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튜이션 - 40년간 연구한 인지과학 보고서
게리 클라인 지음, 이유진 옮김, 장영재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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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에게나 시험을 보다가 정답을 써 놓고도 왠지 틀린 것 같아 답을 고치는 바람에 틀려버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답을 고쳐서 맞았다는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쓴 것이 정답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도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비교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직관적으로 내려진 결정이 그렇지 않은 과정을 거쳐 내려진 결정보다 더 탁월한 결정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처럼 직관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 사람도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그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상황들과 현재 마주치고 있는 상황 간에 존재하는 차이점에 대한 인지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경험이 쌓여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직관적인 판단이 더 정확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담을 종합해 만든 교육 매뉴얼이 체계적인 이론에 근거해 만든 교육 매뉴얼보다 신참자들을 교육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이 이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경험들이 많이 쌓여 있어야만 순간적으로, 즉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에 시간이 아주 넉넉하게 주어져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직관적인 결정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고, 이러한 직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례 교육이야말로 체계적인 이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내용 가운데 그러한 실제적인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자기들이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자기들의 연구소를 홍보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용어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용하고 있었던 점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은 내용도 많았는데, 결론에 가보니 거기에 다 설명이 되어 있더군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는 먼저 결론부터 읽어보고 난 다음에 앞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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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 100% 실전 격투를 위한 최신 복싱 트레이닝 비법
이성헌 지음 / 연두m&b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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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복싱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복싱이라니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해 보고 싶었던 운동이었는데다가, 몇 달 동안 목디스크로 고생하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장에 가보니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계시더군요. 중학생과 고등학생 숫자가 가장 많은 것 같았는데 어린이들 밖에 찾아보기 힘든 태권도장과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비용도 태권도장과 비교해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관비도 저렴했고, 별도로 들어가는 비용도 많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복장에 줄넘기, 운동화, 밴디지, 샌드백용 글로브만 갖추면 되는데, 그 외에는 도장에 비치된 것을 이용하면 되었습니다.

 

복싱을 시작한지 이제 3개월 정도 되어가는데 벌써 몸이 많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목디스크로 인해 목과 어깨가 아팠었는데, 그것도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책을 읽으려 하면 이미 굳어진 잘못된 자세 때문인지 통증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점차 몸의 균형잡혀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력도 좋아졌고, 지구력도 좋아졌습니다. 한 번에 한 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하는데, 3개월 정도가 되어가니 처음처럼 죽을 것같이 힘들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몇 달만 더 지나면 몸이 훨씬 더 가벼워 질 것 같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좀 더 제대로 해보자 할 때마다 이런 종류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 왔는데, 그 때마다 구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특히 헬스클럽에 다닐 때 읽었던 몸 만들기에 대한 책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구입한 이 책도 그 못지 않게 좋았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전문적인 내용까지 체계적으로, 순서대로 소개해 주고 있었고, 사진 자료도 풍성하게 실려 있어서 동작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그 동작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좀 번거롭고 귀찮기는 해도 사진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동작도 동영상으로 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덕분에 운동을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장님이나 코치님에게 반복해서 여쭤보기 죄송한 상황에서 특히 도움이 될 것 같고, 동작을 더 정확하게 다듬고 싶을 때 반복적으로 동영상을 확인하면서 교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내가 앞으로 배우게 될 내용이 무엇인지를 미리 살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복싱이라는 운동원 원래 반복훈련의 연속이다 보니 중간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앞으로 배울 내용들을 미리 알아 두고 중간 중간 혼자서라도 훈련해 볼 수 있다면 지루함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딱 한 가지였는데, 'Tip'과 '주의사항'의 폰트를 너무 작은 것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그 정도 크기의 글씨가 읽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겠지만, 저처럼 노안이 온 사람들에게는 돋보기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읽는데 많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편집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운동 관련 도서 대부분이 흑백 사진 자료에 그림 설명 정도가 전부였는데, 칼라사진에 동영상까지 제공되니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씨는 바둑을 배우기 전에 바둑에 관한 책 오십 여권을 읽고 시작했다더군요. 그렇게 시작해서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아마 바둑 2단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운동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배우려면 이론부터 확실하게 바탕에 깔고 시작하는게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사람이든 선수가 되기 위해 시작한 사람이든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복싱에 관한 책이 몇 권 안 되는 현실 속에서, 게다가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책은 눈에 씻고 찾아 보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 책 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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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지옥에 가다
이서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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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는 신분을 가지고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이 시선을 끌었는데다가, 책 소개를 보며 과거에 읽었던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된 바람애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일어난 연쇄살인과 산사를 배경으로 일어난 연쇄살인이라니 뭔가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또 '장미의 이름'에서 예상밖의 범인과 살해 동기를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책도 나름대로 인상적인 결론을 보여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책은 그러한 기대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결론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범인이나 범행동기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살해 동기의 애잔함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비극적인 시대 상황(6.25 사변과 불교계의 내분)을  소설의 소재로 끌어 올 생각을 했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짜임새 있는 내용 전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도 무난했고,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감도 있었습니다.

