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전작인 '유령여단'을 읽는 동안 앞으로 존 스칼지의 책이라면 무조건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유령여단'이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유령여단'보다 앞서 출간된 '노인의 전쟁'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기에 '유령여단'과는 스토리에 있어서 연속되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지 '유령여단'에서 문제의 인물로 등장했던 샤를 부탱의 딸이 주인공들의 딸로 입양되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과, '유령여단'의 마지막 부분에서 잠시 소개되었던 전 우주적인 조직체인 콘클라베의 정체가 더 분명하게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만 '유령여단'과의 연결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유령여단에서 소개되었던 비인간형 전투원인 가메란이 이 책에서도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상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어쨋거나 간간이 보이는 전작들과의 연결 고리를 발견할 때마다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각 종족의 개별적인 우주개발을 제한하고 관리함으로써 종족간의 불필요한 다툼을 막으려 하는 '콘클라베'에 맞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고자 하는 '우주개척연맹'의 투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콘클라베는 각 종족의 개별적인 식민지 개척을 금지한 다음, 그 금지조약을 위반한 모든 개척 식민지에 대해 그 행성에서 철수를 하거나 아니면 소속 종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콘클라베에 가입하거나 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끝까지 거부할 시에는 콘클라베에 소속된 모든 종족이 함께 파견한 우주 함대를 통해 무서운 응징을 가했습니다. 이에 맞서 우주개척연맹은 콘클라베로부터 새로운 식민지를 파괴당한 종족들과 손을 잡고 콘클라베를 무너뜨릴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인의 바다'에 등장했던 페리와 그의 아내가 된 제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물론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 지도 모른 채 새로운 식민지 개척 집단의 지도자로 선발됩니다.

우주개척연맹은 그 새로운 개척 집단을 오직 콘클라베의 함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미끼로써 사용하였고, 그 계획이 성공한 뒤에는 또 다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그들을 포기하려 하였지만, 주인공들은 그러한 우주개척연맹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그 행성에 개척한 새로운 식민지의 존립에 대한 지위를 콘클라베로부터 보장받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개척연맹의 독단적인 태도를 단죄하고 우주개척연맹을 궁지로 몰아 넣습니다. 주인공들로 하여금 인류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우주개척연맹을 궁지로 몰아 넣도록 하는 저자의 안배는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의 내용 전부를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면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저 읽고 나서 후회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 책으로 세 권으로 된 시리즈가 완전히 끝나게 되었는데, 참으로 아쉬움이 큽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어서 번역되었으면 싶은데, 그 가운데에서 '신의 엔진'이라는 작품이 특히 기대가 됩니다. 과연 언제쯤 번역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읽어 본 저자의 작품들을 볼 때, 그 책 역시 번역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타스틱 6 - 환상 속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장르문학의 거장 6인 닮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wannabe series 2
마르셀 파이게 외 지음, 이상희 옮김 / 위즈덤피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장르소설 단편모음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소제목을 보니 소설책이 아니라 장르문학 분야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여섯 명의 작가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장르문학이라는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만화책을 즐겨 읽었고, 커서는 무협지를 즐겨 읽었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는 신앙 도서를 주로 읽었기 때문에 순수문학이나 장르문학에 속한 책들은 별로 읽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장르문학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장르문학의 수혜를 받아 왔던 터라 이 책에 소개된 저자들의 작품들이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각 서로 다른 필자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이 마치 한 저자에 의해 쓰여진 것처럼 매끄럽게 잘 다듬어져 있어서 읽는 데 어색하거나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원서 편집자의 공인지 번역자의 공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순서는 현대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내려가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장르 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으로부터 시작해서, 블레이드 러너의 작가 필립 K. 딕,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반제의 제왕의 작가 J.R.R. 톨킨, 드라큘라의 작가 브램 스토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셀리의 순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여섯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단 한 권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 모든 작품들을 다 영화를 통해서 만나 보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와 같은 영화의 원작을 글로 써 내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에 소개된 작가를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는 가운데 어떤 공통점 같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관심 분야들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들의 삶에 다양한 굴곡이 있었고, 그러한 굴곡을 통해 그들이 경험한 고통과 외로움 같은 것들이 그들의 작품에 녹아들었따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스티븐 킹이나 필립 K. 딕의 경우는 오랜 시간을 약물에 중독되어 지냈을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사람들이었고, 브램 스토커의 경우는 자신이 존경하던 인물에게 자신을 스스로 옭아 매고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며 지냈던 사람이었고, 메리 셀리는 자유 연애를 부르짖는 유부남과의 연애로 인해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나마 스타니스와프 렘과 J.R.R. 