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본인과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만났고, 친구를 사겼고, 말썽쟁이 친구 때문에 뜬금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더 뜬금없는 사고가 일어나고, 사고의 피의자가 되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건조하고 덤덤한 어조로 전해 듣는다.

문장이 굉장히 짧고. 속도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고. 필요 이상의 감상이 껴있지 않고. 위트도 있고. 공감도 있다.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우선 스토리 떠나서 저 것들로만도 너무 매력적인데 스토리 적당히 흥미롭고 그보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과 감상이 건조하고 개인적이고 논리적이고 무심해서 읽는 내내 주인공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돼. 호감이 더 커질 찰나 소설이 끝나버려서 아쉽기까지 하고. 그 남자와 괜히 동일시 되는 알베르 카뮈의 외모에 더 아쉬워지고.

이 세상이 호들갑 속인 건 항상 불만이었지. 필요이상의 관심. 오지랖. 편견. 말도안되는 잣대. 더 말도 안되는 논리적인척 우기기. 거기서 쟤네 왜 저러는거야!! 제발 나 좀 내버려둬 오버 좀 하지마!! 하는 게 아니고 갸우뚱거리며 음..왜죠? 당신들 왜 그러고있죠? 하는 식의. 보이는 것만 전하는그 태도가 훨씬 더 `보통` 사람과 세상을 우습게 만들어. 보는 내내 같이 비웃게되는 재미.

발췌 시작!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장이 생활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람이란 결코 생활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어떤 생활이든지 다 그게 그거고, 또 이곳에서의 내 생활에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으나 나의 생활을 바꿔야 할 하등의 이유도 찾아낼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봐도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토록 악착스럽게 덤벼드는 것이 나에게는 의외였다. 그에게 나는 다정스럽게, 거의 애정을 기울여,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뉘우치는 일이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해 주고 싶었다. 나는 항상 앞으로 일어날 일, 오늘 일 또는 내일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p.121 나머지는 내 마음으로써 보충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옥의 티. 내 판단이 맞다면 맞춤법 틀리셨습니다. 근데 애초에 마음으로서든 마음으로써 든 이상한 표현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서른 살에 죽든지 예순 살에 죽든지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당신은 그럼 아무 희망도 없이, 죽으면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자 그는 머리를 숙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를 불쌍히 여긴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만 그가 귀찮아지기 시작한다는 느낌뿐이었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내 속에서 그 무엇인가가 툭 터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목이 터지도록 고함치기 시작했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기도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 사후세계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유로 감히 날 불쌍하게 여기고 꼴에 위로까지 하려 든다면. 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뫼르소의 시선과 태도가 좋았던 이유는 나와 닮아서가 아니고 나와 비슷한 논리와 태도를 취하는 와중에 나와는 달리 그 머릿 속에서도 가슴 속에서도 태도와 같은 생각과 주장을 하고 있어서였다. 예로들어 어머니를 직접 모시지 않고 양로원에 보낸 것을 사람들이 비난 할 때에 ˝내가 그 일로 악평받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나에게는 엄마를 돌볼 사람을 둘 만한 돈이 없었으므로 양로원에 넣는 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라고 해. 난 아마 저 상황에서 똑같이 말했을테지만 뫼르소와 달리 1. 이미 악평 받고 있는 걸 알고 있었을테고 2. 내가 잘못한 것은 없으니 말대꾸를 잘해내야한다며 내 논리를 미리 준비해놨을꺼고 3.상황이 닥쳤을 때 떨리는 가슴 안고 애써 포커페이스 유지하며 논리적이고 건조하게 대답하려 노력했을꺼야. 난 가짜 뫼르소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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