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튜이션 - 40년간 연구한 인지과학 보고서
게리 클라인 지음, 이유진 옮김, 장영재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시험을 보다가 정답을 써 놓고도 왠지 틀린 것 같아 답을 고치는 바람에 틀려버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답을 고쳐서 맞았다는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쓴 것이 정답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도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비교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직관적으로 내려진 결정이 그렇지 않은 과정을 거쳐 내려진 결정보다 더 탁월한 결정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처럼 직관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 사람도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그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상황들과 현재 마주치고 있는 상황 간에 존재하는 차이점에 대한 인지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경험이 쌓여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직관적인 판단이 더 정확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담을 종합해 만든 교육 매뉴얼이 체계적인 이론에 근거해 만든 교육 매뉴얼보다 신참자들을 교육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이 이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경험들이 많이 쌓여 있어야만 순간적으로, 즉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에 시간이 아주 넉넉하게 주어져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직관적인 결정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고, 이러한 직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례 교육이야말로 체계적인 이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내용 가운데 그러한 실제적인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자기들이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자기들의 연구소를 홍보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용어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용하고 있었던 점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은 내용도 많았는데, 결론에 가보니 거기에 다 설명이 되어 있더군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는 먼저 결론부터 읽어보고 난 다음에 앞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