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가장 선선합니다. 집에서 돌아가는 날개의 바람도 제법 시원합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이겠죠? 빗 속에서 본 까치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비를 피해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비를 맞으면 금새 옷이 젖을 만큼 내리고 있었죠. 앞은 잘 보였어요. 갑자기 빗 속에서 까치가 보였습니다. 비를 맞으며 교통 표지판 위로 날아와 앉는데, 걱정이 됐어요. 자그마한 몸집에 비를 맞으면 체온을 빼앗길 텐데 어쩌나, 걱정스러웠습니다. 곧 짧은 통화에 집중하느라 고개를 돌렸고, 통화를 마치고 실내로 들어가려는 순간 바닥에 있는 까치가 보였습니다. 비에 젖어 축축해졌을 바닥에 있는 밥인지 빵인지를 먹느라 온 몸이 다 젖은 까치. 꽤 큼직한 덩어리여서 옆을 조금씩 공략해서 먹다가 갑자기 길 건너편으로 날아갔어요. 남은 덩어리가 꽤 있었구요. 걱정없이 실내로 들어왔다가 곧바로 전화가 걸려와서 다시 통화하러 나갔어요. 아까 그 자리를 보니 까치가 돌아왔고, 곧이어 다른 까치가 한 마리 더 날아와서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었어요.
어쩜 까치는 어리다기 보다 배가 고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 맞는 것보다 허기를 채우는 게 우선인 새를 본다는 것에 놀랐는지도 모릅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밥인지 빵인지를 조금씩 뜯어먹다가... 날아가서 짝을 데리고 온 까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까치를 오래보긴 했지만 ‘까악까악’ 울고 똑똑하다는 것, 까치가 집을 낮게 지으면 그 해에는 태풍이 심하다는 것 정도,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을 먹는 것을 본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까 까치의 특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얼마전 마포 한옥 카페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어요. 2층 야외 자리에 참새 한 마리가 용감하게 날아다녔어요. 사람들이 빵을 먹다가 떨어뜨리는 걸 먹다가 익숙해 진 걸까요? 작은 참새가 왔다갔다하니 사람들이 인심 좋게 빵을 떼어서 줍니다. 그래도 경계를 풀지는 못하고 새는 정해놓은 거리 이상 다가 오지는 않았는데, 빵을 물고 날아가서 어딘가에 놓고 또 오곤 했어요. 그냥 다른 참새들에게 전해주고 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도시의 새들도 빵이 주식이 되어가나 봅니다. 캣맘들은 고양이 사료를 주고, 비둘기들은 곡식 대신 사람들이 게워놓은 걸 먹고 고여있는 빗물을 마십니다. 한강에 모여있는 비둘기들은 윤기가 적고 마른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비둘기가 빵을 먹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먹다가 흘린 부스러기들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겠지요?
도시의 새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두 종류의 새가 빵을 먹는 걸 보면서, 도시의 새들도 빵이 주식이 되어가나보다 생각했어요. 새들에게 빵은 어떤 맛일까? 그냥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일까 혹은 고를 수 있다면 빵을 먹을 것인지?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두 새는 어떤 관계였을까? 혼자 고픈 배를 채우기에 넉넉해서 불러온 것일까? 도시에서 먹이를 나누는 새들을 보니, 또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왜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지. 그것이 과연 생존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