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월 마지막 날 읽기 시작했어. 집에서 읽고 회사에서 읽다가 오늘 점심시간에 막 마쳤는데. 와..... 여운에 무언가 쓸 마음의 준비가 안된다. 그래서 안썼다. 그리고 지금 다시 사무실에서 쓴다. 지금은 준비됐니? 넨네넨넨네♪

암에 걸린 아내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을 쫓아, 환생했을 지 모르는 아내를 쫓아 / 미얀마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전우를 기리기 위해 / 떨쳐지지 않는 피에로같은 동창생 오쓰를 만나기 위해 / 본인의 목숨을 대신한 구관조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제각각의 사연과 무게를 안고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인도여행길에 올라.

다 읽고 나니 의외로 ˝약속해요...˝하던 부부는 생각나지 않고 오쓰 하나만 뇌리에 박혔다. 오쓰...오오쓰으 이름도 오쓰야. 아 짠해. 목까지 부러졌어. 오쓰가 가장 단단한 사람이야. 똥강아지 같고 어리숙해보이지만. 삶에 중심이 있잖아. 주장에 논리와 영혼이 있고. 또 오쓰의 종교관에 나도 매우 공감해. 오쓰를 통해 난생 처음으로 `신`이라는 존재와 신앙이란 걸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 최근 들어 종교나 신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지만 정확히는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던 거거든(바로 3일 전에는 `신정론`에 관한 책을 읽고싶다 했던 나였음. 아 지금도 읽고 싶구나.). 읽고 난 지금, 나 역시 특정 종교가 아니고 대상이 아니고 `양파` 따위로 지칭할 수 있는 그 무언가라면 그 안에 있고 싶고 기대고 싶어졌어. 잠깐 머물 기분이겠지만 나답지 않게 그 존재 앞에 꽤 경건해진다.

인도에 대한 분위기나 풍경, 문화 ,종교 등이 객관적 정보이지만 애정이 낀 눈으로 표현되는데, 원래도 chaos를 싫어하지만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카오스(케이오스가 맞는 발음이라지)라 아마 평생 인도에 갈 일은 없겠다 싶어. 산초 부부처럼 호들갑 떨며 싫은 게 아니고 오히려 애정어린 눈으로 표현된 인도가 더 와닿고 결국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될 나이지만, 그 공간을 견뎌낼 자신이 전혀 없다. 울면 순간적이고 값싼 동정인데 안 울 자신은 없으니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 멀리서 그냥 지켜만 볼래.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이해하고 종교적 의미를 되새기며 받아들이기에는 way too much인 그 이상한 세계, 공간, 사람.

인도의 어머니 차문다 사진을 찾으려 했는데 네이버엔 ˝차문 다 닫고˝ 따위가 검색되고 구글에서 되는대로 찾아봤는데 책에서 느낀 차문다스러운 이미지는 검색되지 않아서 포기. 사무실에서 CCM 틀어놓으시는 과장님이 하필 차문다 검색 중일 때 내 뒤를 지나갔는데 아마 움찔 하셨을 듯. 나마스테.

두께가 얇은 편은 아닌데 등장인물이나 내용이 산만하지 않고 글도 쉽게 쓰여서 노력없이도 편히 슥슥 빨리 읽혔어. 좋다. 진짜 취미로서의 독서가 가능한 책이야. 군더더기가 없다고 볼 순 절대 없는데 버릴 캐릭터도 없다. 모두가 한 소설 안에서 그저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돼. 영화나 만화로 제작된다 하더라도 여기 등장한 모든 이야기와 모든 등장인물이 그대로 실릴 것 같은. 읽으면서 편안한 이유는 아마 작가가 철저한 조사 후 쓴게 아니고 평소 신 종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고 인도라는 나라와 문화, 인도인의 삶에 애정을 갖고 있었던게 느껴져서 같아. 잘 아는 사람이니까 쥐어짜지 않아도 슬렁슬렁 나오는 이야기. 일부러 편견이 낄까봐 작가 정보는 안 읽어봤는데 다 쓰고 읽어봐야지. 그나저나 이 분 초안 쓰고 그대로 책 내신 듯. 유난히 읽은 부분 또 읽은 것 같이 중복된 감상이나, 이미지, 인용이 많이 보여. 싫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고.

재밌게 잘 읽었다. 다음 책은 오늘 도서관에서 빌리는 두 권 중 하나가 되겠지.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2는 대체 언제.... 오이 샌드위치도 맛없었고 하루키랑 요즘 잘 안맞는다. 다시금 드는 생각은...내가 위대한 게츠비를 못 읽는 인간이어서인가...


발췌

이젠 창피도 쑥스러움도 없었다. 삼십오 년을 함께 산 상대가 내일 세상을 뜰지도 모른다.

˝나......반드시......다시 태어날 거니까, 이 세상 어딘가에, 찾아요......날 찾아요......약속해요, 약속해요.˝
​-문제의 그 문장

한 인간에게서 그가 믿는 신을 버리도록 만들었을 때, 그 관리는 어떤 쾌감을 맛보았을까.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뭔 말인지 백번 앎. 평범함과 정상적인 것이라고 해서 그 지루함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내게 무얼 원하는 걸까, 난......) 그녀는 신혼여행 내내 이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이따금 인생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으로 움직여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결혼 생활이란 그에게, 상호 보살피고 돌봐 주는 남녀의 분업적인 서로 돕기였다. 한지붕 아래 함께 생활하면서 눈에 콩깍지 씌인 기분
이 급속히 소멸되어 버리면, 나중엔 서로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편리한가가 문제로 남는다.
-우리 엄마세요? 근데 나이들면 나도 이거에 끄덕일까 두렵다.

이 등에 얼마만큼의 인간이, 얼마만큼의 인간의 슬픔이 업혀 갠지스 강으로 향했을까.
-난 의외로 이 부분에서 눈물을 흘렸다네. 절박함 속에서 꿋꿋히 반시체를 나르는 요쓰가 보여서. 커피빈에서 개기침하며 눈물 훔치는 여자가 나요.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