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익숙할 참 흔한 명작 `위대한 개츠비`을 몇 번 이나 시도했다가 초반부에서 덮곤 했었어.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하면 조각처럼 아름다운 여자 둘이 대저택에서 비스듬히 누워 도도 떨고 있는 장면 밖에 떠오르는게 없었어. 그러다가 2년 전인가 영화로 보고 으앙? 했어. 영상도 끔찍히 예쁘고. 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말할 것도 없지. 내가 아는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 이제 소설에서 말하는 개츠비의 그 미소 `모든 걸 이해한다는 찬란한 미소`는 이제 상상해낼 수 없는 것이 되었지. 디카프리오가 보여줬으니.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서 더 궁금해졌어. 이렇게 재밌고 어려울 리 없는 소설이, 거기다 두께도 얇은데 왜 안 읽힐까. 심지어 영화 본 후 모든 내용 파악한 후에도 못읽었어. 그러던 중에 김영하 번역본은 술술 읽힌다며 카썸님이 선물해주셔서 사이판 첫 책으로 비행기에서 해변에서 호텔에서 읽고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그것도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쉽고 빠르게 읽었습니다. 읽고보니 완독 못한게 이상스럽지만 그래도 어쨌든 오랜 숙제를 해치운 기분. 기분 조옿아.한 달간의 달콤한 연애 후 파병되어 떨어지게 된 여자를 5년간 마음에 품고 그 여자를 되찾겠다는 목표 하나로 끈덕지게 살고 치밀하게 계획한 사내가 끝내 그 여자를 찾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야닉, 개츠비, 데이지, 조던, 톰이 주 등장인물인데 이 중에서 개츠비의 이웃 닉의 시선으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돼. 그게 되게 영리해. 특별한 캐릭터가 아닌데 되게 군더더기 없어 주관없이 있는 그대로 감정 섞지 않고 전달하는 `심심하지만 믿을만한` 친구한테 듣는 사건들 같거든. 그러면서도 가장 밀착되어 소문을 들을 수 있는 귀와 현장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고 있는 그대로 옮겨주는 입을 가진 인물. 읽는 내내 데이지 부러워 죽는 줄. 영화 속 캐리 멀리건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서 더 쉽게 말투와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 그냥 화려한 외모에 부족함 없이 자란 철딱서니 공주님이잖아. 비록 바람은 피우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부자 남편 있고 집착의 끝을 달리는 훈남 엑스도 있고. 그녀를 위해선 뭐든 하겠다는 자세의 남자들 사이에서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변덕도 부리며 아이같이 사는 예쁜 여자. 기집애. 부럽네.개츠비에 대해선. 그냥 불쌍하긴한데 지 업보 같아. 저걸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진 않아. 그냥 개츠비가 정신병자 아닌가. 나는 지난 연인 못잊어서 힘들어 하거나 끝없이 가슴에 품고 끈덕지게 다시 회상하고 추억하는 사람 잘 이해 못하거든. 오래 가슴에서 못지울수록 깊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모자른 사람이야. 다음 더 나은 사랑을 할 자신이 없는 사람. 그리고 사랑에 빠진 본인의 모습에 빠진 사람. 잡히지 않는 옛 추억을 허우적대며 잡아보려 애쓰는 무모하고 집착이 강한 오히려 정신적으로 위험한 사람으로 보여. 끝끝내 잡고 말았을 때 손바닥을 펴보면 아마 갈망하던 그 모습이 아닐꺼거든. 허무할거야.닉이랑 조던이 훨씬 더 좋다. 병풍같은 커플이지만 거침없고 솔직하고 이기적이고 이성적이야. 반면에 톰과 데이지는 깊이없고 감정적이고 어린아이들같아. 끼리끼리. 근데 내가 궁금한 것은, 어느 부분에서 남자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걸까?1) 인기많은 여자에게 욕심을 내는2) 한 여자를 위해 삶을 송두리 채 바꾸는 3) 다른 남자한테 뺐기는 것 만큼은 못 참는4) 바람피워도 가정은 지키는 마지막으로 김영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지금은 많이 시들해지고 실망도 했지만 대학생 때 내리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어. 근데 이 책에서 보여준 번역가로서의 김영하는 글쎄. 김영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장도 어설프고 되게 많은 부분에서 직독직해한 특유의 느낌이 느껴졌어. 스토리는 술술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괜히 재대로 된 개츠비를 읽진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 시간되면 영문으로 된 것도 살짝 뒤적여보고 싶다. 누가 맞는지.영혼의 자서전 상.하 두 권 있는데 아마 부족할 듯. 생각보다 훨씬 심심한 곳이어서. 그럼 이북으로 달과 6펜스 읽어야징. 놀고 올게요 안뇽.발췌˝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딸이라서 다행이야. 이왕이면 아주 바보가 돼버려라. 이런 세상에선 바보가 되는게 속 편하다. 귀여운 바보.`-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이렇게 번역된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실제 뭐에 가까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로선 외모는 아름답지만 머리는 텅텅 빈 멍청이가 가장 속 편하게 살 수 있다는 해석이 더 좋은데. 게다가 다른 많은 남자들이 데이지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도 그를 흥분시켰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점점 더 가치 있는 존재로 보였다. 구애자들의 고양된 감정이 그녀의 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열렬한 마음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지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남자 심리일까은빛으로 빛나는,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안전하게 오만한 그녀를-부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