해서 찍어봤다. 마치 실제 유화의 덧칠이 느껴지는 듯한 뛰어난 인쇄와 색감은 이 책 전반의 질을 가늠하게 한다
이삭이 가득한 이 그림은 책의 속표지다. 속표지마저도 다른 작품을 이용해 더 감상하기 좋게 해 주는 제작사의 배려가 느껴진달까
전 반적인 책의 내용은 고흐가 쓴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다. 거의 대부분을 동생인 테오에게 보냈는데, 일반적인 서간집과는 조금 다른 것이, 어쩌면 이렇게 편지 한 장 한 장에 수많은 데생들을 남겼는지... 오히려 수많은 작가들의 고흐의 인생에 대한 평론보다 더 와닿는 느낌이다. 단지 서간집이 아니라, 그의 편지를 통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됨과 더불어 관련된 그림들을 함께 실어 그의 정신 세계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느낌이랄까.
<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각 연도마다 그 해의 고흐의 삶과 미술적 업적 등에 대한 평론, 편지 내용에 대한 번역, 편지의 원본, 그리고 관련 작품 으로 이루어진다.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흐의 초기 걸작으로 뽑히는 '감자 먹는 사람들'. 그 작품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갔는지를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니와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그 가 화가로서 불꽃처럼 살아간 것은 고작 15년 남짓. 그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화가로서 그가 이룩한 업적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 그의 그림을 평가할 때 말하는 이른바 천재성이나 광기, 강렬함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15년에 걸친 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편지들을 읽으며 고흐의 생각을, 그리고 그의 영혼을 어렴풋이나마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내가 알던 것보다 해박했고, 또 훨씬 지적이었으며, 천재라기보단 노력가였다. 그리고 공감이 가는 투명한 영혼을 갖고 있었고. 다만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은 분명 느낄 수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 그리고 소울 메이트라고까지 할 수 있을 듯한 동생 테오와의 우애, 그리고 고갱과의 우정과 삶까지. 반 고흐를 좀 더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집에 두고 가끔씩 펼쳐보며 그를 느낄 수 있다면 한번쯤 구매해볼 만한 책이다. 책이라기보단 그의 인생록이랄까. 책을 이미 덮어버린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애절하다.
자 신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려했던 고흐의 이 구절이 참 마음을 울린다. 이런 생각을 가졌기에 그렇게 처절하게 그림을 그려댔겠지. 그리고 이런 또 다른 고흐를 마나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내가 아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또 다른 그를
책의 크기 비교. 대형판본이기에 훨씬 그림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찬조출연에는 '비서처럼 하라'가 수고해주었다
솔직히 들고 다니며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만큼 크고 무거우며 속이 꽉 찬 책. 이 책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을 누빈 한 여성이 다음날 양팔에 알이 뱄다는 후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