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책 중 세번째로 읽은 위험한 관계. (첫번째가 빅 픽쳐였고 두번째가 모멘트) 역시 속도감과 시각화는 탁월한 것 같아. 보통 그런 책들의 단점인 `빨리 즐겁게 읽긴 했는데 별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아` 라는 허무함도 안들고 상당히 재밌고 성의있고 탄탄하다는 게 내 생각. 꼭 영화화될 법한 소설을 잘 쓰는 작가야.
뭐 특히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번역된 소설을 갖고 문체를 운운하긴 뭐하지만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묘사는 예리해. 그래서 어떤 상황인지 장면인지가 굳이 생각을 안해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쉽게 책에 빠져들게 하는 능력이 있어.

평소 꽤 시니컬하다 소리듣던 미국인 기자와 영국 기자가 카이로 홍수 취재를 갔다가 첫눈에 사랑에 빠져 연애 비슷한 어째저째 만남을 하다가 여자가 임신을 해. 결혼을 결심하고 여자는 남자와 함께 살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지.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의지할 데는 남편 뿐인 타지에서 점점 남편과 정서적인 소통이 안된다고 느끼고 출산 후에는 산후 우울증까지 겹쳐져 정서적으로 정말 나약한 상태가 되버려. 약에 의지하고 막말도 서슴치 않고. 무기력증에 아이 하나를 보고 힘겹게 우울증을 차차 이겨내는 데 갑자기 남편에게 뒷통수를 빡

여기까지가 줄거리 중간 정도인데 뒤에는 아주 어마어마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스포라 차마 말 할 수는 없지만 불리하고 힘겨운 싸움이야기야. 나는 당연히 여자를 응원했고 함께 마음 아파했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남자 여자 성 구분을 떠나서 사람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허무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리고 참담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친구와 가족의 응원의 힘을 생각하게 됐고. 이 책은 미국인과 영국인의 정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끝. 현실적인 결혼생활, 성취감 등등 스토리 외에도 그냥 뭔가를 느끼게끔 하는 게 좀 있었어. 무엇보다 2월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라는 것과 엄청 빠른 속도로 읽어재낀거에 대한 즐거운 기분 때문에 이 소설이 꽤나 호감으로 다가온다. 다른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들어주기까지 하다니. 굿잡이야 케네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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