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기억이 안나는데 오래 전부터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마침 동동이가 갖고 있길래 2주 전에 빌려 읽다가 다 못 마치고 사이판 갔다가 와서 점심에 마저 읽었어. 마지막 부분 읽고 있는데 동동이한테 전화왔길래 ˝설국 내 스타일 아니네˝ 했더니 그치? 그럴 줄 알았대. 자기 스타일도 아니었대. 뭐냐 너 ㅋㅋㅋㅋㅋ 어쨌든 민음사 한 권 더 읽었다는 기록세우기 같은 뿌듯함과 얇아서 시간 허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로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싫어할 이유까진 없다.여관의 게이샤 고마코와 오랜 기간 썸스럽게 지내고 있는 유부남 시마무라. 고마코는 잠깐 왔다 떠나고 일 년 후에 뜬금없이 와서 다시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마무라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대하고 사랑해. 시마무라는 그냥 호기심이나 귀여운 여동생 보듯 고마코의 구애와 애정표현을 즐기면서도 그 지역에 새로 온 요코라는 신비한 여자에게 눈을 빼았겨. 우선 나는 일본 문학에서 등장하는 일본 여자들특유의 태도와 분위기가 싫다. 다들 왜 이렇게 하녀같지? 직업이나 성격 떠나서 그냥 애초에 남자를 서포트하기 위해 존재하는 동물들처럼. 남자의 관심이나 사랑이 그들 생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조용하고 끊임없고 희생적이야. 고전에서 유난히 심하지만 요즘 영화나 소설을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짓궂은 남자에게 섭섬함에 삐죽대는 꼴이라니. 여자가 본인의 위치를 그렇게 단정하고 애를 쓰니 자연히 일본 남자의 태도는 그 반대, 근거 없는 갑. 엄청 어린 사회초년생을 들었다놨다 하는 유부남 직장 상사같기도. 아 두 쪽 다 되게 비호감.여자 주인공인 고마코라는 애가 맨날 삐죽대고 툴툴대고 혼자 삐쳐선 흥 했다가 달래지도 않았는데 흥!하면서 다시 돌아와 시마무라 품에 안기는 식이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는데 읽으면서 `아 쟤 왜저래...˝ 저런 여자애는 난 친구로도 안 둘 듯. 여자의 직업이 게이샤가 아니었어도 상대 남자가 유부남이면서 고객인 시마무라가 아니었어도 저런 태도로는 누구에게나 `놀 상대`로 밖에 안될 듯. 흥칫핏! 뿡뿡! 왜 저래... 아 오후엔 진짜 일 좀 해야지. 오전은 멍하게 아무 것도 않고 흘려 보냈네. 일도 많은데..발췌˝싫어요, 사람이 죽는 걸 보는 건.˝이 말이 차가운 박정함으로도, 너무나 뜨거운 애정으로도 들리기에 시마무라는 망설였다. ˝그럼 인연이 있으면 다시 봅세.˝ 처녀에게 말을 남기고 기차에서 내렸다. 시마무라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래서 더욱 여자와 헤어지고가는 길임을 실감했다. 두 사람이 그저 합승한 사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남자는 행상인쯤 되리라.˝아니, 괜찮아요. 우린 어딜 가도 일할 수 있으니까.˝너무나 솔직하고 실감 어린 어조는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에겐 몹시 뜻밖이었다.˝정말이에요. 어디서 벌건 다 마찬가지죠. 징징거릴 필요 없어요.˝-뭔가 내가 자주하는 말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어딜 갔었어요? 어딜 갔었어요?˝˝왜 절 데려가지 않았어요?˝˝왜 뒤돌아보지 않았어요?˝-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