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을 각 한 편씩 봤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여서 보려고 합니다. <아수라처럼>은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는데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재구성을 한 것 같습니다. 만화는 2017년에 일본에서 나오기 시작해 2024년 40권으로 완간됐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서가 출간되진 않았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원작 그대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애니메이션을 먼저 봤는데, 일상 요리만화로 일본의 게이샤 문화를 배경으로 합니다. 마이코는 게이샤가 되기 위한 견습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교토에서는 게이샤를 게이코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마이코네 요리사> 정도가 원제인 듯 합니다. 주인공은 마이코로 대뷔하는 스미레가 아니라 요리사 키요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첫 화부터 요리하는 키요와 연습에 매진하는 스미레가 나옵니다. 드라마에서는 키요와 스미레가 할머니가 특별하게 만든 새알심이 들어간 단팥죽을 먹고 집에서 출발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리고 중요한 과정마다 키요와 스미레의 재능 혹은 관심사와 지향을 보여줍니다.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첫 화는, 요리와 짧은 일화로 구성됐는데, 이런 구성에서 전체 등장인물을 먼저 소개하고 인물간 관계를 초기 설정하는 연출은 다음 편을 보고 싶어지게 합니다.
등장인물의 폭도 넓습니다. 16세의 지망생 키요와 스미레 외에 다른 마이코들이 나오고 이들을 교육시키는 두 명의 여성, 합숙소에서 식사를 담당하는 사람, 마이코와 게이샤들의 기모노를 입혀주기 때문에 숙소에 드나드는 게 허용된 사람들이 나옵니다. 나이든 사람들의 쉼터인 바가 나오는데 릴리 프랭키가 바텐더를 맡았습니다. 키요와 스미레가 도착하자마자 직설화법으로 시니컬하게 인사하는 한 살 위 지망생,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는 마이코와 지망생, 게이샤의 사진을 찍는 사람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면서 벌써 탄탄하게 구성이 됐습니다.
특별하게 게이샤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만, 영화 <국보>에서 본 가부키의 한 장면을 게이샤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습니다. 샤미센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사람이 있고, 이를 배경으로 무언의 일인극을 섬세하게 연기하는 게이샤가 잠깐 나오는 장면 등을 보면, 역시 고레에다 감독은 섬세하고 사람 중심으로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일본 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일본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의 16살 게이샤 지망생들을 다룬 드라마에는 마이코와 지망생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어른들까지 탄탄하게 등장하는 걸 보고, 역시 고레에다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이샤와 마이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고레에다 감독이 그린 세상을 아끼면서 끝까지 보려고 합니다.
* <아수라처럼>은 몰아서 봤는데, 확실히 원작인 TV 드라마 전개가 재밌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과 원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인간실격>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해인가, 연말에 몰아보기로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드라마와 영화 감독의 드라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관객으로서는 영화 감독이 만든 드라마를 보는 건 선물 같습니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제목은 같지만 원작은 아닙니다.) 본 방송 때 시청률이 높지 않았는데, 추천합니다. (70분 안팎으로 17화입니다.)
* 드라마 <유나의 거리>도 재밌습니다. 한동안 볼 수 있는 데가 없었는데, 지금 티빙과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6년 4/12일 기준) 김운경 작가가 이 드라마를 쓰기 위해, 콜라텍을 꼼꼼하게 취재해서 썼다고 합니다. 길다고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무려 60분짜리 50화입니다.
* 이번 주도 볼 게 있어 좋습니다.
* 일본의 전통물을 현대를 배경으로 잘 그렸습니다. 지금까지 본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일본적인 소재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단단한 일상이 뒷받침되는 걸 잘 그렸습니다. 마이코, 게이코(게이샤), 신사, 부적 등 모두 일본의 전통이긴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전통 무용을 배워 마이코가 된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제도입니다. 요리사 키요가 행복하니, 세상은 모두 같은 욕구와 욕망을 가진 건 아니라는 걸 얘기합니다. 원작의 시선인지 감독의 시선인지 모르겠습니다. 키요의 할머니가 멀리서 응원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감독이 모든 고등학생 혹은 선택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합니다. (2026.4/19)
*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겠지요? 마이코를 지망하는 16세 소녀들의 삶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등을 볼 수 있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관계와 삶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모른다», «브로커»와 같이 현대 사회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어떤 삶으로 다가가 그 삶을 보여줍니다. (2026.4/20)
*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교토에 있는 스미레가 모모하나로 마이코에 데뷔하는 날, 아오모리에서 키요의 할머니와 켄타가 축하하며 단팥죽을 먹을 때 나누는 대화와 모모코가 입술 화장을 해주며 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즈카의 딸과 바텐더가 나누는 대화, 모모코와 요시노가 나누는 대화도 좋았습니다. 담담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와 각자의 자리를 알고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좋았습니다. 스미레가 키요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어렵게 던진 말에 키요가 답하는 대화, 츠루코마와 키요가 햇살이 들어오는 부엌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 등 약간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보면서 참 따뜻했습니다. 어서 <룩백>과 <상자 속의 양>도 보고 싶습니다. (2026.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