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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영혼의 자서전 하를 읽는 중이었지만 카페나 사무실에서는 도저히 읽히지가 않아서 그건 찔끔씩이라도 집에 혼자 있을 때 읽어내기로 했어. 그리고 회사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등에 읽을 재미난 소설이 필요해서 미뤄두던 1984를 꺼냈어. 1984를 시작하기 바로 전에 현이 블로그에서 1984를 검색해보니 2015년 1월에 리뷰를 남겼더라고. 그걸 보고 `생각보다 되게 늦게 읽었네..?`라 생각했는데 현이 역시도 내가 ˝1984 시작했어.˝ 했더니 ˝너가 이미 읽은 줄 알았는데˝라고 하더라. 이렇듯, 그냥 누구나 다 읽었을범직한(야 이거 대체 뭐냐? `읽었을 법한`과 `읽었음 직한` 섞인거지?) 명작 중의 명작 스테디셀러 중의 스테디셀러 필독서 중의 필독서. 근데 나는 필독서를 28살부터 읽기 시작했으므로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사회, 사상, 디스토피아, 불평등, 음모 따위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꽤 재밌게 읽었어. 그냥 영화보듯 흥미진진하게 읽히더라. 그리고 영화에서 이미 본 것 같은 내용이기도 하고. 현이가 물어봤어. ˝재미는 붙었어?˝ 그래서 ˝응 시작하자마자 붙었어. 고맙게도.˝라고 답했어. 그리고 어제 그 대화가 오늘 갑자기 생각났는데 책을 읽는다 할 때 흥미, 재미, 호기심 등이 `붙는다`고 표현하는게 되게 적절하면서도 레어하더라. 어쨌든 재미가 펼치자마자 붙었고 이틀간 읽었네.
내용 굳이 쓰기가 귀찮다. 1984년 대 런던이 빅브라더라는 놈에 의해 독재 관리되는데 그 관리되는 시민 중 하나인 윈스턴 스미스가 당이 은폐하는 진실에 반감을 갖고 어설프게 반항하다 얻어 터지는 이야기야.
주인공이 무능하고 결국 비극이라 좋았어. 1부 뒷부분에 나오는 선술집에서 만난 무산계급 노동자 노인과의 대화를 보면 윈스턴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진실에 동문서답하는 노인의 대답이 오히려 현명하다 느꼈어. 답정너 윈스턴에게 노인의 대답은 `자네는 내가 곧 다시 젊어졌으면 하고 말하기를 바라는구먼.` 어설프게 반항적이고 어설프게 똘똘해서 피 본 케이스.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갈 것을 여자에 홀려 삶의 의지가 일어나 잠시 독립군을 꿈꿨으나 손톱에 눌린 개미처럼 나약하게 굴복하지.
1, 2부까진 소설의 의도를 이건 마치 교과서처럼 `비주체적 삶에 대한 경고`로 이해했지만 마지막 3부를 읽으면서 비관적이고 무책임하게도 `그냥 사회라는게 이런거고 소시민이라는 것의 능력은 저정도이며 앞으로도 크게 다를 바 없다`로 이해하고 책을 덮었어.
1984를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그놈의 빅브라더가 누구냐. 그게 알고 싶었어. 책 좀 읽는 놈이라면 농담처럼 툭툭 활용하는 빅브라더와 그 지켜보고 있는 눈은 뭐냐. 책 읽기 싫은테 무식 들통나기 싫은 이웃님 및 스쳐 지나가는 비지터를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리를 옮깁니다. 오웰의 빅 브라더는 전체주의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기관이다. 그는 비밀스런 감시를 행하는 유령이고,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불안을 살피는 정신이며, 당신을 고문실이나 수용소로 보내기 위하여 새벽 네 시 정각에 집 문 앞에 서 있는 비밀경찰의 괴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젠 활용법을 배울 시간! 활용1) 남자친구가 내 핸드폰의 카톡과 전화내역을 수시로 감시한다. 그 때 이렇게 말하세요 `아 후달려. 빅 브라더가 따로 없네! 힝!` 활용2) 두 눈 크게 뜨고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본다면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포커페이스 유지해.`라며 책 읽은 티 내기, 상식과 유-머 감각 뽐내기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