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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질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예스24에서 직배송중고를 검색했고 그 중에서 새것과 같은 컨디션이라는 `최상`으로 분류된 문학에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어쩌다보니 샀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한 책의 표지를 보니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해서 잘됐다 하고 얼른 읽어봤다.
나에게 종교란 몇년 전까지 전혀 관심 밖의 문제이자 미신이었다. 친가 외가가 모두 독실한 기독교집안이라 애기때부터 지금까지 명절마다 예배를 드리는데도 그냥 나에게 종교 그 중에서도 기독교는 불쾌한 미신이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고전문학을 많이 읽게되고 거기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종교에 관심이 가더라고.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작년 초에 천주교신자인 남자와 연애를 하게되었는데 그의 삶에 종교가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하게 컸고 그를 통해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우습게 만들 수 있는 일일 수 있겠구나 처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깔 땐 까더라도 자세히 그리고 편견없이 공정하게 알고 배운 후 까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그런 목적에서 이 책은 정말 엄청나게 흥미롭고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제 종교를 까는 오만한 말은 조심하기로 했다. 인정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고 왜 종교에 몰두하고 기도를 하고 의지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늦둥이 딸 미시가 연쇄살인마에게 납치 실종되고 사실상 살해되었을 것이라 판단이 되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 하루하루를 자책과 그리움 속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맥의 이야기야. 시간이 지나도 그 슬픔은 줄어들 줄을 모르고 회색빛에 갇힌 나날들 중에 우편함에 파파라는 이름으로 쪽지가 와있어.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짧은 쪽지인데 파파는 아내 낸이 하나님을 부르는 애칭이고 오두막은 딸아이의 피묻은 옷이 발견된 곳이거든. 살인마의 덫이든 못된 주변인의 장난이든 말도 안되지만 하나님의 초대이든 무엇 하나 두렵지 않다며 혼자 오두막으로 가게 돼. 그리고 거기서 사흘간 하나님, 예수님, 성령과 시간을 보내게 돼. 그리고 집요하게 질문하고 대화하며 그가 이해하던 종교와 실제 하나님의 뜻의 거리를 좁혀나가게돼. 그리고 결국엔 하나님이 추구하는 사랑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슬픔에서 벗어나고 범인을 용서할 수 있게 돼.
물론 비과학적이고 신화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진짜 수긍을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어떤 말인지 충분이 이해가 됐다는 것 만으로 무신론자 불신론자인 나에게는 큰 한걸음이 됐다. 여전히 당연히 신이란 건 없다고 믿으나 왜 신을 섬기고 그 안에서 평안을 느끼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비극적인 사건 사고를 겪고 갈피를 잃은 사람에겐 치유와 희망의 수단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는 믿음이라 느꼈다.
또 기독교신자들은 살면서 나같은 무신론자들에게 의도치않은 비아냥과 의심을 들어왔고 그때마다 이해를 시키려 반박하려 참 많은 애를 써왔을터인데 이 책 한권이면 어지간한 질문에 대한 답을 입 뻥긋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 역시 신앙심이라는 절대가치 안에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거다. 조금의 의구심도 없었다고 하더라도 빛같은 무형의 절대자와 마주하고 며칠을 보내는 그 상상은 또 얼마나 달콤할지!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였다. 나 지금 방콕이다.
발췌
˝가끔씩은 당신이 통제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내 의지를 당신에게 강요한다는 건 사랑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진정한 관계는 비록 당신의 선택이 쓸모없고 건전하지 않더라도 순종하는 특징이 있어요.˝
거짓에는 무한한 조합이 있지만 진실의 존재 방식은 하나뿐이다.-장 자크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