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피크 1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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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작품입니다. DAUM 웹툰에서 처음 임강혁 작가의 작품(수퍼우먼)을 보았을 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만화 출판사(마블 코믹스나 DC코믹스)에서 나오는 만화들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의 퀄리티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토리 전개 역시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퍼우먼이 끝나고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이 작품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당연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보아 정주행해오고 있습니다(아직도 계속 연재중입니다). 단행본으로 나왔다는 소식도 웹툰을 통해 알게 되었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내용이야 이미 웹툰을 통해 다 살펴 보았던 내용이지만 책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그리고 웹툰으로 볼 때에 미처 제대로 보지 못하고 넘겼던 부분들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피로감 없이 보고 또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장의 가치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 유일한 단점이 바로 그림과 글씨체가 모니터로 볼 때보다 현저히 작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짝 노안이 있는 저로서는 돋보기를 사용해서 보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이 책이 메이플 스토리나 마법 천자문 같은 책의 사이즈로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다가 단행본으로 나온 '와라 편의점' 같은 경우에도 두 가지 판형으로 나왔는데, 이 책도 그렇게 두 가지 판형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눈 좋은 젊은 친구들에게는 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사이즈이긴 합니다. 아들 녀석에게 그렇게 크게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러면 사람들이 어른 책이 아니라 아이들 책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이야기하더군요. 어쨌거나 눈 나쁜 사람으로써 늘어 놓는 불평이니 눈 좋은 사람들은 개의치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린 그림들의 수준 높은 퀄리티를 생각할 때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었다면 더 행복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금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임강혁 작가 이야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스토리 작가인 홍성수 작가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 이전에는 홍성수 작가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에 기록된 프로필을 보니 시공만화디스커버리의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셨던 분이더군요. '세계의 화산'과 '화석의 발견'을 집필하셨다는데, 학습 만화의 성격상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 없이는 스토리 집필이 어렵습니다. 아마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학습 만화 스토리를 집필할 때처럼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시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다가 본인 스스로가 북한산 산악구조대로 복무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권은 주인공인 류연성과 그 동기 4명이 산악 구조대원으로 차출되어 구조 훈련을 받기 시작한 초기의 사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류연성에 대한 프로필을 보면 이 작품을 참으로 치밀하게 구상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전학을 자주 다녔다는 것이나, 미국 이민 생활을 하면서 중학교 2년을 마쳤다는 것이나, 무용을 전공했다는 것(당연히 운동신경도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요)이나, 무용에 적합한 날씬한 체형에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보여집니다. 


최근에 올라온 에피소드에 주인공이 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주인공의 프로필에 기록된 내용 가운데 허투루 기록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미국 생활과 대학 재학 중에 미국의 무용 스쿨 연수 추천 심사회에서 탈락해 군에 입대했다는 것을 보면 주인공의 영어 실력이 상당한 수준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주인공의 외삼촌이 북한산에서 추락사 했던 사건과 주인공이 북한산 산악구조대원이 된 일 사이의 운명적인 고리에 대한 설정도 가볍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등산 용어에 대한 설명도 스토리 작가분의 경력을 볼 때 충분히 신뢰할 만한 설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듭 묶는 방식 같은 자료들이나 등산 장비에 대한 소개들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 북한산에서 목 매어 죽은 여자 귀신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소문을 소재로 한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더군요. 첫장이나 마지막 장 또는 해당 페이지 아랫 단에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로 인해 갑자기 뜽금없는 이야기가 중간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는 그저 훈련 받는 내용만 대충 나오다 끝날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 직접 사고자를 구출하는 에피소드도 한 편 실려 있더군요. 주인공이 무전기를 놓고 간 데다가 길까지 잃어버린 상태에서, 등반 일행의 사고를 신고한 뒤 자신도 다리를 다쳐 주저앉아 있던 등산객을 발견해 업고 내려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조를 받은 사람들이 주인공과 동료들에게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고맙기 그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구조대)이 없었다면 사고를 당한 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악구조대가 세계 유일의 특수 산악 구조대라고 하는데, 그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구조대가 필요할 정도오 우리 나라의 산이 험한가, 또 그렇게 등산 인구가 많은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권을 보면서 무언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최근에 연재되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잘 다듬어진 느낌과 비교가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웹툰으로 볼 때에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었는데, 최근의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원숙미가 초기의 에피소드들에서는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2권으로 넘어가면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보았던 내용이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고 기다려 집니다. 어여 2권 읽으러 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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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을 읽는 8가지 방법 - 성격을 알면 사람이 보인다
이현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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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교훈련을 받을 때 DISC유형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저와 부딪쳤던 분들 모두가 저의 성격유형과 상극인 성격유형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성격유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DISC유형에서 시작해 MBTI와 에니어그램에 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강화모형은 처음 접해 보는 방식이라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강화모형은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저자는 우선 강화를 추구하는 방식에 따라 능동형과 수동형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강화의 원천에 따라 독립형과 의존형과 양가형과 이탈형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후자를 전자에 의해 나누거나, 전자를 후자에 의해 나누거나 함으로써 여덟 개의 성격유형이 나타나게 됩니다.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성격의 성향이 지나치게 되면 괄호 안에 있는 성격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강화의 원천 

