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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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이 2016년 1월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일자리 변화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65%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또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작 200만 개의 일자리만 창출되어 결국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또한 우리나라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7년 5월에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취약계층 및 전공별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 국내 일자리 두 개 가운데 하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1)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작년(2017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독일, 덴마크, 호주의 연구진은 공동연구에서 심지어 파리기후협정이 준수되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도 온난화를 막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기술 발달과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빈곤, 불평등, 종교적 및 인종적 갈등, 핵 확산, 독재정치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통적 문제 외에도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보호, 해양 산성화 방지 등 환경문제나 기술발달로 인한 실직 등 전 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새로운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주권국가는 다른 국가나 정부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정통성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이런 인식이 널리 지지받아야 한다"며 국경선 외부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단지 국경선이 그어져 있고 그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용인하기에 세계는 너무나 작고 아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주권적 의무라고 명명했다.2)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및 고립주의(관세 등을 통한 반자유무역 기조, tpp 탈퇴, 파리기후협정 탈퇴 유네스코 탈퇴, 이란 핵협정 파기), 유럽의 반유럽연합적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그리스의 시리자, 프랑스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 영국의 독립당),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국수주의적 바람은 강하게 불고 있다.세계화 과정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산업국의 발전으로 국가 간 불평등은 감소했지만 국가 내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았고 세계화의 이득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특히 고소득 국가들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중하위층은 해당 국가의 고소득층이나 신흥산업국 국민들에 비해 소득 증가가 미진했다.3)이것이 반 세계화 물결이 이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또한 푸틴이나 시진핑 같은 독재자는 물론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인 트럼프나 마크롱마저도 민주주의 체제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린 판사를 비난하고, 인종 갈등을 적극적으로 규탄하지 않고, 비판적인 언론을 모두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마크롱은 의회의 축소와 함께 의회에서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여 비판받았다.기성 정치권을 개혁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사법부나 입법부에 대해 기본적인 존중을 상실하게 되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위태해지지 않을까.

각국은 전 세계적 관점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고, 기존의 자유주의는 신뢰와 지지를 잃어간다.

이렇게 과제는 넘쳐나는데 협력은 요원해지고 기존 질서의 혼란만 과중되는 상황에서 유발 하라리는 미래와 관련된 21 개의 의제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이미 인류의 역사를 다룬 <사피엔스>와 비교적 먼 미래의 이야기까지 담은 <호모 데우스>를 써낸 바 있다.이번 책은 인류 3부작의 완결판이며, 미래를 다루기는 하지만 인류에게 당장 닥친 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호모 데우스와는 차이가 있다.

기술 발달에 대한 비판적 검토 및 경고,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지적 겸손함을 통해 위기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겪는 도덕적 딜레마와 가짜뉴스 논란으로 이는 탈진실 개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실체와 허구를 구분해낼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는 무엇인지 논의한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이고 서양 중세 전쟁사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역사는 물론 기술이나 과학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사회 문제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주제들이다.유발 하라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미래에 대해 꼭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또한 의제마다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소개하고 있다.유발 하라리의 개인적 경험은 물론 비교적 추상적이지만 유발 하라리가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7가지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세분화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에 역사학자가 자신의 학문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제언까지 한 것이 반갑다.또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독선적인 태도가 솔직함이라는 이름 아래 퍽 쉽게 수용되는 상황인데 겸허함을 강조한 것도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미래에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가 아닌 정보의 탐색, 분별, 융합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의미있는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창의성이 중요하다.지난 역사를 달달 암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들을 엮어내고 그 위에서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것이 역사학자의 중요한 소명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1):김혜양, 유재경 외 2인, <4차 산업혁명, 내 자리는 안전한가!>(틔움출판, 2018)
2):리처드 하스, 혼돈의 세계(매일경제신문사, 2017)
3):브랑코 밀라노비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21세기북스, 201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23/0200000000AKR20180323053900009.HTML?input=1195m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07/0200000000AKR20180807044800009.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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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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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선생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야말로 답사의 고전이다.시간적, 금전적 이유로 여행을 많이는 못 가지만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그 책을 읽고 난 후 떠난다.고전이 다 그렇듯 (부끄럽지만) 좋은 책이고 다 읽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아직 반절 조금 넘게밖에 읽지 못했다.청개구리 심리가 있는 것인지 국내 편도 다 못 읽은 주제에(...) 일본 편을 꺼내서 보는 일탈도 저지르곤 했다.