톨킨 정도가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자신들의 작품 속에 녹여 넣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미래 사회에 대한 놀라운 전망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여섯 명의 저자들이 남긴 작품들 가운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한 권씩 찾아 읽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에 대한 작가 자신의 평과 세간의 평이 어떠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는 어떤 편집본으로 보는 것이 좋은지, 솔라리스는 어떤 감독의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그리고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들의 내용과 원작의 내용 사이에 얼마나 커다란 차이점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시대에 따라 어떤 변천 과정을 겪어 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작품과 관련된 영화들을 찾아 보게 될 때 이러한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문학에 있어서는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저였음에도 읽어가는 동안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장르문학에 대해 매니아라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왜 거장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장르문학 매니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이 장르문학 매니아들의 필독서가 된 것처럼, 이 책 또한 그들의 필독서로 읽혀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의 역사
데이비드 존스턴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부터 '정의'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약간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두 번 정도 읽어야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본다면, 이 책은 세 번 정도는 읽어야 그와 비슷한 정도의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세 가지 이론을 주로 다루면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여러 명의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다루면서 논리적인 설명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중서로 쓰여진 책이라기 보다는 정치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개론서와 같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조하고 딱딱하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의'라는 주제에 대해 학자들이 주장해 온 중요한 이론들의 역사를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과 히브리인들의 경전에 나타난 정의관에서부터 시작해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흄, 스미스, 벤담, 칸트, 생시몽, 봐베프, 피히테, 마르크스, 존 롤스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중에 몇 몇은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또 그 이름은 알고 있었다 해도 그가 어떤 '정의관'을 주장했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제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학자들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의 중요한 주장들에 대해 배우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정의관의 역사'를 다루는 방식은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중요한 학자들의 주장을 설명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흐름에 있어서 저자가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이러한 학자들의 주장들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류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정의관의 범주를 공리주의적 정의관, 목적론적 정의관, 상호주의적 정의관, 이렇게 셋으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이클 샌델이 정의관의 종류를 '행복, 자유, 미덕'이라는 기준으로 분류한 것과 거의 유사한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기준이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기준보다 더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자가 말하는 목적론적 정의관에는 '자유'를 정의의 목적으로 보았던 칸트의 견해 뿐만 아니라, '질서'를 정의의 목적으로 보았던 플라톤의 견해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정의관의 흐름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저작보다 더 풍성하고 다양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의관'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상당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아쉽게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관점을 좀 더 깊이있게 소개해 주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상호주의적 정의관'에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이 왜 그러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 장 정도를 할애해서 자신의 견해를 소개해 주었다면 많은 유익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각각의 학자들의 주장이 자신의 분류 기준에 따라 어떤 부류의 정의관에 속하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었다면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의관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이론들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써, 마이클 샌델의 저작을 통해 지적인 만족감을 누렸던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느껴 본 지적인 만족감으로 인해 마이클 샌델 교수의 다른 저작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차에 샌델 교수의 주요 저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읽어 보았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왜 도덕인가(2010)'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2010)', 그리고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다른 두 권의 책(한국어 직역 제목: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 민주정에 대한 불만(1996))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꼼꼼해서 그런지 각 책을 소개함에 있어서 원서를 장 별로 한 장 한 장 요약해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 마치 원서의 요약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게다가 저자의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져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장에서 다루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 강의'의 내용과 함께 다루고 있어서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어로 번역되었음에도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책들과,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까지 요약 정리된 형태로 읽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의란 무엇인가'를 이미 읽어 보았기 때문에 1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과거에 읽었던 책의 내용과 대조해 가면서 심도 있게 살펴보았는데 두 책의 용어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더군요.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용어와, 영어에서 일본어를 거쳐 한국어로 번역한 용어가 서로 다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생소한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서 읽는 데에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표적인 용어가 '격차원리'이라고 번역된 용어인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이 용어를 '차등원칙'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격차원리'라는 용어에 비해 '차등원칙'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번역으로 느껴집니다. 