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전지목을 치우는 요령을 요즘에 와서야 좀 터득했다. 낫이나 톱으로 말끔하게 다듬어서 가지런히 정돈한 다발을 끈으로 묶어 꼭대기 산자락 언저리 쌓아두는 것이 가장 표준에 가까운 정석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하다간 썩은 고목에 싹이 움트기를 기다리는 것이 차라리 덜 지루하다. 이 표준방식의 최대난점을 이미 경험한 바 있는 나로서는 절대 이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한마디로, 과정은 무시하고 오직 궁극의 목적에만 포커스를 맞추자는 것이다. 궁극의 목표지점, 그건 바로 전지목을 치우는 일. 오직 치우기만 하면 된다. 치우는 데 있어서 얼마나 가지런히 얼마나 근사하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 난 얼마전부터 틈날때마다 산 언저리의 덤불들을 정돈하고 칡넝쿨로 뒤덮인 자잘한 나무들을 베어내어 그 일대를 거의 평지에 가깝게 터를 닦아놓았다. 말하자면 덥수룩하게 얼굴을 덥고있던 앞머리를 시원하게 올백으로 밀어서 이마를 훤히 드러낸 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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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6-02-11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반복작업의 그 지난함이란!^^ 엄두가 안 나네요. 까라면 까겠지만요. 후후

컨디션 2016-02-12 00:33   좋아요 2 | URL
제 말이 그 말이예요.! 반복작업 없는 노동이란 세상에 없겠지만, 그래도 냉이나 콩나물같은 거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다듬으라고 하면 아마 확미쳐버렷을 거예요.ㅠㅠ 근데 어찌보면 제법 스케일 넘치는 이 기개(?)어린 일이 저의 호르몬에ㅋㅋ 잘 부합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까라면 까야하는` 현실이 저렇게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달리 피할 데가 없구만요. 호르몬을 더 활성화시키는 수밖에 유ㅎㅎ

서니데이 2016-02-11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진짜 부지런하십니다.
단순하지만 분량 많은 일들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그 일이 얼마나 힘든줄 알기 어려울거예요. 사진이 길처럼 보이는 것을 보니, 그 사이 참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월에 많이 추울 때도 나가서 일하셨을 생각도 나고요.
정말 대단하세요.^^

컨디션 2016-02-12 00:42   좋아요 2 | URL
이런 칭찬 들을려고 사진 올린 건 아닌데,가 아니라 내심 그런 속셈?이 있엇다고 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직도 더디고 서툴고 영 시원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동네 지나다니시는 어르신들이 말하기를, 매우 신기하고 기특한 아지매(?)가 참 일도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다는... ㅎㅎ

서니데이님, 걱정해주시고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좋겠다..

허준호?  아니 뮈더라.. 암튼 그 감독ㅇㅣ 만든 영화 행복을 보고 싶다. 행복. 정말 가장 과감한, 가감없이 과감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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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0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2-10 01:49   좋아요 2 | URL
울적한 건 맞지만, 어디 안울적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쉬운 일인가요. 안그런 척 또는 안그럴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나마 웃는 날도 있는 거지요.;;

컨디션 2016-02-11 01:55   좋아요 1 | URL
명절연휴 끄트머리다보니 괜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명절에 대해 대단히 큰 의미부여를 안하는 편이라서요.. 어쩌면 저로선 종가집 같은 그런 류의 뻑적지근한 기득권을 상실한 부류들이 느끼는 모종의 박탈감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구요..세상은, 정말 세상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섣부른 위로든 진심어린 위로든, 위로는 위로일 뿐. 아무려나 윤도현의 사랑two를 몇번이고 들으면서 님의 댓글을 생각하기도 했던 날이었어요.

2016-02-10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6-02-10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준호는 액션배우고, 허진호. 저도 예전에 `행복`의 남자주인공을 보면서, 저자는 내 미래구나 생각했는데요, 전 등산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조낸 건강한 듯요. 컨디션 님, 파이팅하시길요!