독립적 의존적 양가적 이탈적 

강화추구의 방식

능동적

강인한 성격

사교적 성격

느긋한 성격 

수줍은 성격

(반사회적 성격장애)

(연기성 성격장애)

(수동공격적 성격장애)

(회피적 성격장애)

수동적

자신만만 성격

협동적 성격 

신중한 성격

고독한 성격

(자기애적 성격장애)

(의존적 성격장애)

(강박적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저자가 구분해 놓은 성격유형의 특징들을 살펴보니 제게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성격유형은 신중한 성격에 해당되더군요. 그리고 강인한 성격과 자신만만 성격이 거의 비슷하게 그 뒤를 잇고 있었습니다. DISC에서 우울담즙유형에 해당하는 저로서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강인한 성격과 자신만만 성격이 비슷하게 나온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MBTI 검사에서 에너지의 방향이 거의 엇비슷하게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양가적 성향에 있어서 신중한 성격으로 굉장히 치우친 반면에 느긋한 성격에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볼 때 전반적으로 양가적 성향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각각의 성격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저자의 설명이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저자가 각각의 성격 유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저로서는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극중 인물들에 대해 거의 다 알고 있었기 때뭉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직장에서 언제고 한 번 쯤은 부딪칠만한 사람들과, 또 한 번쯤은 경험할 만한 사례들을 예로 들어 적절한 처신, 또는 적절한 대응 방식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앞으로 다양한 부교역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될 터인데, 그 때에 이 책이 굉장히 유용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물며 지금 현재 직장에서 상사나 부하직원과의 성격차이로 인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특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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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아프다 - 경향 특별기획보도
류인하 외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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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을 굉장히 힘들게 보냈습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컸고, 그 스트레스는 결벽증과 편집증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많은 시간을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면서 그 모든 기억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청소년 담당 사역자로 일하던 중에 10대 때에 겪었던 고통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는데, 앞에 계시던 강사분이 "죽고 싶은 마음 가졌던 사람 다 나와라"라고 말씀하시자마자 강당에 모여 있던 청소년들 대부분이 우르르 앞으로 뛰어 나가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제 과거의 감정이 또렷하게 살아나면서 제 마음 속을 겪하게 휘집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아픈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는 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저희 아이들이 10대가 되었습니다. 큰 아들 녀석은 평소에 대화를 자주 나누며 지냈고, 게임도 같이 하고 만화도 같이 보고 하면서 관계를 잘 유지했는 데다가 성적도 최상위권이라 신앙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면 별 다른 트러블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하고는 부딪칠 일이 많이 생기더군요. 아무래도 성적 때문에 부딪칠 때가 많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워낙 공부를 잘하다보니 비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또 그로 인해 시험 때 조금이라도 딴 짓을 하면 잔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딸 아이가 학교에서 심리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상당히 안 좋게 나왔습니다. 자살 충동에 대한 수치가 높게 나왔다더군요. 그래서 정신보건센터에 예약을 하고 딸 아이와 상담을 받으라는 학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아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연락을 받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 딸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딸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가 저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예전에는 친구 관계로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친구들도 생겼고, 외모도 그렇게 못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오직 성적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 때문에 딸 아이를 쪼는 건 집사람도 아니고 바로 저 뿐입니다. 그러니 제가 성적 때문에 딸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부모도 다 4년제 대학 나와서 대학원까지 공부했고, 또 공부 중인데, 딸 아이의 현재 성적을 보면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을 안 나온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모로서 기대하는 수준이 있고, 또 그것을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딸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10대 시절에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딸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살라는 부모의 바램이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그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현재의 행복을 무참하게 짓밟으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참으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밝고 행복한 아이로 살아가도록 도와줌으로써 나중에 그 아이가 엄마가 되고 자식을 키우게 되었을 때 10대 시절에 있었던 아빠와의 기억을 밝고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깊어지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소위 불량 청소년이라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습니다. 특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황극을 통해 피해자의 처지에 놓여 본 다음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망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꽤나 많았습니다. 지적 능력을 갖춘 자폐를 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96시간 비폭력 평화교육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터뷰어들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학교와 교사의 은폐시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이 되었고, 무한 경쟁 시스템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사회 전체가 무한 경쟁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버린 마당에 경쟁이라는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민 대다수의 문제 인식과 사회전체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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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 인문을 묻다
