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내면 탐색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그는 모든 성공보다 실패를 우위에 둔다. 실패를 추구하기까지하고, 그 실패 때문에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실패는 언제나 본질적인 것이므로,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 드러내 보여주며, 신이 우리를 보듯이 자신을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공은 우리 안에, 그리고 모든 것 안에 있는 보다 내밀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어떤 책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태어났음의 불편함»이란 제목에 동의해 책장을 펼치니, 단상을 적은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꽤 여러 구절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어느 작가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덕분에 잘 읽고 있다는 인사 전합니다.
표제작인 <선릉 산책>과 <미스터 심플>을 먼저 읽었어요. ‘심플’과 ‘슬픔’이 글자 형태가 가깝다는 걸 <미스터 심플>을 읽으며 알게됐어요. 풋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50대 이전의 작가가 그린 50대와, 50대를 지난 작가가 그린 50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20대 뿐 아니라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모두 많은 변화를 겪으니까요. 사회에서 맡는 역할이 무엇인지도 변합니다.
해가 지나갈수록,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든다.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름을 가진 존재 안으로 추락하기 전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키키 키린»을 몇 년 전에 읽었다고 알려 줍니다. 아마도 올해 읽은 것 같은데요, «키키 키린의 말»을 정말 잘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인터뷰하고 쓴 글로 만든 책입니다. 어쩌다보니 고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알게 돼 <앙>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에서 보는 미묘하게 다른 어머니 혹은 연세있는 어른의 역할은 늘 인상깊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터뷰 상대에 대한 높은 이해와 존경으로 쓴 글로 인해 더더욱 다시 보게 됐습니다. 며칠 전 책더미를 뒤적거리다가 두 권을 같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인접영역으로 옮겨두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