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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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샘과 시바클럽


한정영 지음

조용석 그림

시공사 펴냄



5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인 나는, 요즘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는다. 아이가 점점 커 감에 따라 자연스레 내가 같이 읽는 책이 청소년 대상의 책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자꾸 읽게 되는 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되돌아 보게 되기도 하딸아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하게 되고 응원을 해주고 싶은 따뜻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국 엄마'고 영락없이 잔소리와 훈계로 내 사고방식에 아이를 끼워맞추려는 경향이 다분한 어른이다. 나는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의 끝자락 세대인데 그때는 정말 학생들에게 '가만 있으라'는 방식의 교육이 주로 통하는 시대였기에, 그렇게 가르침을 받아왔기에,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이의 선택을 지지하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며 아이를 폭넓게 이해주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에서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보면 덕선의 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를 간 보라나 바둑의 길로 들어서서 기사의 꿈을 꾸는 택이처럼, 공부를 성공적으로 해내거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선택하여 소신있게 진로를 개척하거나 하는 지향점이 나에겐 부족했던 것 같다. 큰 거부감 없이 학교 중심으로 해당 학년의 공부 과제를 해나갔던 정도.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친구와의 소통도 불완전했던 것이 정말 둘도 없을 것 같은 친구였다가도 (서로가 불안한? 시기였기에) 서로 토라지고 갈등을 겪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내 속내를 보여줄 수 있고 위로해주며 공감해줄 수 있는 어떤 존재가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 많이들 하는 말로 '멘토'라고 해야하나..


청소년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들이 아이들에게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 문학은 스토리를 통해 '그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기에 청소년들이 친구 삼아 가까이 두고 즐겨보기에 더할 나위 없지 않냐는 거다. 멋진 나비가 되기 까지, 껍질을 깨고 나오기 까지 부딪히고 상처나는 과정들을 이겨나가는 아이들에게 쉼터 같은 존재가 돼줄 수 있지 않겠나. 과연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청소년 소설을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으면 찾으리라. 구하면 받으리라. 문을 두드리면 열리리라.'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어떤 존재가 나에게 눈맞춤을 해줄지 두루 살펴보았으면 한다.


『짝퉁샘과 시바클럽』제목도 참 강렬하다! '시바클럽'이라니. 눈에 확 들어오는 이 구미 당기는 제목. 자꾸 제목을 읽어 보고 싶은 제목이 아닐까? 아님 말고.. 아마 어떤 독자는 제목을 읽으면서 짜릿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평소에 바르고 고운 말을 즐겨쓰는 독자일수록 말이다. 아까 청소년 문학을 멘토같은 존재라고 애기했지만, 멘토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꼰대 스타일을 상상해선 안된다. 그래서야 어떻게 이 시대에 청소년의 멘토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음을 몸소 제목에서 보여준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바클럽'은 시바클럽이고, 짝퉁샘은 뭐란 말인가. 짜릿함과 뭔가 캐고 싶은 느낌을 한꺼번에 던져주는 이 소설은 카툰 스타일의 일러스트로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을 땡겨준다.


표지에 등장하는 이 네 명의 캐릭터들은 누구며, 짝퉁샘과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궁금함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알아봤지. 미소는 '의심을 품고' 태극이의 뒤를 밟는 캐릭터지만 왠지 미소에게는 '정의'이라는 오지랖의 탈을 쓴 온정적인 마음이 있다는 것을. 태권도를 같이 다니면서 단짝처럼 붙어다니던 태극이는 왜 변한 것인가? 그것도 일진으로 온갖 '불법'을 다 저지르면서. 태극이를 쫓으면 쫓을수록 미소는 태극이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된다. 미소의 이런 마음이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힘이 아니었을까?


비비탄 총 덕후인데다 '잡기'에 능한 다림이, 왕따에서 태극이 셔틀로, 그리고 반장까지 하면서 파란만장한 경험을 쌓은 세민이. 아내를 떠나 보내고 분식집을 운영하는 미소 아빠. 그런데 그냥 단순한 분식집이 아니다. 특별한 손님을 모실 때면 늘 메뉴판에 없는, 본전도 안 나올 새로운 스타일의 메뉴를 내놓기 때문. '솊'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한 분식집 주인이다. 단골 손님으로는 다림이, 세민이, 담임선생님 등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트렌디한 문화 코드에 맞고 굉장히 특색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태극이와 짝퉁샘의 관계. 태극이를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짝퉁샘은 연세가 지긋한 영어 선생님이다. 영어 발음을 70년대 스타일로 유지하고 계시기 때문에 짝퉁샘이란 별명을 얻게 되신 것. 꼰대여도 굉장한 꼰대일 만큼의 연세를 잡수신 분인데, 유독 태극이한테만은 천사가 따로 없을 만큼 애정을 갖고 계시다. 왜 그럴까? 그것은 태극이와 짝퉁샘에게는 '베트남'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더 이상 낯선 경계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한국말을 하고 한국음식을 즐기고 우리 문화를 함께 나누는 이들이다. 더불어 살아야할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따가운 시선 때문에 아픔과 상처를 가진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안될까? 오지랖 넓은 미소처럼 말이다. 누군들 낯선 곳에 가면 차가운 시선을 받지 않겠나. 상대의 마음을 보듬어줄 때 서로의 마음은 통한다. 다른 것을 인정해주고 받아들일 때 소통의 폭이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미소가 태극이를 의심하다가 이해하는 지점에서 세민이와 다림이는 황당해한다. 그러나 태극이의 상황을 알게되고 그동안의 태극이의 '비행'의 앞뒤 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모두가 힘을 합치게 되고, 곤경에 빠진 태극이의 엄마를 구할 수 있었다.


미소가 태극이를 이해하는 과정에 시종일관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 스토리의 전개는 매우 박진감 넘치고 유머러스했다.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아주 최적화 되어있다. 미소의 태극이에 대한 '이해'가 극도로 부정하는'애정'으로 바뀌는 달달한 결말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어디 청소년들만의 이야기겠는가. 서로 다른 것을 불편해하고 외면하며 심지어는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어른들을 꼬집는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러나 어딘가에는 천사가 있다. 나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존재. 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주는 친구. 알고보면 매우 따뜻한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현실적인 아픔과 위기를 가진 인물, 그리고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주는 멘토, 정의로 포장된 숨겨진 애정을 가지고 추적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다.


이 책을 읽을 무렵, 서천석 선생님(소아정신과 전문의)의 포스팅을 같이 읽게 되면서 와 닿은 문구가 있다. 아이와 부모를 두고 하신 말씀 같은데.. '너와 나'와의 관계로 생각하고 읽어보면 어떨까. 『짝퉁샘과 시바클럽』을 읽고 느낀 감동이 뭉클하게 정리가 된다...


아이만 잘못하지 않는다.
나 역시 늘 잘못한다.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가까운 관계란 결국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

격려하며 나아가는 사이다.
어둠 속에 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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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한국사 필독서!! 여러 시리즈를 읽어봤지만, 물론 다 장점들이 있지만..
결국은 이 책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되더라구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복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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