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해. (...)인간은 직함이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거든.
희한한 일입니다. 오늘 읽고있는 두 책에서 ‘흰죽지참수리’, ‘흰죽지수리‘가 나옵니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였던 책입니다만.
생선 잇몸까지 시려 보이던 날, 몸의 허기로만 설명될 수 없는 굶주림과 허탈감 속에 서 있었을 할머니를 상상했다. 그런 할머니의 고난을 단숨에 알아봤던, 목장갑을 몇겹이나 끼고 겨울 시장에서 일했던 우리 할머니도.
이해했기에 밉지 않았다. 이해하면 미움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 눈길을 받자 나는 내가 그토록 원하지 않던 용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한번 싸워보고 싶은 용기, 그렇게 해서 억울함을 바로잡고 여기 남아서 내가 그토록 원했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욕심. 나는 미래가 욕심나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차가운 실망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