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 - 경향 특별기획보도
류인하 외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10대 시절을 굉장히 힘들게 보냈습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컸고, 그 스트레스는 결벽증과 편집증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많은 시간을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보냈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면서 그 모든 기억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청소년 담당 사역자로 일하던 중에 10대 때에 겪었던 고통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는데, 앞에 계시던 강사분이 "죽고 싶은 마음 가졌던 사람 다 나와라"라고 말씀하시자마자 강당에 모여 있던 청소년들 대부분이 우르르 앞으로 뛰어 나가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제 과거의 감정이 또렷하게 살아나면서 제 마음 속을 겪하게 휘집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아픈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는 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저희 아이들이 10대가 되었습니다. 큰 아들 녀석은 평소에 대화를 자주 나누며 지냈고, 게임도 같이 하고 만화도 같이 보고 하면서 관계를 잘 유지했는 데다가 성적도 최상위권이라 신앙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면 별 다른 트러블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하고는 부딪칠 일이 많이 생기더군요. 아무래도 성적 때문에 부딪칠 때가 많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워낙 공부를 잘하다보니 비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또 그로 인해 시험 때 조금이라도 딴 짓을 하면 잔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딸 아이가 학교에서 심리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상당히 안 좋게 나왔습니다. 자살 충동에 대한 수치가 높게 나왔다더군요. 그래서 정신보건센터에 예약을 하고 딸 아이와 상담을 받으라는 학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아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연락을 받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 딸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딸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가 저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예전에는 친구 관계로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친구들도 생겼고, 외모도 그렇게 못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오직 성적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 때문에 딸 아이를 쪼는 건 집사람도 아니고 바로 저 뿐입니다. 그러니 제가 성적 때문에 딸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부모도 다 4년제 대학 나와서 대학원까지 공부했고, 또 공부 중인데, 딸 아이의 현재 성적을 보면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을 안 나온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모로서 기대하는 수준이 있고, 또 그것을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딸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10대 시절에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딸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살라는 부모의 바램이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그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현재의 행복을 무참하게 짓밟으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참으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밝고 행복한 아이로 살아가도록 도와줌으로써 나중에 그 아이가 엄마가 되고 자식을 키우게 되었을 때 10대 시절에 있었던 아빠와의 기억을 밝고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깊어지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소위 불량 청소년이라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습니다. 특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황극을 통해 피해자의 처지에 놓여 본 다음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망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꽤나 많았습니다. 지적 능력을 갖춘 자폐를 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96시간 비폭력 평화교육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터뷰어들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학교와 교사의 은폐시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이 되었고, 무한 경쟁 시스템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사회 전체가 무한 경쟁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버린 마당에 경쟁이라는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민 대다수의 문제 인식과 사회전체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