 

다만 옥에 티라 할 만한 것이 주인공인 휘문 스님이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도문 스님을 떠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대화의 전개는 전혀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도문스님에게 던진 질문들은 대체로 두서가 없었고 자연스럽지도 않았는데, 지나치며 물어보듯이 자연스레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심문하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그 질문을 받는 도문 스님은 주인공의 질문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나를 의심하는 거냐고 화를 냈어야 할 만한 상황에서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한 두 곳 정도 더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만 좀 더 다듬어 준다면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장미의 이름'도 다시 개작해서 재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도 그렇게 해서 완성도를 더 높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절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보니 처음 접하는 불교 용어도 있었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불교의 다양한 교리들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비의 방법과 과정에 대한 설명, 특히 어떤 조건에서 사리가 만들어지는 것지에 대한 설명이 특별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비구와 대처승들간의 세력 다툼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스님들은 모두 다 독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처라 하여 가족들을 거느린 스님들도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다 크고 나서야 결혼한 스님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보니 원효 대사 이후로 대처의 풍습이 계속 전해져 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일제 치하에서 일본 불교의 영향으로 (사실은 정치적인 강압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만) 더 확산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잘 아는 만해 한용운도 대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이 대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절에서 몰아내려 했고, 그러한 가운데 결국 비구와 대처가 서로 다투던 끝에  다른 종단으로 나뉘어졌다고 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대처승들의 종파가 태고종이라고 하더군요.) 

 

책을 덮으면서 '장미의 이름'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류의 흐름을 타고 우리와 비슷한 비극을 겪은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동남아 국가들(특히 불교국가들)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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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2012년 12월 우리가 뽑아야 할 12번째 대통령
고성국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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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시점입니다.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박근혜를 찍으려 할 것이지만,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나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주변에 있는 십상시들에 대한 염려가 그러한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입니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서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해 오던 사람들 중에도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에게 마음이 기울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대선 구도가 삼파전이 된 것도 참 오랜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렇게 셋이 붙었던 1987년 대선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 김영삼과 김대중의 단일화 협상이 깨지는 바람에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더랬습니다. 이번에도 어쩌면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협상이 깨지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겠지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아마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문재인이 뒤를 이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김영삼을 닮은 이가 안철수이고, 김대중을 닮은 이가 문재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 정서상,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일수록 기회를 늦게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지려면, 정말 제대로 된 대톨령이 세워져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기대하기로는 브라질의 룰라 대톨령 같은 분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만, 지금으로써는 누가 그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만한 사람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저 막연하게 '나는 보수니까, 또는 나는 진보니까 이 사람을 찍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한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아 온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더 이상은 그런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대통령 후보를 찍을 것이냐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데에 있어서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가 진행을 맡아 보수 정치인 두 분(윤여준, 원희룡)과 진보 정치인 두 분(노회찬, 박영선)을 따로 만나 대담을 벌이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 중에서 그래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분들을 만나 이번에 선출되어야 할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들어 본 것입니다. 그런데 고성국 박사가 보수 정치인 두 분과 진보 정치인 두 분에게 질문한 내용들이 서로 다릅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측에 똑같은 질문을 던졌어야 맞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보수 정치인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진보 정치인들에게 던졌다면,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을 만한, 너무나 뻔한 대답이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행자가 양측에 대해 다른 질문을 준비한 것은 나름대로 고민해서 결정한,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잘 선택한 질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진행자가 보수 정치인들에게 질문했던 것은 과거의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두 분 정치인의 평가는 제가 보기에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보수 입장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들기를 하지 않았고, 공과의 비율에 대해서 내련 평가도 그다지 치우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는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평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두 분의 보수 정치인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었던 대통령의 자격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잘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윤여준씨는 '바람직한 국가통치능력이 있는 사람, 풍부한 이론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을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고, 원희룡씨는 '민주주의 리더십을 갖춘, 검증받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원희룡씨는 여기에 덧붙이기를 '인물도 인물이지만, 정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걸고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크게 잘못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 같아 보였습니다. 

