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존 도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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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읽으면서 종교가 원인이 된 잔혹한 학살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근거가 되어야 할 종교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이와 관련된 내용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이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폭력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고전에 대한 분석'입니다. 역사서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학작품 속에 제노사이드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를 다루면서 그 잔혹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인류의 역사서나 문학작품을 다루기에 앞서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 결과를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래 하나였다가 둘로 나뉘어진 침팬지 집단이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 어느 한 집단이 다른 한 집단을 공격해 동족을 살해하고 그 지역에서 축출하는 광경을 목격한 제인 구달은 그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인류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동종포식과 잔학행위에 있어서도 인간과 침팬지가 별 차이가 없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노사이드와 관련하여 인류과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옮겨가는 가운데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옮겨 가면서 생겨난 심각한 문제들(영양실조, 전염병, 남녀불평등 등)은 물론이고, 제노사이드 현상의 심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렵이나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농경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한 곳에 거주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농업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농경지를 확장하는 가운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기존의 원주민을 살해하고 축출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련이나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농경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서론적인 논의를 거쳐 역사서와 문학작품에 나타난 제노사이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성경의 여호수아서와 사사기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여호수아에서는 대규모의 민족 이동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적 제노사이드를 , 사사기에서는 학살에서 살아남은 민족을 자민족에 동화시키기 위해 문화를 말살하는 차원의 제노사이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출애굽기에 나타난 제노사이드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어 가는 과정'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벌이고 있는 일들 역시 제노사이드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와 사사기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은 주장이지만, 기독교 신앙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타당성이 충분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외에도 다양한 고전에 수록된 제노사이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인류의 폭력성과 그 폭력성이 현실화되어 나타난 인류의 잔혹한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류의 폭력성에 대해 간디가 보여준 비폭력 사상이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했던 간디라는 인물도 폭력의 희생자로서 죽어갔던 것을 보면 과연 간디의 비폭력 사상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종교를 통한 교화 역시 신뢰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간디를 살해한 사람이 열성적인 힌두교도였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좇는 기독교에 의해 벌어진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보아도 그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인류는 폭력성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인류의 폭력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높여 제노사이드에 반대함으로써 폭력성으로 야기되는 인류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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