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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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야 원하지 않아도 스쳐 들리고 보이는 작가이지만 난 이 책을 `움베르토 에코`의 책인지도 몰랐고 그저 표지와 제목에 홀려서 사게 됐다. 안살 수가 없다. 이미 저 제목에 표지가 이렇게 생겼으면 재밌고 안 재밌고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탈리아 어느 잡지에 움베르토 에코가 몇 년 동안 꾸준히 쓴 칼럼을 모아 출간한 책이야.

목차 봐봐 ㅋㅋㅋㅋ 제목처럼 온갖 것의 방법들인데 그 발상이 너무 기발해서 상황을 먼저 겟한 후 적절하게 재치있는 제목을 붙였을까 제목 먼저 붙이고 그에 맞는 글을 썼을까 순서가 궁금하더라. 아저씨 웃겨. 모든 것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을 것 같아. 남보기엔 피곤한데 저렇게 살아왔고 저러다 죽을 아저씨같아. 모든 순간을 관찰하고 파고 비틀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꽤 오래간 잡고 있었어. 처음 펼치고 몇 개 칼럼을 보고선 `뭐야 뭐야 혼자 잘났네 혼자 잘났어 아주˝ 했어. 좀 재수없더라고. 세상의 보통 사람을 다 바보로 단정짓고 베실베실 웃으면서 놀리는거야. 몇몇 이야기에서 그만 찔려버린 나(보통사람)는 아저씨가 잘난체 한다며 재수없다고 그 빈정거림에 놀아나기 싫다며 책을 안 읽기로 했지요. 근데 이게 칼럼마다 열 페이지가 안돼서 부담이 없고 그냥 또 관심있는 상황이나 공감가는 주제면 가볍게 읽히면서 웃음이 나더라고. 결국 1/3부터 빠져들더니 오늘 점심시간까지 해서 낄낄대며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똑똑한 글쟁이가 작정하고 쓴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곧 읽어보려 합니다. 처음에 아저씨 욕한거 미안.

​움베르토 에코 작품이 어렵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소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전혀 안어려워. 대신에 이태리 문화나 문학이나 유럽 철학자들, 사상 등 고급 상식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걸 빗대며 농담하는 게 되게 많이 나오는데 알아야 웃지. 그래서 어렵다고 하는건가? 별건가. 내가 더 많이 아는 자였으면 더 재밌었을거야. 그게 아쉽다. 왜지 누군가 ˝움베르토 에코 칼럼을 보면서 배꼽이 빠지게 웃었지 뭐야˝ 하면 ˝나는 세상 돌아가는 사건에 대한 이해와 역사 속 분야 불문 지식이 상당하면서 가시 섞인 유머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있는 지식인이라네˝ 하는 느낌이야. 화이트칼라가 좋아할 작가라고 느꼈는데 모르지 또.. 내가 너무 무식해서 사실 평균 지식으로도 웃을 수 있는 정도인지는.

해외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 와인 마시면서 킬킬 거리면서 한 두개씩 읽음 좋을 것 같다. 허세롭지만 난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집중해서 한 권을 다 읽어내기 보단 스도쿠 하듯 잡지 읽듯 한두 개 정도 씩만 머리 식힐 용으로 읽기 좋아서 난생 처음 전자북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종이책은 한 번 덮으면 다시 펼치기가 싫어서. 그리고 조금 읽다 말기엔 무게가 귀찮아서.

번역 아저씨 이세욱님의 정성과 재치도 상당하시던데. 이름 기억해놔야겠다. 미국판 번역자 디스가 웃겼음. 발췌에 옮겨야지.

암튼 이러저러 하였습니다. 커버를 벗긴 것도 상당히 예쁘기 때문에 아래 커버 벗긴 속살 사진까지 올리고 발췌와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입니다. 태풍 리뷰도 기대해 주세요 뿅뿅.

​발췌

바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위에서 말한 일들을 맡고 있는 바보들의 봉급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택시 운전사를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잔돈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그게 바로 택시 운전사이다.

[<맞습니다>라는 말로 대답하지 않는 방법] 전체
-겁나 웃긴데다가 세 페이지밖에 안돼서 전문을 블로그에 옮기고 싶지만. 또 시간도 많아서 옮기는 거 별 일도 아니지만 저렇게 할 짓이 없나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그냥 인덱스 붙여놓고 나 혼자 읽기로. 혹시 읽고 싶은 사람은 내가 잘 찍어서 사진 세장으로 보내줄게.

우리 아이들도 내가 일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애정과 에너지와 자신감을 줌으로써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일에 대해서 보여 준 아이들의 철저하고 초연한 무관심에 감사한다.
-자식들한테도 빈정댄다 ㅋㅋㅋㅋ

희극의 실행 여부가 계급을 가르는 새로운 장벽이 되었다. 즉 옛날에는 마음 놓고 노예를 비웃는 데서 주인임이 인정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마치 노예들만이 주인을 조롱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요즘 세상에는 우리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들을 전달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통충 뜨끔

˝선생님,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선생님께서 혹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자네 벌써 죽을 때가 되어 가는구먼.˝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전체
-위에 말한 지식이 있어야한 웃을 수 있는 부분. 약 100명의 역사 속 인물들의 대답을 상상해서 쓴 유머집st인데 그 중 30% 정도 제대로 알고 웃었나봐. 다 아는 인물들이었으면 이것도 상당한 꿀잼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며 언젠가 더 똑똑해진다면 다시 읽어보기로.

우선 영어판 번역자의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작업 태도 때문에 (우리말을 몰라서 이 글을 읽지 못할 외국의 동료를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이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는 느낌은 들지만) ...... 작가의 의도를 해치면서까지 이탈리아 것을 미국 것으로 선뜻선뜻 갈아치운 영어판 번역자의 태도는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지나친 믿음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했습니다.
-이세​욱님의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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