송광택 지음 / 강같은평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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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수준과 깊이를 아는 터라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제 기대가 좀 잘못된 기대였던 것 같더군요. 제목에 포함된 '인문'이라는 말에서 조금은 수준 있고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인 '교양' 수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신앙 생활을 어느 정도 해 온 기독교인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법한 내용들이었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초신자들을 위해 쓴 책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80가지의 질문에 대해 저자가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쓰여진 내용이라기보다는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질문을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질문을 마음에 두고 내용을 읽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답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변적인 내용을 늘어 놓다가 답은 달랑 한 두 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 중에는 제목이 의미하고 있는 바와는 달리 기독교와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내용이 많지는 않았지만 초점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건질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 분인 만큼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저자들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기독교가 저지른 최대의 범죄라고만 생각해 왔던 십자군 전쟁이 이슬람의 확장에 맞서 자신들의 땅을 지키려는 유럽인들의 자구책이었다는 측면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 불국사 경내에서 돌 십자가가 발견되었던 사실과 더불어 소개된 기독교의 한반도 전파 시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강화 홍의교회 교인들의 개명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상당히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한편으로 이 책의 각 챕터를 읽으면서 과거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이규태 코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과 짧은 분량의 글에 굉장히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초신자들이 기독교를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회자들이나 신앙의 연륜이 오래 된 분들보다는 초신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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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수 씨의 교회 원정기
나벽수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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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에 '교회 원정기'라는 제목은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원정'이라는 말이 왠지 '정복'이라는 말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교회 정복기'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니까요. (혹시 모르지요. '나들목 교회 완전 정복'이라는 제목을 대신 붙였다면 무슨 학습서 비슷한 필이 나면서 나들목 교회에 대해 완벽하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을지도요.) 그렇다고 '탐방기'라고 하기도 조금 그런 것이, 저자가 결국에는 그 교회에 정착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탐방'이라는 것은 단지 외부인이 구경만 하고 돌아간다는 의미가 크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차라리 '벽수 씨의 교회 정착기'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방금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벽수씨(본명은 최종훈)가 나들목 교회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겪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나들목 교회에 정착한 다음에 살펴 본 교회의 이모저모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벽수 씨의 나들목 교회 관찰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났지만 굴곡많은 신앙생활을 하다 결국 교회를 떠나 나홀로 신앙생활을 하던 저자는 아마도 전혀 상상도 못했을 이유로 인해 나들목 교회에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기독교 언론사와 기독교 출판사에서 일한 경력을 볼 때 저자가 나 홀로 신앙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동생 역시 총신대학교에 다니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면서 학교와 교회를 떠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알면 알수록 '개판'인 것이 교회이고 교계라는 사실에 완전히 절망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저자는 제 동생과 같은 벽수과 사람들에게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동생 역시 저자와 같은 과정을 통해 다시금 교회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볼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저자는 상당히 까칠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나들목 교회와 김형국 목사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쓰지 않겠다고 하는 저자의 의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체로 객관적인 시각,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나들목 교회를 샅샅이 훑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볼수록 이 교회에 마음이 끌립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의 고리타분한 모습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이 교회가 시도하고 있는 혁신적인 노력들이 귀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교회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교회의 리더들이 교인들의 수평이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결벽증 같은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신자들의 지속적인 유입을 통해 이 교회가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담임목사님이 강남의 유명한 교회 부목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 또 나름대로 이 교회가 얻어 온 유명세 덕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건강한 성장하게 성장해 온 모습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찾는이(구도자)에게 초점을 맞춘 예배와 간증이 함께 하는 세례식, 체계적인 단계별 신앙훈련, 하나님 나라 시민을 키우겠다는 분명한 방향성,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잘 뿌리내린 가정 교회,  투명한 헌금 수집과 재정 집행, 변혁에 대한 깊은 관심과 활발한 사회 참여 같은 모습 속에서 이 교회의 건강함을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부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사랑의 교회 부목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목회자와 70여 명의 수준 높은 개척 멤버들에 의해 시작된 교회이기에 가능했던 성취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인수 100명 미만의 교회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어느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고 본받고 따라야 할 모습들을 보여주고 또 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동출판사에서 펴 낸 감자탕 교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받았던 것과 같은 도전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들목 교회의 김형국 목사님이 직접 쓴 책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도 한 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 교회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목회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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