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밀레니엄 북스 24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동완 옮김 / 신원문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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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익숙한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으로 흙서점에서 집어왔다. 아마 단편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텐데 펼쳐보지도 않고 그냥 샀네. 난 중고서점에서 유난히 과감한 쇼퍼가 되곤 한다. 저렴한 가격과 지금 안사면 내일 없을 거라는 쫄림 그리고 단골가게에서 꾸준한 소비를 해야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귀여운 여인 / 약혼녀 / 6호실 / 등 불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었다. 민음사 고전문학 시리즈에도 체호프 단편선이 있던데 얼마나 겹치려나. 헉 지금 찾아봤는데 충격적이다. 민음사 단편선엔 10편이 수록돼있는데 한 편도 겹치지 않아. 다른 체호프인가 했는데 같은 체호프야. 뭐지.

처음 세 편을 읽고선 참 고전답게 여자를 수동적이고 어리석고 비일관적이고 감정적으로 묘사해놨다 느꼈다. 모두 여자가 주인공인데 모두 한 캐릭터같이 남자 가슴 투닥투닥 때리며 미워미워! 몰라몰라!하는 느낌. 음...... 싫다. 그래도 하나같이 감정에 충실하고 그래서 모두 성인여성인데도 마치 어린아이같고 보호본능이 들었다. 다섯 편 중 세 편이 이렇다보니 되게 고민없이 지역 아마추어 신문에 스캔들란을 담당하는 이야기꾼이 쓴 글 같았어.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이야 어멋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고 가십거리로 읽겠지만 아무 연고 없는 독자에겐 큰 흥미도 감동도 줄 수 없는 정도의 그냥 무의미한 단편소설. 그러다 마지막 두 편을 읽었는데 체호프가 쓴 시기가 달라졌을는지 몰라도 앞 세 편과 되게 다른 느낌이더라고.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과 허무함, 젊음에 대한 미화가 있어서 나이 들어서 쓴 글인가.. 싶더라고. 그리고 가볍게 끄적여대는 작가는 아닌가보다 느꼈고. 문제는 앞에 가볍게 쓰인(듯 보이는) 소설이 훨씬 작가의 개성을 보인다. 철학적이고 심오할거면 굳이 체호프 것을 읽진 않을 것 같아. 피식피식 웃음나며 어른 동화 읽듯 슥슥 읽어내는 소설을 읽을 때 체호프가 즐기며 썼겠다는 인상을 받았거든.

그나저나 귀여운 여인은 명작이다. 살면서 읽은 단편 중에서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사실 많지 않은데 귀여운 여인은 말그대로 귀여워서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사랑스러워......

다음 책은 (야하다길래 산)헨리 밀러의 북회귀선/남회귀선 입니다. 엄청 두꺼운데 백수 때 아니면 읽기도 힘들고 들고 다니기에도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집에서 읽으려고.

발췌

개개인의 사사로운 생활은 결국 비밀 덕분에 보장되므로, 교양인이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혹은 신경질적으로 사생활의 비밀을 존중하는 것도 아마 일부는 그러한 까닭인 듯했다.-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그녀는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를 껴안고는 제발 화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행복했다.-귀여운 여인

우리에게는 책이 있죠. 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대화와 교제하곤 전혀 다릅니다. 서툰 비유이겠지만, 책은 악보이고 대화는 노래라고 할 수 있겠죠.-6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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