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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 전 세계 고난의 현장에서 만난 은혜의 이야기들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필립 얀시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이면서 가장 큰 감동을 얻었던 책이 바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받은 은혜와 감동과 도전이 얼마나 컸던지 필립 얀시의 책을 곧바로 열 권 정도 구입해서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필립 얀시 읽기는 단 세 권 정도를 더 읽은 후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같은 내용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제가 절실히 듣고자 했던 은혜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저 잘못된 신앙의 문제점이라던가 고통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털어 놓고 있었는데, 그 작업 역시 의미있는 작업이기는 했지만, 저에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필립 얀시의 책을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다시 필립 얀시가 은혜에 관한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금 예전과 같은 기대감을 마음에 품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제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발견했던 그 은혜가 정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책이었습니다. 도저히 하나님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고 간증하고 있었고, 그들이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심한 고난 가운데 있었던 이들의 고백일수록 그 감동이 더했는데,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던 케이시의 고백과, 코스타리카의 성매매 여성 출신의 힐다의 고백은 특히 제 마음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고백은 아니었지만 필립 얀시를 통해 소개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낮은 자들에게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역사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강연 초청을 받아 갔던 열 곳의 장소에서 행해진 강연의 내용과, 그 장소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 및 개인적인 경험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저자가 강연 장소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었던 바 중요한 사건들의 내용과 자신이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소개한 다음, 그곳에서 행한 강연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로서는 강연의 내용도 좋았지만, 강연 내용에 앞서 저자가 기록해 놓은 저자의 지식이나 경험에 관한 내용들이 더 마음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강연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내용을 각각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한 것일 뿐이지만 청중이 경검했거나 처해 있는 상황은 저마다 천차만별로 달랐고, 또 그 가운데 드러난 하나님의 일하심 또한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드러나지 않는 듯한 곳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하나님의 은혜 밖에 없더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소망이 없는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망 외에는 없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은 상황 속에서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게셔주시는 것 외에는 없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것, 그것이 바로 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용 중에서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것 또 한 가지는 하나님께서 자기를 찾는 자들, 자기를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여전히 찾아가 말씀하고 계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성매매 여성 출신의 힐다에게 "라합 재단을 찾으라"고 하셨던 것이나 이슬람 교도였던 회심자들에게 여러 차례 꿈으로 나타나셔서 당신의 실존을 깨닫게 하셨던 것과 같은 사건의 기록을 보면서 저는 하나님께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당신의 백성들에게 찾아와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하나님은 여전히 은혜로우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분을 따른다는 우리에게 은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가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그 안에서부터 철저하게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A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자신의 부족함 앞에 정직하게 서고, 자신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태도가 오늘날의 교회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자의 지적과 같이 "왜 아직도 그렇게 사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네가 오기를 바랬다"는 따뜻한 반응이 있는 교회,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교회가 우리 가운데 더 풍성하게 발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