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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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굉장히 좋습니다. 인지과학의 새로운 결과들을 풍성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각 장의 제목입니다. 장 제목이 그 장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장 제목만 보아도 그 장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문단 제목과 문단의 내용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지과학 분야의 전문적인 용어들과 새로운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너무 가벼운 분위기의 제목을 붙여 놓다 보니 이상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습니다. 안철수에게 싸이의 옷을 입힌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두 번째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내용 중간 중간에 삽입해 둔 글상자(다양한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가 독서의 흐름을 끊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상자 안의 내용을 무시하고 내용을 읽으려 해도, 전체적인 흐름상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내용이 담겨져 있을 때가 있어 참 곤란합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굳이 거기에 넣지 않았어도 될만한 주변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을 때도 있습니다. 흐름과 관련이 있다면 아예 본문 가운데 녹여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왜 그런 방식의 구성을 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글의 전체적인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저자의 첫번째 저술이라는 점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기질이 다혈질이라고 한다면 조금 이해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악평부터 늘어 놓는 이유는, 잘못된 구성 때문에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게 되어 굉장히 고마우면서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강의 방식 때문에 욕이 나오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면 적절한 설명일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개.별.적.인. 내용은 굉장히 좋습니다. 우리가 뇌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해 오던 것 가운데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사실에 대해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논리적인 맥락을 파악해 가며 읽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욕 나옵니다. 이 책을 지혜롭게 읽는 방법은 소제목들을 다 무시하고 옆에 노트를 두고 새롭게 깨달은 내용들만 따로 정리해서 옮겨 가며 읽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뇌가 굉장히 게으르다는 것입니다. 뇌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자기 주인을 생각없이 움직이게 내버려 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면 조금 이상하더라도 그냥 넘어가고, 또래 집단이 이야기하면 생각없이 동의해 버리고, 평소에 습관적으로 해 오던 대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뇌는 불편한 것을 싫어한다, 뇌는 안정성과 일관성을 원한다"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게으른 뇌에 대해 지나친 기대나 신뢰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뇌가 얼마나 게으른지, 나태한지, 멍청한지를 알고 그 뇌를 부지런히 똑똑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 낸 그러한 방법들을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가치있게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부록에 소개되어 있는 인지과학에 관련된 좋은 도서들의 목록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나 '설득의 심리학'처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책들은 물론이고, 아직 번역이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들까지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가 더 게을러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번 읽는 것으로 맥이 잡히지 않는 책을 만나면 굉장히 짜증이 납니다. 좋은 내용이고 뭐고 읽기가 싫어집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다른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것으로써 자신의 부족함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래 저래 건질 것은 많은 책입니다. 국물은 버리고 건더기만 잘 건져내어 물에 깨끗이 씻어 먹는다면 체력 보강에 많은 도움이 될 만 한 음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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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살아갈 행복한 사회 - 복지국가를 생각한다
이상이 외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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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육비 지원을 받아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그것이 복지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지원이 없었더라도 유치원에 보냈을 것이고,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었던 터라 제가 목회자라는 이유로 원비를 50%나 할인받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 녀석의 급식비가 무료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에는 그 때보다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액수로 따지면 그 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지만, 학원비니 뭐니 해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던 차에 매월 5-6만원 정도의 금액이 덜 지출된다는 것은 개척교회 목사인 저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도움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부교역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국민연금보험료도 내지 않았고, 국민건강보험료도 그리 많이 내지 않았었는데, 막상 교회를 개척하고 세무서에 법인으로 보는 단체 등록을 하고 사례비 액수를 신고했더니 국민연금보험료와 국민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만만치 않게 많아지더군요. 교회 부담이 절반, 제 부담이 절반인데 둘을 합치면 개척교회로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정도의 금액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한편으로는 괜히 등록을 했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고, 다른 대다수의 목회자들처럼 사례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신고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이 책은 복지에 관해서라면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 두 분의 대담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복지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두 분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복지에 관한 다양한 측면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분들이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OECD에 가입한 여러 나라들의 조세부담률과 복지비용 지출비율에 관한 통계 자료를 비롯해서, 국내 복지에 관한 통계 및 정책 변화의 추이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고, 