 

진행자가 진보 정치인들에게 질문했던 것은 조금 복잡하고 다양했는데, 진행자의 질문은 '진보가 뭐냐,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냐, 민주통합당의 현재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주사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나꼼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두 분도 대선에 출마할꺼냐'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진보 정치인 두 분의 대답도 상당히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진행자의 질문이 보수 정치인들과의 대담과 비교했을 때, 진보적 입장의 두 분이 느끼기에 조금은 아픈 곳을 찔러 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진행자로서 어느 한편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보여 준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분의 진보 정치인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었던 대통령의 자격은 '경제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노회찬씨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대답했고, 박영선씨는 '기회균등과 공정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제119조(경제 민주화 조항)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박영선씨는 여기에 덧붙여 '그 사람이 무엇을 해 온 사람인지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두 그룹의 답변을 비교해 보면 보수 정치인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한 반면에, 진보 정치인들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정치인들이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 때와 같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을 맡았다가 모피아들에게 휘둘리고, 삼성장학생들에게 휘둘리는 가운데 경제를 망치는 일이 다시금 반복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뽑아야 할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국정 운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가 볼 때에 대통령 후보 세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그 기준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도 준비되지 않았기는 마찬가지라고 평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 모두가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수준에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분들 가운데에서 그나마 나은 인물을 찍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원희룡씨가 지적했던 것처런 또 다시 인물에 기대는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만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후보들을 앞에 두고 헛된 기대에 들떠 있는 분들을 보면 측은하기도 합니다. 누구를 뽑든 일 년이 못 되어 실망하고 욕하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라 경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욕을 먹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아마도 차기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계속해서 경제가 추락할 것이고, 차차기 대통령이나 그 다음 대통령 즈음에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되는 분은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분이 아닌 이상 국민들의 욕을 먹으며 임기를 마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저로서는 제가 뽑고자 하는 그분이 차라리 이번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책에 대한 소감보다는 제 생각을 너무 많이 늘어 놓은 듯 싶습니다.. 저로서는 이 책을 통해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를 논리적으로 일관된 흐름 속에서 들어 볼 수 있었고, 또 현 시점에 있어서의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유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에는 너무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의 내용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이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기를 원하는 분들이 읽어보면 다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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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 - 작은 정부가 답이다
존 스토셀 지음, 조정진.김태훈 옮김 / 글로세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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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이렇게 열받아 보기도 오랜만입니다. 저자의 의도적인 거짓말인지, 아니면 저자의 시야가 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이 눈에 뜨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자의 지적 가운데 옳은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대체로 무능하거나 틀렸고, 시장(또는 기업이나 개인)은 언제나 유능하고 또 옳다'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화가 계속해서 눈에 거슬렸습니다.


