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권과 2권 텀이 길어지면서(3주 쯤?)흥미와 집중이 떨어져서 너무 질질 끌어버렸네.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 쌓여만 가는데 중간에 덮긴 싫고 해서 오늘 무조건 다 읽어버리자 하고 읽으니 밤 열두시 반이 되었군요. 대충 슥슥 읽어나가자 했는데 또 막상 슥슥 하려니 재밌어서 제대로 읽었어. 무슨 소리하냐 강현주. 어쨌든 다음주에 하루키 연극 보러가니까 하루키 맛을 오랜만에 상기시킨 것으로도 의미 있었다.

뇌고 과학이고 원리고 세상 제일 알고 싶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는데 이야기 흐름에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원리(실제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둘째치고)를 읽고 있기가 싫어서 그 부분에서 좀 지친 것 같아. 할아버지 너무 말 많아. 후옷호호.

세상 미련 없어보이던 주인공의 마지막 하루가 특별할 것 없지만 떠나기엔 아쉬운 정도의 것이어서 나의 삶에 어느정도 적용을 해보게 되더라. 별 것 아니라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 하루하루들. 오늘은 김장 재료를 다듬고 손 끝에 파냄새를 묻히곤 치맥을 하고 들어와 책을 읽고 리뷰까지 썼습니다. 내일은 김치속을 버무리고 배추에 속을 채워넣고 보쌈을 먹겠지요. 없어도 될 것 같은 날인데 아마 있어도 괜찮을 하루인가봅니다.

다음 책은 뭘 읽지 ㅠㅠ 읽고 싶은게 너무 많다. 너무.

발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반신에 신경을 집중시키려는 노력은 어쩐지 발기하지 않는 페니스를 발기시키려고 하는 노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What a pity..... 이번 생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느낌이구나. 알고 싶다. 다시 태어나서 발기해봐야지.

위스키란 처음에는 그저 바라만보기만 해야 제격인 것이다. 바라보다가 질리면 그제야 마시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자와 똑같다.
-이런 말 하는 하루키는 같잖다. 뭔 말하는거야 진짱.

내 그림자는 문지기가 말한 것처럼 기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다소 야위었고, 눈과 수염이 보기 흉하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인간은 태평하게 있으면 제대로 일을 못하게 되는 법이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요?˝
˝대단한 인생도 아니고, 대단한 두뇌도 아니야.˝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자기가 앞으로도 살아간다는 전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그 전제를 없애버리고 나면 뒤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아주 오랜 옛날에 한 번 일어났던 일 같았다. 벗는 옷과 배경음악과 대사가 조금씩 변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 나는 너무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일들은 지나치게 많이 경험해왔다. 세상에는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인 것이다.
-이 부분 보고 조금 놀랐어. 하루키의 인간 감정에 통달한 듯한 평소의 시니컬하고 별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와 달리 이 부분에선 연민이나 따스함이 느껴져서. 다른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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