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수 씨의 교회 원정기
나벽수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이 책에 '교회 원정기'라는 제목은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원정'이라는 말이 왠지 '정복'이라는 말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교회 정복기'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니까요. (혹시 모르지요. '나들목 교회 완전 정복'이라는 제목을 대신 붙였다면 무슨 학습서 비슷한 필이 나면서 나들목 교회에 대해 완벽하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을지도요.) 그렇다고 '탐방기'라고 하기도 조금 그런 것이, 저자가 결국에는 그 교회에 정착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탐방'이라는 것은 단지 외부인이 구경만 하고 돌아간다는 의미가 크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차라리 '벽수 씨의 교회 정착기'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방금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벽수씨(본명은 최종훈)가 나들목 교회에 정착하게 되기까지 겪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나들목 교회에 정착한 다음에 살펴 본 교회의 이모저모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벽수 씨의 나들목 교회 관찰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났지만 굴곡많은 신앙생활을 하다 결국 교회를 떠나 나홀로 신앙생활을 하던 저자는 아마도 전혀 상상도 못했을 이유로 인해 나들목 교회에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기독교 언론사와 기독교 출판사에서 일한 경력을 볼 때 저자가 나 홀로 신앙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동생 역시 총신대학교에 다니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면서 학교와 교회를 떠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알면 알수록 '개판'인 것이 교회이고 교계라는 사실에 완전히 절망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저자는 제 동생과 같은 벽수과 사람들에게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동생 역시 저자와 같은 과정을 통해 다시금 교회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볼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저자는 상당히 까칠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나들목 교회와 김형국 목사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쓰지 않겠다고 하는 저자의 의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체로 객관적인 시각,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나들목 교회를 샅샅이 훑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볼수록 이 교회에 마음이 끌립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의 고리타분한 모습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이 교회가 시도하고 있는 혁신적인 노력들이 귀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교회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교회의 리더들이 교인들의 수평이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결벽증 같은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신자들의 지속적인 유입을 통해 이 교회가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담임목사님이 강남의 유명한 교회 부목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 또 나름대로 이 교회가 얻어 온 유명세 덕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건강한 성장하게 성장해 온 모습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찾는이(구도자)에게 초점을 맞춘 예배와 간증이 함께 하는 세례식, 체계적인 단계별 신앙훈련, 하나님 나라 시민을 키우겠다는 분명한 방향성,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잘 뿌리내린 가정 교회,  투명한 헌금 수집과 재정 집행, 변혁에 대한 깊은 관심과 활발한 사회 참여 같은 모습 속에서 이 교회의 건강함을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부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사랑의 교회 부목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목회자와 70여 명의 수준 높은 개척 멤버들에 의해 시작된 교회이기에 가능했던 성취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인수 100명 미만의 교회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어느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고 본받고 따라야 할 모습들을 보여주고 또 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동출판사에서 펴 낸 감자탕 교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받았던 것과 같은 도전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들목 교회의 김형국 목사님이 직접 쓴 책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도 한 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 교회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목회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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