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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양장) - 개정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대성당도 현이 추천.
난 원래 단편은 진짜 피하려고해. 김영하 아닌 이상은.
아무리 재미있게 읽어도 내용들이 쪼개져서 단편소설집 한권으로 뭉쳐지지가 않아 책을 다 읽었을 때의 쾌감이 없어서. 그리고 끝까지 읽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서 적당히 읽다 마는 경우도 많고. 읽어보고싶어졌고 읽었고 역시 난 단편은 나중나중에 시간 너무 없어서 쪼개서 글 읽어야할 때만 선택하는 걸로.
우선 처음 두세편이 엄청 빨리 읽혔어. 그리고 내용 떠나서 문장 호흡이 굉장히 좋더라고. 짧은 문장. 군더더기 없는. 쉽고 자연히 따라갈 수 있는 작가의 시선. 집중 없이도 장면이 잘 떠올라서 출퇴근 때 읽기 딱 좋은 책이었어 나한텐.
현이한테 좋았던 이유는 뭘까? 실제 사랑 많이 받는 작가이고 작품인데 .. 책 커버엔 ˝의심의 여지 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잔자였다.˝_무라카미 하루키 라고도 쓰여있고. 뭐 인스타에서 보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근데 나는 이 책이 묘하게 오싹하더라고. 쳐지고 조금 울적해지기도하고.
현이가 갸우뚱하더라고. 현실적이긴해도 그렇게 우울한 내용은 이니었던 것 같은데? 라고. 근데 나는 더 낭만적인 삶을 살꺼야. 보통의 리얼과는 다른 삶을 살꺼니까 너 역시 다를 바 없을꺼라 말하는 접근이 싫어. 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긴 하겠다. 근데 난 괜찮아요. 노땡큐!
훨씬 더 처절하고 우울하고 슬픈 것도 볼 수 있으면서 왜 비극까진 나오지 않는 정도의 덤덤한 이야기들 모음인 대성당은 못 읽겠는 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돼서 갸우뚱거리다가 약간 알게됐어. 거부반응이 나는 포인트를.
나 홍상수감독 영화 정말 싫어하거든. 여관, 퀴퀴한 냄새, 담배연기. 밥그릇에 붙은 고춧가루(부정적 시선 아니야. 그냥 오늘 내 점심시간 밥그릇처럼). 그게 사실 내 모습일꺼거든? 근데 못보겠어. 그 거울을 굳이 보고싶지 않아. 꾸질꾸질한거 아는데. 너의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인 것 아는데. 그냥... 내 삶엔 낭만이 이상이 환상이 있으면 좋겠어.
리얼리즘에 대한 거부반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또 현실 부정 혹은 도피라고 생각하진 않아. 난 이상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타입같아. 그리고 그게 실제로 날 남과 다르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줄꺼라고 믿어.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만족을 쉽게 하는 편이니 실제 홍상수 영화 속 같더라도 난 그걸 아마 눈치채지 못할꺼야. 이미 기억 속에 미화되고 가슴 속에 곱게 포장됐을테니.
문장이 어찌나 간격하고 군더더기가 없는지 이번엔 한문장의 발췌도 없다. 빠르고 쉽고 흥미로운 여운을 남기는 책인 건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