아마 이 책의 번역자는 일본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그대로 직역한 것 같은데, 만약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 보았다면 아마 '차등원칙'으로 번역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도덕적으로 자의적'이라는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자의적'이라는 용어 대신에 '임의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저로서는 '우연'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데에 있어서 '자의적'이라는 용어보다는 '임의적'이라는 용어가 훨씬 더 정확한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무지의 장막'이라고 번역한 것을, 본서에서는 '무지의 베일'로 번역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읽어 가다 보니 '베일'이라는 용어보다는 '장막'이라는 용어가 더 낫게 느껴지더군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번역된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81쪽의 "롤스의 격차원리에 대해 원초상태에서 계약할 때에 사람들이 도박을 하듯 격차원리를 선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라는 문장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샌델은 사람들이 막연한 승리를 기대하면서 도박에 뛰어드는 것처럼, 막연한 상대적 이익을 위해 차등원리를 거부하는 모험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위에서 지적한 문장은 그러한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저자의 성향인지 아니면 역자의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용된 내용을 소개하는 문장에서 작은 따옴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어서 지적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의 내용은 참 좋은데 독자들에 대한 역자들이나 감수자의 배려가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감수자가 일본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또 지금까지 일본의 대학에 재직중인 분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점들을 미리 발견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역자는 물론이거니와 감수자까지 일어적인 표현에 익숙한 분들이다 보니 일어적인 표현에 문외한인 독자들이 읽기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용어와 문장이 간간이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짚어 볼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커다란 유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 독자들은 정치철학이라는 영역에 대해 그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샌델이 자신의 저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인물이 얼마나 학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제대로 모를 수밖에 없고, 또 샌델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와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러한 사실들을 하나 하나 새롭게 알게 되면서 샌델의 주장의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주의'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샌델이 사용하고 있는 '자유주의'의 의미가 유럽에서와는 다른 미국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주의라는 설명이라든지,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나오지 않지만 하버드 강의에서 언급된 내용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해 준 샌델의 다른 저서들도 함께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면 그 책들을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책들을 읽지 않은 지금에도 샌델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지적했던 아쉬움 때문에 한국인이 직접 쓴 책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샌델의 저서들을 읽기에 앞서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닌 개론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와 같이 샌델의 저서와 강의에 매료되어 그의 철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학의 권유
이중재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축구만 하다가 뒤늦게 시작한 공부를 통해 놀라운 인생의 반전을 이루어낸 저자였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고, 또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았습니다. 읽어 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 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가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기에 그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를 그렇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중간 중간에 쉬어 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여주어 더 효과적이었으며, 날마다 최소한 10분씩이라도 운동을 했더니 공부가 더 잘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었던 것 중에 또 한 가지는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휴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가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읽어 볼 것을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노트를 따로 정리하거나 메모하는 것보다 한 번 더 읽는 편을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포스트 잇도 즐겨 이용했다고 하였습니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공부 시간을 조절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았던 저자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자지 못하면 다음날 1시간도 집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오전 10-11시에 기상해서 12시까지 영어공부를 하고 12-1시경에 점심을 먹고 이후 시간을 또 공부에 투자했는데,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훨씬 더 집중이 잘 되더라고 하더군요.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예로 들며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을 파악해서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라고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부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방학을 맞아 한정없이 풀어져 버리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 뿐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제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방법 가운데 단 한 가지 방법이라도 건져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만간 이 책을 아들 녀석에게 건네 주려고 합니다. 그 녀석이 이 책을 읽고 여름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