그런데 창비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 산사 편만 모아서 썼다고 하니 아! 싶었다.산사 편이 따로 나왔다고 하니 그때야 유홍준 선생이 유독 산사를 좋아했었구나, 알고 보니 티를 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미뤄왔는데 새로 나온 산사 편부터라고 다시 읽기 시작할까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우리 산사가 등재되었다는 기쁜 소식은 산사 편을 따로 추려내기 충분한 이유인 것 같다.우리 산사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거나 미학적 의미가 풍부한 유물이 있으면 물론이고 없더라도 자연과의 어울림과 편안함을 통해 깊은 감동을 준다.무엇보다 뉴욕 현대미술관 부관장 같은 외국의 예술 전문가로부터도 우리의 건축이 인정받았다는 것, 진입로부터 산사 건축이 시작된다는 것, 지곡서당의 청명 임창순 선생과의 대화에서 백파선사 비에 대한 비밀을 새로이 깨달았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단선적인 역사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었는지, 그리고 책으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직접 가서 보고 들으며(특히 청도 운문사의 새벽 예불은 꼭 "들어야" 한다.) 느끼며 배우는 것이 얼마나 큰지, 내가 존경하는 유홍준 선생이 동료로 여기거나 선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비춰볼 때 우리 나라에 깊은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거대한 규모가 아니더라도, 거창한 역사적 의미가 없더라도 주변 풍경과의 조화, 오밀조밀한 모양새가 마음을 끌 수 있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와 있는, 특히 이 산사 편에 나온 대상들은 그렇다.그동안 그냥 지나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해 피상적으로만 훑어봤던 절들이 새로 보이고 가보고 싶다.현실이 내 바람을 얼마나 허용해줄지 모르겠으나 이제 산사에 대한 애정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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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
서정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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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 박사이자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는 저자가 우리나라 금융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쓴 것이다.한국은행에서 근무했으니 금융권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대가 컸다.

일전에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국회의원 시절의 일로 사퇴한 김기식 원장은 강한 금융개혁론자였다.2012 대선 때도 은산분리는 나름의 큰 이슈였고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여겨지는 발언을 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이처럼 금융 관련 문제는 우리 사회의 큰 이슈다.

저자는 금융의 비효율성으로 예대금리차가 비교적 큰 편이며 시장분할로 은행 외에서의 대출까지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또한 우리나라 금융의 비교대상으로는 유로존이 적절하다고 한다.단순히 문제점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역사적, 지리적 분석까지 해낸다.

은행의 과점, 대출이 잠재성이 아닌 담보 등 안전성에 치중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문제, 시장 분할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대출에서 지나치게 더 큰 부담을 지는 문제, 인터넷 전문 은행이 가지는 소위 메기 효과는 미미할 것,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의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한다.그리고 소규모 은행을 진흥시키며 대출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또한 은행의 업무범위를 확장시키고 규제의 차별성은 해소해야 한다.은행 설립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

책에서는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차근차근 입증하고 있다.다만 많은 자료와 회계/금융 관련 개념 설명 등은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또한 우리나라 은행이 과점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는 납득하기 어렵다.저자의 연구 흐름 소개만 봐도 과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문지리적 환경을 고려한 심층적인 분석과 은행을 도덕적으로 질타하기보다 은행이 시장 유인에 따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말 인상적이다.경제 문제에 대한 역사적 접근은 반갑다.

에세이 치고는 조금 어렵고 부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깊은 고민과 폭넓은 시야로 비교적 검토를 잘 해내서 금융개혁의 과제와 방법론에 대해 잘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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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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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톰 행크스를 좋아한다.사실 정확히는 그의 역할을 좋아한다.톰 행크스의 출연작들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책임감과 헌신에 기반한 역할들을 맡는다.그가 맡은 인물들은 으스대거나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의 길이 아닌 진지하고 올바른 사람들의 길을 간다.


이 책은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은 자상한 부모,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사실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

과거에 대한 추억과 아버지와의 애정 속에서 행복하게 해변을 누리지만 아버지의 새로운 사랑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젊은이

뉴욕이라는 냉랭한 도시에 와서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다행히 따뜻한 (전) 남자 동료를 만나 휴식을 취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같이 그리는 여자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전쟁 등 과거사에 대한 트라우마,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충격, 잘 모르고 불친절한 도시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있다.먼 나라 다른 도시의 모르는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지만 완전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우리나라가 점점 미국을 닮아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 더 와닿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고 여겨지는 타자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저자가 타자기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은 내 마음의 명상록이었다고 생각한다.느리고 낡았지만 그래서 더 천천히 진심을 담아낼 수 있는 물건, 내가 알고있는 진실을 담담하게 써나갈 수 있는 물건.


