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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바람이 분다 (한글판+일본어판)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원작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110
호리 다쓰오 지음, 남혜림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책 리뷰. 북으로 시작해 거의 한 달 동안 찔끔 찔끔 읽던 더클래식의 바람이 분다. 최근에 펼친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앙식`이 상당히 시간과 집중을 필요로 해서 어정뜨게 잡고 있던 바.분 먼저 해치우자 해서 어제 잠든 지우 옆에서 마저 읽었다.
내가 상당히 좋아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와 같은 제목이고 내용을 보니 아픈 여자가 등장하고 남자가 절절한 마음으로 여자를 보살피는 것 정도에서 꽤 비슷한 모습이 있다. 아마 소설에서 어느정도 캐릭터와 애정관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땄을 것이고 거기에 시대적 상황(2차 세계대전)으로 구체성과 영화의 스토리를 만든 것 같아.
오 검색하니 나오네.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자면,
실존 인물인 호리코시 지로를 모델로 그 반생을 그린 작품으로, 호리 다츠오의 소설 《바람이 분다》의 착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영화의 포스터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으며, 2012년에 공표 된 버전은 ˝호리코시 지로와 호리 다츠오에 경의를 표하며˝, 이듬해 발표 된 버전에서는 ˝호리코시 지로와 호리 타츠오에게 경의를 담았다˝라고 기록 되어있다.
이제 소설 이야기 합시다.
우선 굉장히 짧은 소설이고 등장하는 사람은 소설가인 남자주인공과 폐결핵을 앓고있는 약혼녀 세쓰코, 그리고 세쓰코의 아버지 정도일까. 건강 문제로 요양소에서 지내게 된 세쓰코를 따라 곁을 지키며 도시와 떨어져 산 속에서 지내게 돼. 거기서 아팠다 나아졌다를 반복하는 연인과의 생활을 옮긴 소설이야.
일본의 정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정서인지 분명치는 않지만 약간 변태적인 게 있다 생각했어. 아픈데 긍정적인 것에서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야 알지만 아파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극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사랑을 더 크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리고 전체적인 사랑을 느끼는 포인트나 사람에게서 호감을 느끼는 포인트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것이 많아서 아픈 약혼녀를 간호하며 한껏 사랑과 동정을 옮긴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번 `퍽이나`하고 비웃었다.
특별한 듯 아름다운 듯 쓴 책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전혀 아름답지 않아서 중이병 걸린 남자의 미화된 사랑이야기 정도로 느꼈어. 물론 사랑을 이야기하는 건 낭만적이지만 본인 감정에 너무 빠져든 느낌. 여주인공의 아프지만 씩씩해요! 후훗! 컨셉도 읽기 불편했어. 매우 내 스타일 아님. 당분간 일본 문학은 멀리할래.
발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첫 페이지에 나온 이 시구를 보고 와 좋다! 이 소설 좋겠다! 했는데 첫 페이지를 끝으로 그저 그런 이야기와 문장이 이어졌다.
그러한 자신의 희생을 희생이라고 생각하기는 커녕 스스로의 경솔함만을 책망하고 있을 세쓰코의 마음 씀씀이가 사무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우리가 지금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찰나적인 것, 훨씬 변덕스러운 것은 아닐까?
머지않은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다해 애써 쾌활하게, 애써 기품 있게 살고자 했던 연인, 연인의 품에 안긴 채 그저 남겨질 이의 슬픔만을 가슴 아파하며, 스스로는 사뭇 행복하게 죽어 간 여인, 그런 여인의 이미지가 허공에 그린 듯 또렷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