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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46
유디트 헤르만 지음, 이용숙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알리스가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보내는 이야기야. 사람 이름으로 에피소드가 구분되어있고 애정이 있든 관계가 있든 역사가 있든간에 되게 덤덤하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말해. 엄청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자 작가 소설 같은 느낌. 되게 에쿠니가오리 느낌. 에쿠니가오리 읽은지 몇 년 됐지만 학교 다닐 때 많이 혹은 줄창 읽었었으니 인상이 비슷하면 실제 비슷한 거 맞겠지? 전체적으로 회색빛, 몽롱, 흐느적흐느적한 느낌이었어. 어릴 땐 그런 느낌이 ˝느낌있다˝고 느꼈던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선 `무성의`하고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네. ˝일기는 일기장에....˝ 이런 느낌.
죽음이 슬프지 않은 건 좋았다. 사건이 아니고 과정이니까.
작가는 유디트 헤르만. 책 빌리고 현이랑 점심에 커피마시러 역삼 가서 둘이 클림트의 `유디트`와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섞은 것 아니냐며..번역한 이용숙이 쓴 거 아니냐며 되도 않는 농담을 했는데 아마 나중에 지나면 이 농담만 기억날 듯. 안웃긴데 그 때 우린 웃겼어.
발췌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계속 혼자 걸으려고 했는데, 아직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빼뚤빼뚤 걸었다. 아이는 걸음마를 배웠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아니면 바로 그 때문에.
글씨체에는 빨리 익숙해져. 글을 쓴 사람보다 글씨체에 훨씬 빨리 친숙해지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 지속성이 리하르트가 숨을 멈추는 바로 그 순간에 끝날 이 방에, 리하르트가 언제 호흡을 멈출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가 아직 숨을 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