끊임없는 활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낙관주의, 좋은 남편/좋은 부모, 바쁘게 일하는 사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가진 남자와 이웃에 대한 경계를 이겨내고 다가가는 여자, 개척정신, 차가운 도시에서 겪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비관이나 원망과는 거리가 먼 여자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남자, 이혼 후에도 아이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 낡고 뒤떨어졌다고 해도 영속적인 것을 추구하는 여자와 돈이 아닌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할아버지..내가 해석하는 소설은 이렇다.아마 이런 것들이 저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국인들의 모습이라고 추측된다.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활달했던 시기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고 앞으로 이런 모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일 수도 있겠다.평범한 사람들이 계산 없이 주고받는 호의..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성공적인 연기자가 이렇게 흡인력이 강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글을 쓸 수 있다니..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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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 -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페미니즘 심리학
해리엇 러너 지음, 이명선 옮김 / 부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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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부조리한 상황 적어도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분노를 느낀다.많은 충고가 우리에게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참으라고 말한다.개혁을 두려워하는 사회적 보수주의, 분노를 참는 것이 개인의 미래에 이롭다는 처세 위주의 접근, 어차피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주의 등의 이유로 그럴 것이다.반면 우리 사회에 갈등을 불러일으켜 주목받는 집단들은 분노를 아주 자유롭게 분출한다.분노를 분출하다 못해 증폭시켜 퍼뜨린다.물론 그들 중 상당수도 나름 본인 입장에서 나쁜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지나친 것이 사실이다.일베, 워마드, 메갈 등 성별을 이유로 상대를 증오하는 집단이 그렇다.이 책은 분노를 느꼈을 때 이를 어떻게 현명한 방법으로 풀어내는지를 설명해준다.분노를 무조건 억누르거나 미래를 내 뜻대로 바꾸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 무의미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 모두 경계한다.화가 날 때 내가 정말로 물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분노를 진정한 변화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알려준다.물론 글 잘 쓰는 10가지 방법처럼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법칙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전체적인 관계와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비록 나아지고 있지만, 성적 규정은 계속 존재해왔다.분노는 남자다움에 속해옸다.분노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되어 왔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부자연스러운 조합으로 여져졌다고 볼 수 있다.그러다보니 여성은 분노를 능숙하게 처리하기 힘들었고 여성의 분노는 특히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졌다.아마 둘 사이의 악순환도 있었을 것이다.분노를 참다보니 정작 분노할 일이 아닌 사소한 것에 분노하여 상대로 하여금 여성의 분노를 더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게끔 했을 수도 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대에는 여성이 가족관계 속에 남성보다 더 강하게 속박되었다.아직도 그때의 영향이 남아있어 가정 문제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 헌신적일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아내로서, 딸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강하게 구속받는 것이다.불효녀, 못된 아내, 날라리 엄마로 찍히지 않으려면 자신을 뒤로 물려야 하는 것이다.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나를 내세우기 힘든 분위기가 있다.저자는 남편, 어머니, 아버지, 자식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문제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비혼과 딩크 등이 유행이라곤 하지만 그 이전 세대의 경우 이런 문제들이 아주 강하게 여성의 발목을 잡았다.이에 대해 저자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고착을 깨고 나를 중심으로 균형잡힌 관계를 설정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내 책임을 명확히 하며, 아이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되 과도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등 여러가지 대응방식을 소개하고 있다.아마 이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보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나만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그저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호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내 태도를 확고히 정하고 나를 중심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내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분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관계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자신을 지우는 것은 중단하는 일이 긴요한데 이는 결국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하느냐 여부에 달린 것이다.당장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처럼 선동하고 자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보다 여성들이 가진 전통과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사회를 향해 차근차근 발을 내디뎠던 개척정신을 계속 실천해나가야 한다.

 

성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 단순히 목소리를 키우는 것보다는 서로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이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일텐데 그런 의미에서 여성 뿐만 아니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분노라는 감정을 더 잘 다스리고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저자가 여성이고 페미니즘에 가깝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지 말고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면 배울 것이 많다.

​페미니즘 논란이 한창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글보다는 널리 인정받는 (그 분야의) 고전을 읽어고보 차근차근 접근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봤다.페미니즘, 여성의 입장 외에도 분노라는 감정에 대한 저자의 깊이있는 이해에서 의외로 얻는 것이 많았다.이념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어떤 생각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또한 퀴리 부인이 세상에 두려워할 대상은 없고 단지 이해의 대상만 있다고 했듯이 어떤 대상이건 이해가 가능하다.(이해는 동의 내지는 지지와 동의어가 아니다.)적대, 회피보다는 이해와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분노를 느끼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 할지라도, 분노를 터뜨리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오히려 관계에서 기존의 낡은 규칙과 패턴을 유지시키고 심지어 굳어지게 하도록 돕는다.그리하여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감정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질 때, 우리는 대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헛된 노력을 기울인다.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정작 자신의 힘을 자기 자신을 분명히 하고 변화시키는 일에는 쓰지 못하고 만다."(p.23)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 게임의 목표는, 두 사람의 행동 모두에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실은 악순환임을 안다.늘 한쪽의 행동이 다른 쪽의 행동을 유지시키고 조장하는 일이 되풀이된다.이 악순환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누가 먼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우리가 상대방의 행동을 유지시키고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심지어 상대방에게 97퍼센트의 책임이 있다고 확신해도 자신에게 여전히 3퍼센트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핵심 질문은 '이 악순환 속에서 내 행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이것은 상대방에게 화나는 이유를 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며, 더구나 요즈음의 성 역할이나 성 차별에 잘못이 없다는 말도 아니다.이것은 간단히 말해, 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를 변화시킬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으며, 그렇게 하려고 시도할 때 오히려 상대방의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악순환의 역설이다."(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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