컨디션 2016-02-11 02:10   좋아요 1 | URL
아,허진호. 진호..로군요. 술이 깨고 뒤늦게 알아채긴 햇는데 만사 귀찮아서 내비둿더랫어요. 저는 행복,을보면서 행복에 대해 아주 잘 영화적으로 허진호답게 구현했구나. 그 정도 만족감은 있었어요. 멜로치곤 지루하지 않았으니까요.

한수철님의 그 감정이잎에 저도 특정부분 공감하는 바여서.. 암튼 조낸 .. 음주생활도 뜻하신 바 건강하게, 등산이 만사형통이라는 진리를 설파하시옵길~^^

서니데이 2016-02-1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연휴 끝나고 마음이 갑자기 많이 바빠지는 그런 날이었어요.
오늘도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컨디션 2016-02-11 21:16   좋아요 2 | URL
연휴 끝나서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명절이다 뭐다 연휴내내 술 마실 핑계와 안주까지 있다보니 상태가 영 좋질 않네요. 심기일전 해서 다시 리듬을 찾아야겠어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2016-02-11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이 생지옥이라는 사실을, (지금 이 나라가, 라고 대놓고 말해야 하는데) 나는 왜 느끼지도 못하는가. 생지옥? 그래 생지옥. 하지만 요즘은 헬조선이라고들 하지. 이민을 담보한 헬조선. 다분해. 이건 또 얼마나 럭셔리한가 몰라. 술주정이라 미안합니다. 사과할 이유가 없는데 난 왜 사과하고 난리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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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구동에 발이 묶인 오늘. 다들 조용. 잠잠. 패밀리의 침묵. 점수가 이게.. 학교생활을 어어떠허케한거냐. 시무록한 2월. 고담이마저 눈치. 빠듯한 여름. 가을날의 월세. 대신 입영통지서란 말이죠? 물반고기반이던 봄날은 있었던가. 걱정반근심반의 힘으로 살아지는 날들. 개나리반진달래반 피어나는 봄날이 코앞인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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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2-09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까진 좋았는데. 저렇게 닭발에 맥주도 마셨는데. 역시 옛어른들 말씀이 맞아.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2016-02-09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2-09 21:46   좋아요 2 | URL
성적은 진작 부모로서 확인햇어야 했는데.. 이정도 성적을 받을줄을..어제야 알았던거구요.. 그러니까 기숙사 신청햇는데 아마 성적부진으로 안된것 같다고 하길래 그제야 알게 된거죠. 암튼 사소한 가정사일 뿐입고요^^

댓글에서 셀프했듯이 닭발, 뼈없는, 입니다요^^

별로 안힘들었어요^^ 그저 식구들 맛난 거 해먹(이)느라 그게 좀,^^

네~^^ 연휴 마지막날이나 다름없는 날이니만큼 최대한 즐겁게 보내고 있어욤^^
 

기면증을 동반한 독서. 단편 두개. 현대문학 교수 350명. 350명? 많은 건가 적은 건가. 현대문학은 또 어떻고. 게다가 교수. 한국현대소설학회라는 것도 있구나. 모임은 할까. 회비도 걷을까. 뒤풀이도 하려나. 정기간행물도? 성실근면하게 규칙적인 집필생활을 하는 작가가 있다. 고 치자. 반면 그 작가의 작품은 인간말종 허접쓰레기 허랑방탕 사회부적응 엽기의 끝판 막장오브막장 개막장. 아니 그 작품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작품의 소재나 다루는 내용이 그랬을 때. 난 좀 그렇다.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혼연일체 따위가 아니다. 그냥 문장이 휘두르는 온갖 도구에 대한 선망과 경탄과 경외 같은 걸 들여다 보고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난 좀 그렇다. 생각하고 싶다. 참기름도 필요하고 만두피도 더 사야하고 숙주랑 당면도. 겨울공기도 얼마 안남았구나. 슈퍼 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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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9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