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 만에 다 읽었습니다. (2024.8월 ~ 2026.10월)

«사나운 애착»을 읽었지만 «짝없는 여자와 도시»를 먼저 읽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나지 않은 일»은 작가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소설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소설 대부분을 읽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라는 짐작만 합니다.

그럼에도, 죽는 날까지 텍스트를 보면서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 20대에 좋아했던 음악, 영화, 드라마를 여러 번 듣고 보다가 마음에서 멀어진 적이 있습니다. 먼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좋아해서 당시 DVD까지 구매했습니다. 이나영 배우가 연기한 전경 역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보다보니, 고복수와의 사랑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복수의 아버지는 왜 그렇게 여린 사람이었는지, 전경의 아버지는 전경의 엄마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의 딸에게는 왜 그렇게 함부로 했는지 등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고복수와 전경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전개가 와닿지 않게 됐습니다. 7번 이상을 본 영화 <러브레터>도 4, 5번 즈음 볼 때부터, 이게 이렇게 아련하게 그려질 사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의 관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훗카이도의 눈덮인 산에서 외치는 “오겡끼 데스까”가 아름답고 애틋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가요는 토이의 노래들입니다. 유희열씨가 작사 작곡한 곡을 객원 가수들이 불렀고, 공부하면서 배경음악처럼 계속 틀어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아주 여러 번 들었는데요, 그로부터 아주 한참 뒤에, 문득, 토이 노래는 상대 여성을 사랑한다기 보다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한참 하고나서 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상대를 사랑할 수 있겠지만, 나르시시스트 같이 상대를 그토록 사랑하고 못 잊는 내 모습이 노래의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서 꼭 자신 만큼은 책을 좋아하겠지요.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요. 당연히 비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죽기 전에 비비언 고닉 작가가 80대에 느낀 이런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메모하려고 했던 구절을 2024년 8월에 기록해두었네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 아마도 한 십년 혹은 이십년 즈음 후에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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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
존중,
따스함,
친절,
배려,
품위,
...

이런 단어들을 생활하면서 접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선생님과는 따스함, 친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품위와 우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몇몇 사람들 외에는 대화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 언론에서도 이런 단어가 언제 나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살면서 경건함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있음을, 더 숭고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겠지요.

살면서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말은 부드럽게 하는 것 같지만, 이미 결론을 내렸거나 혹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상대에 대한 존중은 어렵겠지요.

따스함과 친절은 이제 꽤 목적을 가진 행위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에겐가 잘 보이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따스함이나 친절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후의로 지금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품위. 어른은 잔소리나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품위가 전달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크게 동요하지 않거나, 젊은 사람들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는 데서 어른의 품위가 느껴지겠지요.

신자유주의는 이런 가치들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어쩌면 굉장히 단조롭게 모든 것을 돈으로 치환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평적‘이라는 것은 ’존중‘의 다른 형태일 텐데, 상대의 경험이나 사고의 폭이나 깊이를 알지 못하면서도, 그냥 맞먹는 게 ’수평적‘이라는 것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기울기를 인식하는 것은 경제력일 때가 많습니다.

따스함과 친절은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따스하고 친절하다면, 제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기도 합니다.

경건, 존중, 따스함, 친절, 그리고 품위는 이제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 ‘배려’를 추가했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새 산문집에서 ‘품위와 배려’라는 문구를 보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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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 소설집에는 시간 여행, 과거와 미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글이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에서 먼저 살다가 어떤 사람에게 후의를 입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때로는 아는 사람들에게도 후의를 입겠지요.

시간 뿐 아니라 사람들과 연관된 우리의 삶에 대해, “울고 있지만 울고 있지만은 않는”이라는 문장이, 그래도 가만히 있지 말고 무엇이든 해봐야겠다는 메시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다음 작품에서 보다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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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에 나올 책이 기다려집니다. 아마도 장편소설이지 않을까하는 “조금 뒤의 세계”를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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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끔찍하다고 말해도 끔찍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다른 걸 보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 하는 일이야. 이 현실에는 현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다른 것에 집중할 때, 너는 네 인생을 바꿀 수 있어. 그 다른 것이 바로 꿈이야. 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어. 알겠니?

- <조금 뒤의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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