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 한 주에 한 권 文史哲 독서법
최효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인문학에 관한 책이 자주 눈에 뜨여서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이며, 또 인문학을 공부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한 주에 한 권씩 어떤 책을 읽으라고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더군요. 한 주에 한 권씩 일년치라면 무려 52권이나 소개받는 셈이 되기 때문에 평소에 궁금하던 것에 대한 답변으로서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흔이라는 말이 특별히 마음에 와서 꽂히는 바람에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문 고전을 경서, 문학서, 역사서, 교양서의 네 종류로 나누어 각각 겨울, 봄, 여름, 가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계절적 독서법을 '장조'라는 분의 글에서 얻은 지혜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조는 일찍이 '경전은 혼자 앉아 읽어야 좋고, 사기와 통감은 벗과 더불어 읽어야 좋다'라고 한 바 있다"고 소개한 뒤에, "장조는 이어 경서와 사서를 읽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고 조언했다"면서 "경서를 먼저 읽고 나서 사서를 읽으면 일을 논함에 성현과 어그러짐이 없을 것이다. 사서를 먼저 읽은 후 경서를 읽으면 책을 봄에 한갓되어 구절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장조의 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읽는 책의 내용을 반드시 계절에 따라 달리 하지 않고, 그날의 기운에 따라 달리할 수도 있다"는 남희근의 언급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감정이 겪한 날에는 경서를 읽고, 마음이 가라앉은 날에는 역사서를 읽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독서에 관한 좋은 방법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는 매 주 읽어야 할 인문 고전이 한 권씩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만이 아니라 그 책과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할 책 한 두 권도 함께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은 백여 권이 넘습니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가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인문학의 3대 분야라는 기준에 따라 정리해 놓은 100권의 고전 리스트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물론 중복되는 도서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200권이 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들을 이렇게나 많이 소개받으니 굉장히 부자가 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은 그저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만 싣고 있는 필독서 가이드와는 다른 스타일의 책이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각각의 인문 고전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길어야 다섯 줄이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소개만 따로 추려 놓으면 60페이지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외의 페이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바로 그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습니다. 그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고전과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무엇인지, 그 고전을 통해 커다란 영향을 받은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글을 읽고 나면 그 고전을 읽어야 할 필요성, 또는 그 고전에 대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소개받는 고전마다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독서에 대한 열정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던 인물로 처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칠은 군복무 중일 때에도 로마제국쇠망사를 하루에 다섯 시간씩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독서가 처칠로 하여금 정치인으로서, 또한 문학가로서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책으로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모든 것이 바로 로마제국쇠망사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각각의 고전에 대한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읽으면서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논어니 맹자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름만 들어보았지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손을 대 보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고전들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읽어 볼 만 하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문 고전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나,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분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타가 조금 많이 발견되다는 점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소장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겠지요. 시간이 나면 저자의 가이드에 따라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을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소유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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