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존 도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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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읽으면서 종교가 원인이 된 잔혹한 학살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근거가 되어야 할 종교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이와 관련된 내용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폭력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고전에 대한 분석'입니다. 역사서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학작품 속에 제노사이드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를 다루면서 그 잔혹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인류의 역사서나 문학작품을 다루기에 앞서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 결과를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래 하나였다가 둘로 나뉘어진 침팬지 집단이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 어느 한 집단이 다른 한 집단을 공격해 동족을 살해하고 그 지역에서 축출하는 광경을 목격한 제인 구달은 그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인류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동종포식과 잔학행위에 있어서도 인간과 침팬지가 별 차이가 없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노사이드와 관련하여 인류과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옮겨가는 가운데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옮겨 가면서 생겨난 심각한 문제들(영양실조, 전염병, 남녀불평등 등)은 물론이고, 제노사이드 현상의 심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렵이나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농경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한 곳에 거주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농업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농경지를 확장하는 가운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기존의 원주민을 살해하고 축출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련이나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농경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서론적인 논의를 거쳐 역사서와 문학작품에 나타난 제노사이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성경의 여호수아서와 사사기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여호수아에서는 대규모의 민족 이동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적 제노사이드를 , 사사기에서는 학살에서 살아남은 민족을 자민족에 동화시키기 위해 문화를 말살하는 차원의 제노사이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출애굽기에 나타난 제노사이드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어 가는 과정'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벌이고 있는 일들 역시 제노사이드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와 사사기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은 주장이지만, 기독교 신앙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타당성이 충분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외에도 다양한 고전에 수록된 제노사이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인류의 폭력성과 그 폭력성이 현실화되어 나타난 인류의 잔혹한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류의 폭력성에 대해 간디가 보여준 비폭력 사상이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했던 간디라는 인물도 폭력의 희생자로서 죽어갔던 것을 보면 과연 간디의 비폭력 사상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종교를 통한 교화 역시 신뢰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간디를 살해한 사람이 열성적인 힌두교도였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좇는 기독교에 의해 벌어진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보아도 그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인류는 폭력성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인류의 폭력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높여 제노사이드에 반대함으로써 폭력성으로 야기되는 인류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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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직한가 - 법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윤리는 해야 할 일을 말해준다
낸 드마스 지음, 정경한 옮김 / Mid(엠아이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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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실력만 있으면 인정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실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실력보다도 인성을 더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학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 등의 제도를 통해 인성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또 입사시험에서도 합숙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진급에도 인성 평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직장에서 어떻게 윤리적으로 행동할 것인지, 또한 자신이 몸담은 직장을 어떻게 윤리적인 직장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내용의 책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윤리경영 리더들이 추천하는 책'이라는 북카피를 보고서 직장내의 윤리의식과 관련된 내용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정직한가'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또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은 옳은 일이고, 저것은 그른 일이다'라는 식의 지루한 이야기를 상상하면 곤란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 대부분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 보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만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뒷담화(가쉽)라던가 사내연애에 대한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해 상당히 공감이 가는 기준들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례들과 자신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진 긍정적 결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을 통해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용기를 내어 비윤리적인 문제에 맞서 싸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코 후회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내부고발과 같은 심각한 문제의 경우에 는 많은 고민과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종류의 문제를 처리할 때에 반드시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만한 내용들을 세세한 부분까지도 자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연필이나 복사지와 같은 사무실 용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2002년 이후에 생산된 복사기에는 대부분 하드 드라이브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조그만 개척교회를 섬기면서 혼자 목회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 책에서 전제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 실제적으로 적용이 가능했던 내용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 오너나 직장인들이라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적용해 볼 만한 내용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윤리 문제에 대한 적절한 기준과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경우에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사소한 윤리 문제로도 소송을 거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데, 우리나라도 점차 이런 문제로 인한 소송이 빈번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기업 오너나 직장인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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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원의 엄마는 전략가 : 고등편 - 중3부터 준비하는 명문대 입학 로드맵 (2013학년 대입 분석, 완전개정판)
