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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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정보 없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깨끗한 책이 있길래 흙서점에서 4000원에 겟. 소설이 아니고 굳이 말하면 앙드레 지드의 자서전인데 스토리랄게 없어서 두께가 조금 버겁게 느껴졌어. 그렇지만 조금만 집중하고 읽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 끊어서 읽었어. 다 읽고나서 발췌를 옮기니 그 때의 감동이 다시 스믈스믈 밀려오는게 아 참 좋은 글 읽었다 싶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앙드레 지드의 조언으로 강압적이지 않고 참 부드러운데 설득력 있어. 아마 어릴적부터 아팠던 탓에 사소한 것에 대한 관찰과 감사가 큰 사람이라 더욱 가르침이 와 닿는 듯해.

발췌를 보면 알겠지만 이 두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기에 허무할 만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1. 자신의 삶을 살라
2. 만물의 존재를 존중하고 감상하고 감탄하라
3. 쾌락을 쫓아라(이론과 규칙을 과감히 무시하라)
4. 현재 매 순간에 충실하라

어투나 강압성이 전혀 다르지만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느꼈던 따뜻한 현자의 목소리를 느꼈어. 그리고 2부 새로운 양식 도입 부분에서 미래에서 이 책을 읽게될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시작을 하는데 그 진심이 느껴져서 울컥하더라. 따뜻한 사람이고 진심으로 모든 것을 알고 만지고 싶어하는 사람이야. 박웅현이 그렇게 강조하던 자연에 집중하고 사물을 관찰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라는 것과도 일맥상통. 인문학은 참 너그럽고 사소하고 사랑스럽다 크흑.

예쁜 문장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소리내서 끙그렸는지 몰라. 심쿵.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고 정신이고 문장이야. 문장과 코드가 안 맞으면 아마 초반에서 포기할 책이지만 맞는다면 인생책 예약이니 발췌보고 당기면 반드시 읽기를 추천합니다.

발췌

˝나의 이 책이 그대로 하여금 이 책 자체보다 그대 자신에게 그리고 그대 자신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가르쳐주기를.˝

`중요한 것`은 그대의 시선 속에 있을 뿐 바라보이는 사물 속에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나타나엘이여,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사람은 오직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행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최대한으로 많은 인간성을 수용할 것,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공식이다.

우리가 일부러 기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 뿐이다. 신을 기다린다는 것은, 나타나엘이여, 그대가 이미 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함을 뜻한다. 신과 행복을 구별하여 생각하지 말고 그대의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모든 감동이 그대에게는 도취가 되어야 한다.

행복의 순간들을 신이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다른 순간들은 신이 아닌 누가 주었다는 말인가. 나타나엘이여, 신과 그대의 행복을 구별하지 말라.

사물들 하나하나는 우리에게가 아니라 그 사물 자체에게 중요한 것이다. 그대의 눈은 바라보이는 사물 바로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모든 형태의 생을 부러워하였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 무엇이든 나도 그것이 하고 싶었다. 그것을 했다는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예외적이고 채울 길 없는 욕구, 나의 삶을 지배한 것은 바로 이것인 듯하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 그 밖에도 또 얼마나 많은가! 우리들의 유일하고 진정한 소유인 사랑, 기대, 그리고 희망으로 마침내 가득 찰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헐벗지 못하는 영혼들.

가장 아름다운 추억도 나에게는 행복의 잔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주 조그만 물방울이라도, 그것이 눈물 한 방울일지라도, 나의 손을 적셔주면 곧 나에게는 더 귀중한 현실이 된다.

내 욕망들은 내가 좀 더 용감하기를 원했다.

쾌락이 나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서 욕망이 그에 응답하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지도 않고 무릎을 꿇고만 있었다.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모든 것은 존재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존재는 기뻐한다. 그 기쁨이 단맛이 들면 그대는 과일이라 부르고 그 기쁨이 노래가 되면 새라고 부른다.

산이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었듯이 나의 사고도 리듬의 법칙에 따른다. 내 완전한 행복의 이미지로, 나는 재창조하는 화가로서 여기에 가장 떨리고 가장 생동하는 색채를 펼친다.

아! 그 누가 나의 정신을 논리의 무거운 쇠사슬에서 해방시켜 줄 것인가? 나의 가장 솔직한 감동도 그것을 표현하려고만 하면 곧 거짓이 되어버린다.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또한 가장 빨리 시든다는 사실을 알라. 그 꽃의 향기를 어서 빨리 허리 굽혀 맡아보라. 영원불멸인 것에는 향기가 없는 법.

지금 나는 나의 과거로 인하여 온통 구속을 받고 있다. 오늘 어느 행동 하나도 어제의 나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돌연하고 덧없고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인 나는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버리고.......

미인이 자기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 보다 더 내가 아름다움에 감탄해 본 적은 없다. 가장 감동적인 선은 가장 체념한 상태의 선이다.

인간의 정신은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확신을 얻은 이래 나는 전혀 확신이 없이도 잘 살아왔다.

적당히 넘어가지 말라. 저마다의 존재 속에는 놀라운 가능성들이 잠재해 있다. 그대의 힘과 그대의 젊음을 굳게 믿어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다짐할 줄 알아야 한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라고.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 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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