또 다른 나라의 복지 정책의 기원이나 변천에 관한 자료들도 제시되어 있어 깊이있는 공부도 가능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이 바로 독일과 영국의 복지 변천 과정이었는데, 스웨덴이나 미국의 복지에 비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영국의 NHS라는 의료복지제도를 보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목디스크가 생겨 한방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는데 정말 기본적인 치료였는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지원이 안 되고 실손보험에서도 지원이 안 되었던 터라 거금 몇 십만원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부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여러 정권들이 복지에 관해 각각 어떠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복지 제도 변천 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식 복지는 실패한 복지이기 때문에 절대로 따라갈 만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대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정부는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학자들을 배제하고 내각을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복지 문제는 경제 문제와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제와 복지 모두를 실패한 나라에서 경제를 공부하고 돌아와 이 나라도 그 나라처럼 변화시키려는 이들에게 경제를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더 널리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자들만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적보험을 민간보험으로 전환할 때에 얼마나 많은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민영화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지고 올 것인지에 대해, 또 건강보험료를 조금만 더 내면 실손보험 따위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민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꼭 읽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어떤 정책이든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고, 또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으면 그 잘못된 정책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복지에 대해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변화의 물결이 점점 더 커짐으로써 이 나라 국민들이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 놓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녀들에게만큼은 북유럽의 복지국가와 같은 나라를 물려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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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 한 주에 한 권 文史哲 독서법
최효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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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인문학에 관한 책이 자주 눈에 뜨여서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이며, 또 인문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한 주에 한 권씩 어떤 책을 읽으라고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더군요. 한 주에 한 권씩 일년치라면 무려 52권이나 소개받는 셈이 되기 때문에 평소에 궁금하던 것에 대한 답변으로서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흔이라는 말이 특별히 마음에 와서 꽂히는 바람에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문 고전을 경서, 문학서, 역사서, 교양서의 네 종류로 나누어 각각 겨울, 봄, 여름, 가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계절적 독서법을 '장조'라는 분의 글에서 얻은 지혜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조는 일찍이 '경전은 혼자 앉아 읽어야 좋고, 사기와 통감은 벗과 더불어 읽어야 좋다'라고 한 바 있다"고 소개한 뒤에, "장조는 이어 경서와 사서를 읽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고 조언했다"면서 "경서를 먼저 읽고 나서 사서를 읽으면 일을 논함에 성현과 어그러짐이 없을 것이다. 사서를 먼저 읽은 후 경서를 읽으면 책을 봄에 한갓되어 구절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장조의 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읽는 책의 내용을 반드시 계절에 따라 달리 하지 않고, 그날의 기운에 따라 달리할 수도 있다"는 남희근의 언급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감정이 겪한 날에는 경서를 읽고, 마음이 가라앉은 날에는 역사서를 읽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독서에 관한 좋은 방법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는 매 주 읽어야 할 인문 고전이 한 권씩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만이 아니라 그 책과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할 책 한 두 권도 함께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은 백여 권이 넘습니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가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인문학의 3대 분야라는 기준에 따라 정리해 놓은 100권의 고전 리스트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물론 중복되는 도서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200권이 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들을 이렇게나 많이 소개받으니 굉장히 부자가 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은 그저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만 싣고 있는 필독서 가이드와는 다른 스타일의 책이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각각의 인문 고전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길어야 다섯 줄이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소개만 따로 추려 놓으면 60페이지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외의 페이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바로 그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고전과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무엇인지, 그 고전을 통해 커다란 영향을 받은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글을 읽고 나면 그 고전을 읽어야 할 필요성, 또는 그 고전에 대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소개받는 고전마다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독서에 대한 열정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던 인물로 처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칠은 군복무 중일 때에도 로마제국쇠망사를 하루에 다섯 시간씩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독서가 처칠로 하여금 정치인으로서, 또한 문학가로서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책으로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모든 것이 바로 로마제국쇠망사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각각의 고전에 대한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읽으면서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논어니 맹자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름만 들어보았지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손을 대 보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고전들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읽어 볼 만 하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문 고전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나,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분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타가 조금 많이 발견되다는 점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소장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겠지요. 시간이 나면 저자의 가이드에 따라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을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소유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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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유머 콘서트 - 탈권위 시대, 유쾌한 소통을 꿈꾸는