민성원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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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인데, 벌써부터 대학입시가 피부에 와 닿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다니던 학원 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나서부터 더 더욱 그런 느낌이 듭니다. 파주 인구가 40만명이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파주 전체에서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2-3명,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100여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울에 비해 파주에 있는 고등학교들의 수준이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있는 도시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일 것입니다만 그래도 수도권에 속해 있는 도시인데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면담을 통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저 또한 아이를 위해 대학입시에 관한 정보를 부지런히 모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 저런 이유로 얼마 전부터 대학입시에 관련된 도서들을 한 두 권씩 읽어가고 있는데, 그러한 책들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니 수시모집이니 하는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가 대학진학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꽤나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학입시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6, 그것도 각 학교별로 어떤 변화의 추이를 겪어 왔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명문대 입학 로드맵'이라는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입학에 관한 정보들이 별도의 챕터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꼭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의미있는 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모든 대입준비생들이 공통적으로, 그리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커싱이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맞추어져 있을 뿐입니다. 특히 저자는 명문대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공인영어성적취득을 준비해야만 하고, 수학은 반드시 선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수학 선행을 한 학기 정도만 앞서 준비해도 될 것 같은데, 학원 원장선생님의 말도 그렇고 저자의 말도 그렇고 그것 가지고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심화까지 들어갈 능력이 안 되는데도 무조건 진도만 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감당이 된다고 한다면 빠른 선행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수시를 준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수시의 비율이 굉장히 높아져서 정시보다 수시를 통해 뽑는 학생들이 더 많아진 상황 가운데에서 수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고등학교 1학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을 빨리 결정해야 그와 같은 준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가능한한 빨리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 내신, 수능, 논술, 비교과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소개가 마음에 와 닿았는데, 특히 논술이나 비교과에 대해서는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더욱 소중한 정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외에 과목별 공부방법과 좋은 교재에 대한 소개도 유용한 정보라고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책에 표시를 해 가면서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확인해 보니 굉장히 많은 내용들에 표시를 했더군요. 그만큼 잘 몰랐던 내용들이 많았던 게지요.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우리 아이도 한 번 저자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컨설팅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능검사를 비롯해서 학습유형검사, 학습습관검사, 진로흥미검사, 진로발달 검사, 집중력 검사 등의 검사도 받아보게 해 주고 싶고, 또 1:1 로드맵 컨설팅도 받아보게 해 주고 싶고, 공부원리 학습캠프도 보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전문가 그룹을 통해서 아이에게 딱 맞는 로드맵을 짜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입준비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누구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분들이라면 저와 마찬가지로 컨설팅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힘들여 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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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신들의 세상 - 내 삶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희망 찾기
팀 켈러 지음, 이미정 옮김 / 베가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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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우상숭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우상숭배'란 신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 절을 하던 과거의 우상숭배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 내재된 욕구에 굴복해 살아가는 현대의 우상숭배를 의미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는 '거짓 신들'이 바로 '우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무엇이 우상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보고서 마음속 저 깊은 데서부터 '내가 저것만 가질 수 있다면 내 인생에도 의미가 있다고 느낄 것이고, 나도 가치가 있음을 알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존심도 생기고 안전한 느낌도 가질텐데...'라고 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당신의 우상이다(26쪽)." 이 문장을 읽으면서 우상에 대해 이렇게 정확하게 설명한 문장이 또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내가 저것만 가질 수 있다면"이라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구절을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만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이라고 바꾸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 뒤에 이어지는 구절들도 "정말 행복할텐데"라는 한 구절로 모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붙들고 있는, 또는 목을 매고 있는 우상이 무엇인지 분명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아브라함이 자신에게 우상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을 우상으로 만들지 않고 내려 놓았던 하나의 사건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우상이 될 수 있었던 존재는 바로 그의 아들 이삭이었는데, 하나님께서 그를 번제로 바치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이 그 명령에 순순히 따르기로 결단함으로써 이삭을 우상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삭이 우상이 될 수 있었느냐에 대해 설명하기를 그것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희망, 가족들의 희망이 바로 이삭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이삭에 대해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만 저자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시각을 통해서 자식에 대한 기대,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 때문에 부모들이 자식들을 우상으로 만들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과 아브라함이 처했던 상황이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에 뒤이어 저자는 우상으로 역사하기 쉬운 다섯 가지의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섯 가지 요소는 바로 사랑과 돈과 성공과 권력과 문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인물을 예로 들어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야곱과 라헬과 레아를, 돈은 세리장 삭개오를, 성공은 나아만 장군을, 권력은 느부갓네살 왕을, 문화는 요나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사랑의 우상과 문화의 우상에 관한 예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라헬을 향한 야곱의 사랑이 참으로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습니다. 많은 목사님들도 라헬에 대한 야곱의 사랑을 순수한 사랑으로 설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야곱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중독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자의 지적이 참으로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나가 가지고 있었던 민족적 자긍심과 앗수르에 대한 증오심을 우상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요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우상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나아만을 연결해서 설명한 것이 조금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혀 뜽금없다거나 마음에 거슬리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야곱과 하나님의 씨름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논리적인 해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원론적인 주장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참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또한 하나님을 참으로 경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식으로 깨닫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함께 모여 예배하고, 하나님을 묵상하는(역자가 이 단어를 명상이라 번역한 것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것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지식을 실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영적 수양(기독교에서 보통 영성수련이라고 표현하는 말을 역자가 잘못 번역한 듯 싶습니다)이라고 표현하면서, 이것도 경배의 한 형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보면서 래리 크랩이 "다른 것에 대한 중독에서 벗어나서 하나님께만 중독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과 동일한 맥락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상숭배를 일종의 중독이라고도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결론에 앞서 설명한 내용이 결론보다 더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경배는 즐거움에 넘쳐야 하고 기도에는 하나님의 실체가 생생하게 느껴져야 한다. 예수는 당신의 상상 속에서 당신의 우상보다 훨씬 아름답고, 당신의 마음 속에서 당신의 우상보다 훨씬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로써 거짓 신들이 하나님으로 대체된다. 우상을 뿌리 뽑아도 그 자리에 하나님의 사랑을 심지 않으면 우상은 다시 자라난다." 그런데 여기에 이어지는 내용이 굉장히 의미심장했습니다.


