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작품들은(베르테르 이후 겨우 두번째입니다만) 여자들의 대사가 호들갑 떨고 남자들의 대사가 멋있는척해서 우스운 것 빼고는 되게 술술 재밌게 잘 읽힌다. 황야의 이리에서 이리 하리가 괴테 괴테 거리길래 마침 집에 사둔 괴테가 있어서 읽었고 첫번째로 실린 ‘연인의 변덕‘부터 피식대며 읽었다. 300년 전에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어라. 기대했던 사랑 이야기 세편을 연달아 읽고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이피게니에 신화와, 에피메니데스에서 느껴지는 괴테의 노파심을 읽으니 한 권의 책으로 작가를 이해했다 생각하는 건 참 단순하고 바보같은 착각이구나 싶었다.연인의 변덕피장파장스텔라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에피메니데스 이렇게 다섯 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괴테니깐 짤막하나마 각각 코멘트를 달아둬야지. 1연인의 언덕병적인 집착에 연인 아미네를 심하게 구속하는 에리돈을 꾸짖고 본인에게 키스가 나올 상황을 만들어 그 키스를 방패삼아 괴로운 친구 아미네를 곤경에서 구출하는 오지라퍼 신여성 에글레. 읽는 내내 내 인생 최악의 남자이자 최악의 기억 엄ㅅㅔ윤이 떠올라서 웃기기도 짜증이 나기도 했다. 에리돈 빙의되셨어요? 난 너가 평생 불행했으면 좋겠다. 2피장파장철없고 놀기 좋아하는 파티 중독자이자 노름꾼 남편 쥘러가 무도회에 간 사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에 묵은 전남친네 방에서 밀회를 가진 소피. 근데 쥘러는 전남친 돈 훔치러 방에 몰래 숨어 들어간 상태고. 돈은 훔쳤지만 마누라의 밀회는 화가나고! 줄거리 이상하게 요약했다. 호텔주인인 아빠도 웃기고 전남친알체스트도 웃긴데 되게 요약 못하네. 암튼 세상 몇 없는 연극으로 봐야 더 재밌는 이야기의 끝이다. 한 공간 네명의 인물 그 각각의 사정. 제목 잘 지었다.3스텔라사라진 애인을 그리워하는 스텔라. 스텔라의 시중을 들러 온 망한 집의 모녀. 모녀의 아버지는 딸 낳고 사라진 상태지만 엄마는 여전히 일생의 사랑 남편을 그리워하는 중. 스텔라와 남편 잃은 여인은 서로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려는데 알고보니 저 애인과 이 남편이 같은 사람. 뭐 이런 아름다운 막장이... 4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트로이를 정복하려는 아버지의 바람에 순풍을 빌기 위한 제물로 바쳐진 첫째 딸 이피게니에의 이야기. 노잼.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라는데 핵노잼. 5에피메니데스전쟁 중 생겨날 수 있는 잘못된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경고하는 이야기. 제일 참신하고 고전이 이제껏 읽혀오고 앞으로도 읽혀져야하는 이유를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