정치유머 포럼 지음 / 황금물고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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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 나라의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배설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어떻고 내뱉는 욕설이 어떻고 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정치인들의 속내를 알아 가는 기쁨과, 정치인들의 치졸한 꼼수에 대한 유쾌한 폭로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카타르시스로 인해 거의 중독되다시피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치를 주제로 하는 유머집이 나왔다 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낀 것은 지금까지 접해 왔던 신문이나 시사주간지의 정치 풍자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목 앞에 붙어 있는 '탈권위 시대, 유쾌한 소통을 꿈꾸며'라는 수식어를 보면서 무언가 고상하고 수준높은 차원의 정치 유머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내용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저 신문이나 시사주간지의 유머란에 올려졌던 정치 유머들을 한군데 모아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려 있는 유머들 가운데에는 기존에 잘 알려져 있던 유머에 정치인들의 이름만 집어 넣은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괜찮다 싶은 유머가 있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고스톱을 전혀 칠 줄 모르는 저로서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유머도 꽤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스톱을 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이 책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차 시간을 기다리는 분들이나 화장실에서 읽을 책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선택하기에 적합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분량에 비해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되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페이퍼북으로 만들어 고속버스 터미널 매점 같은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더 많은 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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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지능과 부모의 기질코칭
서정현 지음 / 까데뜨CADET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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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가지고 있는 다중지능, 성격, 기질 장단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쳅터1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다중지능의 중요성에 관한 에세이를 모아 놓은 것인데 별로 깊이가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쳅터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내용들(다중지능의 종류와 특징, 그리고 다양한 성격과 기질의 종류와 특징에 관한 소개)은 자녀를 이해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저자는 쳅터2에서 '다중지능의 종류'를 '대인관계지능, 자기이해지능, 공간지능, 논리수학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언어지능, 자연탐구지능'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지능을 높일 수 있는 훈련 방법과 각각의 지능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쳅터3에서는 '성격의 종류'를 '감성형, 도전형, 수용형, 완벽주의자형, 원칙주의자형, 자유성취형, 자유주의자형, 조합형, 지도자형'으로 구분하고, 그 성격의 특징과 장단점, 스트레스 요인과 해결방법 및 자기계발방법, 대인관계전략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쳅터4에서는 '학습과 관련된 요인'들로 '뇌형(좌뇌,우뇌,전뇌), TFRC(지문지수의 총합: 에너지,열정지수), ATD(학습예민도: 정보처리속도), 학습관련기질(구상형, 청각형, 기각형, 동기형), 학업성취자질(창의성, 집중력, 지구력, 이해력, 환경영향), 장문의 성격(고귀성, 호기성, 음악성, 개방성, 엄격성, 자연성, 공상성)'과 같은 요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쳅터5에서는 '직업과 관련된 요인'들로 앞에서 언급했던 '도전형, 수용형, 완벽주의자형, 원칙주의자형, 자유성취형, 자유주의자형, 조합형, 지도자형'과 같은 성격을 기준으로, 어떤 성격과 어떤 직업이 서로 맞는지, 또한 '사회관계형, 추진형, 예술형, 비전제시형, 탐구형, 현실형, 관리형'과 같은 기질을 기준으로, 어떤 기질과 어떤 분야의 직업이 서로 맞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쳅터6에서는 다양한 성격과 기질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기질들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가 감정형에 속한다는 것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 대안관계지능이 높은 사람이 많다던가 하는 것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쳅터7에서는 지문을 통해 다중지능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술에 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는 내용이고, 책에서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이 과연 충분한 검증을 거친 방법인지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는 이 방법에 의한 다중지능 측정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싶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다중지능이나 성격, 또는 기질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자녀에게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부모가 그러한 측정 도구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책 역시 비슷한 부류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운영하는 연구소를 소개하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중지능이나 성격, 기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은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의 진로를 모색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자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채택한 '지문측정에 의한 다중지능 조사연구'가 정말 유용한 방법인가 라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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