"기쁨과 회개는 항상 함께 가야 한다. 기쁨 없는 회개는 절망을 낳는다. 회개 없는 기쁨은 피상적이며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일시적인 감화만 낳는다. 실제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예수의 희생적인 사랑에 기뻐할 때 진정으로 우리의 죄를 깨닫는다. 어떤 결과가 닥칠지 두려워서 회개할 때는 우리의 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가엽게 여긴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회개는 사실상 자기 연민이다. 두려워서 회개한다면 죄 그 자체를 미워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죄악의 매혹적인 힘도 사라지지 않는다. 죄악을 억제하는 법만 배운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죄악에서 구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알고서 하나님의 고난을 감내한 희생적인 사랑에 기뻐할 때는 죄 그 자체를 미워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내했는지 알고 있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장 확신할 때는 우리의 죄가 얼마나 사악한지를 깨달을 때다. 두려워서 회개하면 우리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반면 기쁨에 젖어 회개하면 죄를 미워하게 된다(226쪽)."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이라 분량이 많음에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상을 떠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이 부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방법은 아는데 실천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습니다. 이제 지식이 아니라 실체를 통해 변화를 경험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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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2013-01-0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13년 새해에 참 좋은 글을 읽습니다.
순식간에 책 두권(예수평전과 이책)을 읽는 듯 하여 기쁩니다.
깔끔한 요약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이 책을 읽는 듯한
저자의 감동을 그대로 저에게 전달 받는 느낌이 와 닿습니다.
금년에 첫 묵상 주제는 마태 5:1-16, 특별히 16절의 "이 같이" 라는 말씀과
그 뒤를 잇는 "착한 행실"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8복은 예수님의 삶의 지표 였습니다. 물론 제자들 뿐만 아니라
지금 나에게 선명하게 가르치는 가치(똑바로 살자)의 우선순위를 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이되는 지혜의 말씀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1절로 15절까지는 머리 속에 담겨진 것이고
16절의 "착한 행실"이 곧 귀하의 마지막 문장과 일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지식이 아니라 실체를 통해 변화를 경험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벽두에, 좋은 묵상을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셔서....
^^

미라남편 2013-01-03 13:21   좋아요 0 | URL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서평을 꼼꼼히 읽어 주신 것도요.
제 블로그가 네이버에 있습니다. http://kjhmr.blog.me/
그쪽으로도 방문해 주셔서 귀한 만남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기쁘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래요. ^^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 사이의 딜레마
박상표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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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현대의 가축사육방식과 가축사료생산방식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은 것이라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동물사육이라기보다 동물학대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은 공장식 축산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소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돼지의 살을 찌우기 위해, 닭이 산란을 잘 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비인간적인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좁은 면적에 가축들을 쑤셔 넣고 키우는 가운데 비위생적인 환경과 극도의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 저하로 인해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한 나머지 인간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내용들을 다양한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었는데, 수치로 나타난 상황을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에서 제 마음 속에 가장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바로 '카길'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카길'에서 판매한 쇠고기 분쇄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 한 젊은 여성이 끝내 완치되지 못하고 반신불수가 된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를 도축하고 남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판매하는 과정에서 온갖 오염물질이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인데, 여전히 그러한 관행을 고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극심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길'이 유태인이 사주로 있는 회사라던데, 하나님이 두렵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방인들을 지옥의 땔깜으로 보는 그들의 신학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들이 질병에 걸려 죽건 말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한 그들의 태도는 참으로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햄버거는 사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쇄육 구입도 마찬가지구요.


그나마 얼마 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눈을 뜨기 시작함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에서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는 유럽에 비할 때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에서 고기를 구입하려면 뉴질랜드나 호주산을 구입하던가 아니면 유럽에서 수입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국산이나 미국산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대형마트에 가서 거대 기업에서 공급하는 믿을 수 없는 먹거리를 구입하기보다는 동네 슈퍼나 생협을 통해 조금 더 안전한 먹거리를 구입해 먹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비위생적인 도축장을 모든 생산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저자의 권면에 따르는 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오염이 심해져 가는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좀 더 건강하게 살고자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진짜로 안전한 먹거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안타깝고 답답할 뿐입니다. 고기 먹는 것을 줄이고 텃밭에서 채소라도 직접 키워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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