저자는 자신도 처음에는 정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업의 비리를 밝히고 정부의 통제를 요구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점차 정부의 무능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시장의 기능을 점차 신뢰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정부에 대해 잘못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입장이 전형적인 자유시장주의자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족벌 자본주의를 지양하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망할 기업은 망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등의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가르침'을 대조하면서 왜 전자가 틀렸는지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옳다고 말하는 '현실적인 가르침'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 더 옳다고 느껴졌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자의 주장 가운데 '정부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고 '정부는 개인보다 돈을 제대로 못 쓴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는 정부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정부는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다시 회복시켰습니다. 미국의 대공황이 자유주의 경제 상황 하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주식거래에 대한 규제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파산을 선고받은 정부도 있지만 파산을 선고받은 수많은 개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정부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모여 이룬 조직이라는 점 역시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만한 기업은 방만한 개인들의 작품이며, 방만한 정부 또한 방만한 개인들의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이 모여 기업을 이루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이 모여 정부를 이루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옳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기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여주는 반면 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주장 가운데 '장애인에게는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은 틀렸고 '그러한 보호는 장애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것도 그 보호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정부에서 장애인들에게 의족이나 전동휠체어 같은 것을 지원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건축에 있어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ADA(장애인 보호법)에 의해 야기되었던 한 가지 사건을 예로 들어 장애인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저급한 소송 남발 문화가 문제이지 ADA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시행되면 모두가 평등한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은 틀렸고 '모두 평등하게 이류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이 옳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일부 국가(영국가 캐나다)의 부정적인 사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상당히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아마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미국의 의료보험에 있어서 직원들의 의료보험을 (혜택을 보는 당사자인 개인이 아니라)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제도로 인해 환자들의 무분별한 치료 요구가 증가됨을 통해 재정낭비가 심화되고 있고, 그 결과 계속해서 의료보험료가 상승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에 본인부담금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난치병의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의 비율을 어느 정도 이하로 제한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정말 열받게 했던 내용 한 가지는 '방사능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는 생각은 틀렸고 '방사능은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저자는 방사선 처리를 식품 안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라는 책을 보면 카길사에서는 분쇄육을 암모니아로 살균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도축 과정에서 고기가 대장균에 오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암모니아 살균으로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완벽하게 살균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오마하 스테이크사의 경우에는 분쇄육에 방사선 살균을 하기 때문에 세균도 없고 맛도 좋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분쇄육이 더러운 환경 속에서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소들은 똥으로 범벅이 된 채 도살장에 도착하는데, 이런 더러운 소들을 도축하게 되면 그 고기가 대장균에 오염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리 깨끗하게 씻긴 소라 하더라도 그 내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장균에 오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사선 조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똥에 방사선 조사를 해서 대장균들을 다 죽이면 그 똥은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저자의 주장 역시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도축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모든 유럽 국가에서는 전수검사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우병이 발생했던 영국에서 생산된 소고기보다 미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더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지적한 내용 중에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예로 들었던 다양한 규제들 가운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까다롭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규제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총기규제에 대해서까지 문제삼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규제하지 않았다면 묻지마 살인에 의해 벌어진 잔혹스러운 살인의 희생자들이 얼마나 더 크게 늘어났을지 모릅니다. 왕따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총기를 학교에 가지고 가서 급우들을 살해하는 사건도 무수하게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저자는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총기소지가 허용된 나라들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듯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무자격 목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그리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단기간의 속성 과정을 거쳐 목사가 된 다음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농락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성도들이 스스로 검증해서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나 교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자의 관점(소비자는 똑똑하니 불량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불량기업을 외면할 것이다. 그러니 규제는 필요없다. 시장에 맞겨 두면 된다.)에 따르면 '사람들은 똑똑하니 스스로 알아서들 무자격 목사를 분별해서 그들로부터 떠날 것이다'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사기꾼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몸까지 갖다 바칩니까? 그런 점에서 '개인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그저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청교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청교도들이 개척한 플리머스 식민지가 '공동생산 공동분배 제도'로 인해(그로 인한 게으름 때문에) 거의 굶어죽을 지경에 처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그 후에 거주민들에게 각자의 땅을 갖도록 허용하자마자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전형적인 증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말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 정착자들이 처음에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추구했던 것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경은 분명히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고, 자발적인 나눔만을 장려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약시대에는 각 가문, 각 가정 별로 나누어 받은 땅을 영원히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사회안정망까지 구축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문제가 심각한 나라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의 글을 보면 미국정부는 필요한 규제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를 더 많이 만들어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었고, 미국인들은 이기심에 사로잡혀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든 얻어내 날로 먹으려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사회는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지않아 대규모의 재정 붕괴를 통해 망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대처 방법 역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로서 절대적으로 부적합하며, 차라리 북유럽 국가들을 모델로 삼는 것이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유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주장 대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에 별 한 개를 주기도 아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네 개를 준 것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수주의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주의자도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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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sdnaka10 2020-07-10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