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문정혁 배우가 출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인성 배우나 류승범 배우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가끔은 가수들도 음색을 잘 살리는 곡을 만나지 못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가수에게 알맞은 곡은 가수와 만든 사람 뿐 아니라 두고두고 듣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아주 오래전 <데이지>의 소극장 콘서트에서 가수 김건모씨가 피아노를 치며 불렀던 윤상의 곡 ‘한여름 밤의 꿈’이나 소극장 콘서트에서 가수 김종서씨가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불렀던 레드 제플린의 ‘Babe I‘m gonna leave you now‘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모든 생활은 연결되어 있을 겁니다. 예술을 좋아하지만 창작은 나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즐기면서 지내왔습니다. 감독이나 배우, 어쩌면 가족이나 친구들의 일부 모습 밖에 모르더라도, 어떤 순간이, 장면이, 감정이 나에게 들어오게 되면 나만의 기억이 됩니다. 상대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은 나를 보호할 때나 필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호의를 가장한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킬 때 말입니다. 어쩌면 문득 드는 생각들이 어떤 축적된 시간의 작용으로 떠오르는 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얘기하는 연애 뿐 아니라 모든 것에는 ’운대가 맞아야지‘하는 말이 해당될 겁니다. 주변에서 강요하는 혹은 강조하는 운대와 내 인생의 운대는 다르더라도 어떤 시점, 시기, 때는 무슨 일에나 있을 겁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편히 살아가기 보다 차근차근 의미를 찾고 쌓아가는 일상이 중요할 겁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액션을 고민하고 추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만났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에게서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배우 문정혁이 나오는 우연이 이루어질까요? 류승완 감독이 조명하는 배우 문정혁의 모습과 액션이 어떨까요? 대중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연기에서 배우가 가진 잠재력을 잘 꺼낼 수 있는 감독과 배우의 호흡은 어떨지, 상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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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책들을 만드신 임재철 영화평론가께서 3월 22일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영화를 보기 힘들었던 시절, 다양한 영화들을 국내에 소개하시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시고 책도 많이 내셨습니다.

포르투갈 페드로 코스타 감독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 및 초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베르 브레송, 루이 브뉘엘, 오손 웰즈, 잉마르 베리만, 스즈키 세이준, 우디 알렌의 국내 미개봉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와 재즈 O.S.T,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코미디, 유명한 감독들을 많이 배출한 일본의 로망 포르노 제작시스템 등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영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차승원 배우의 연기에 대해 높게 평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영어책 외에도 일본책과 프랑스어책들도 많이 읽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론서 뿐 아니라 만화, 특히 축구도 엄청 좋아하시는데, 영국에서 귀족 자제를 교육시키는 목적으로 축구를 시켰다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지적으로 재미없는 걸 매우 지루해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무비판적으로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걸 지적하시면서도 새로운 콘텐츠에는 누구보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보셨습니다.

필름포럼과 시네마테크를 운영하실 때,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해외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은 OTT로 쉽게 영화를 보는 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뉴욕의 영화잡지,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등과 영화학자들 등 좋은 글까지 다양하게 많이 소개해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영화와 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홍성남씨를 만나셨을까요? 그곳에서 영화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있을까요? 영화의 매력에 빠져 영화를 알고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경험과 지식을 나누었던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약력:
중앙일보 기자
뉴욕대 영화학과 석사(확인 예정)
필름포럼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
서울 시네마테크 대표
광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한나래 출판사, 이모션 북스 대표

부고:
https://samga.co.kr/obituary/indv/2603220347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50625.html

씨네21 대담 기사 (2001):
임재철, 리처드 포튼, 페드로 코스타

“내가 바란 게 있다면 시네필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좀더 확실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이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패가 확실시되면 아르헨티나로나 이민 갈 생각이다.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웃음)”

https://cine21.com/news/view/?mag_id=6211


* 추가: (3/24)
* 새록새록 재미있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영화 <His Girl Friday>가 재밌었어요. 우아한 복장을 한 주인공들의 코미디 영화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됐습니다. 마스터 키튼 감독의 영화와 두기봉 감독의 <매드 디텍티브>는 홍성남씨가 추천한 건지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건지 가물가물합니다. 또,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에 대해 늘 안 됐다고 여기셨는데, 축구실력이 좋은데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이야기만 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프랑스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에 관한 다큐멘터리에는 지단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직접 카메라를 부착하고 찍었기 때문인데, 당시로서는 참 신선했습니다. 축구선수 지단도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이런저런 기억들이 툭툭 떠오릅니다. 홍성남씨 빈소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래도 자유롭게 영화를 좋아하는 삶을 살았고 무뚝뚝하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고 사람들도 많이 아꼈다는 걸 새삼 떠올렸어요. 오늘도 이런저런 글들을 보니, 같은 느낌입니다. 선생님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영화를 사랑하고 후배들을 잘 챙기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떤 책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여러가지 의견도 주시고, 참고도서도 챙겨주셨는데, 진도가 절반도 못 나갔습니다.

* 이대후문 필름포럼에서 판매하던 도서 중 «백화점의 탄생»과 «돈까스의 탄생»을 산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2000년대라, 지금처럼 이런 주제의 책들이 드물었는데, 뭔가 재밌을 것 같아서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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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마
박중훈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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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설명할 수 있는 걸 밝혀내는 게 과학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걸 표현하는 게 예술이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서 배우와 감독은 참 달랐다.

배우가 감정을 쓰는 ‘힘든 일’을 한다면 감독은 머리를 쓰는 ‘어려운 일’을 한다.
배우가 메시지 전달자라면 감독은 메시지 생산자였다.
둘은 같이 작업하지만,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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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디오 스타»에 나온 <비와 당신>이란 곡도 들으며 이 책을 보고 있습니다.

박중훈 배우는 1990년대, 2000년대 한국 영화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유명한 배우가 진솔하게 써내려간 에세이 입니다. 동 시대를 살아오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고, 우뚝한 자리에서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을 알게 되니 다시 한번 박중훈 배우가 나온 영화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비와 당신>이란 곡이 영화음악이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이 곡을 녹음하기 위해 집중했던 시간들이 OST에 어떤 다른 감정을 전달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AI를 활용하면서 점점 더 많은 정보들을 다루고 똑똑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같지만, 한방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문장과 단어를 내놓기기까지 고심했던 시간들, 연기와 노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예술은 다양한 세상을 다시 일깨워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많은 자료들에서 무난한 결론을 끌어낸다는 건, 내가 놀지 않았다는 걸 수동적으로 증명하려는 걸까요?

연기와 음악과 연주와 공연에 가면, 때론 전시를 보면 어떤 에너지가 전달되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순간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글에 담긴 박중훈 배우의 시간과 열정, 진검승부를 펼친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배우로서든 감독으로서든 다음 영화로 스크린에서 만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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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단순히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그 상황을 믿고 감정을 꺼내서 구현하고 관객들을 설득해야 한다.
극한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야 하는 상황도 많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경우 극단적인 배역을 맡은 배우가 작품을 마친 뒤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한다.
역할에서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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