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샤쓰 동화 보물창고 29
방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5월이면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 챙겨야 할 날이 더 많다. 5일 어린이날 바로 다음날이 울집 공주 생일이나 관계로 선물을 준비하는 일도, 맛난 음식을 먹는 일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올해도 어찌하다 보니 어린이날 따로 생일 따로 챙기느라 적잖은 출혈이 있었던 엄마 아빠는 내년부터는 한날에 보내는 걸로 생각해보자는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반면 하은양은 이리 좋은 날을 연이어 보낼 수 있는 어린이날을 만들어주신 방정환 선생님께 무한 감사를 드려야하지 않을까...^^

 [칠칠단의 비밀]에 이어 두번 째로 만나보는 방정환 선생의 책이다. 1부 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사랑과 희망, 웃음을 잃지 않길 바랐던 방정환 선생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는 네 편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고, 2부 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 다섯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기존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유난히 더웠던 날 아이를 기다리며 학교 도서관 앞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슴이 저릿저릿 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지금 시대의 감성으론 절대 표현할 수도 그 느낌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그 시대의 아픔과 삶의 고단함들이 너무나 유쾌하게 그려져있어 오히려 더 강력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대가 아이들을 모두 철들게도 만들었겠지만, 어려운 중에도 내 한 몸 사리기 보다 늘 주변을 돌아보았던 그 옛날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고 귀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들을 읽다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둠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우리민족의 저력이 아니었는가 싶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하면서까지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방정환 선생의 열정과 헌신은 이미 밝은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암울한 중에 심겨진 희망이라는 씨앗이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만개하도록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네의 일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5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2년 6월 14일 일기장의 이름인 키티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씌여지지 않았다. 그 끝을 알면서도 마지막 장이 가까워 올수록 '아... 안네의 일기를 계속 볼 수 있다면...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에 겨워하는 안네의 종알거림을 더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지막 일기를 기록한 날로 부터 불과 두 달 전 "오늘은 디데이입니다." 라는 영국 방송의 발표에 드디어 자유를 얻는가 하는 기대 속에 흥분하던 안네의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몇 해 전 아들녀석과 보았던 '디파이언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강인한 리더쉽으로 피난민들을 이끌어 냈던 영웅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의 도입부 부터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라는 듯 생생한 장면으로 장식되었던 것이 기억된다. 절망 뿐이고 희망의 한 자락도 발견할 수 없는 지옥같은 곳에서도 뱃속의 아이가, 새로운 생명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대사가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안네의 일기 속에서도 그러한 희망은 살아있었다. 어쩌면 흑암속에서 고개를 드는 희망이라는 불빛이었기에 더 밝고, 또 안타깝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잃지 않았던 발랄함과 유쾌함, 흔히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똑소리 나는 야무짐 어느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안네의 재치넘치는 글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어린 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 될 수 없고,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무참히 죽어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안네와 같이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천사같은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 일은 더더구나 없어져야 한다.
 
 아직 전쟁을 겪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태위태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네의 일기를 보면서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아슬아슬한 평화마저 얼마나 감사한지 절감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문고판) -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 작품 수록 네버엔딩스토리 21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달달 외우려고 애쓰지 않았어도

늘 암송하고 다니지 않았어도

죽는 날까지~ 로 시작하면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까지

단번에 읊게 되는 시가 바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에서

 

’별 헤는 밤’ 역시 ’서시’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인데

너무 길어 읊을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아 아쉬울 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이라 자신이 살아온 날을 꼽으며 써내려 간

’참회록’을 읽어보면

자기 성찰을 통해 진실된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나이에 이렇게 자기성찰을 통한 참회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오고가다 곧 정지한다.

일제강점기란 암울한 시대를 만나 청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치며

그의 손에 의해 씌여진 작품들마다 

가슴아픈 현실에 얼마나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구절구절 진통의 흔적들이 절절하게 베여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문고본으로 다시 엮어 내는 까닭은

어린 시절에 처음 소유하게 된 시집을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늘 곁에 두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이다. -엮은이의 말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는 아들녀석

’서시’는 들어봤다며 알고 있었고

책을 쭉 훑어보고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는 말을 한다.

아이는 곧 청소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암울한 시대를 살며 고뇌하고 갈등하던 중에도

자유와 순순한 미래를 그렸던 시인의 마음과 조금씩 마주하게 되겠지...  

 엄마처럼 성인이 되어가며

가슴팍에 아련하게 남게 될 시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면서 매일 학교 도서실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되었다. 아이를 기다리며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기도 하고, 내 눈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역시 그렇게 읽게 된 책이었다.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너무도 대견스럽게 잘 지내주었던 미르 바우 소희의 이야기를 덮으며 그 뒷 이야기가 궁금했더랬는데 10년 만에 달밭마을 삼총사 중 소희의 이야기가 '소희의 방'으로 출간되었다. 

 전체적인 내용을 먼저 훑기 위해 책장을 펼쳤지만 멈추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훌쩍 자란 소희는 여전히 야무지고 씩씩한 모습 그대로 였지만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달밭마을에서와 비교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고 있지만 달밭마을에서 만큼 행복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떼놓고 지낸 딸을 만난 엄마라고는 믿기 힘든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랭한 소희엄마의 태도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텐데... 그런 엄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하는 소희의 몸부림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읽어갈수록 소희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엄마의 싸늘한 말 한마디에 덩달아 싸해지면서 아파왔고 서운해왔다. 이젠 아이답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으련만 다시한 번 힘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소희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엄마를 배려하려 하기보다 아이답게 좀 더 일찍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이름의 아픔과 설움들을 또 부푼 기대감을 모두 쏟아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어쩌면 소희도, 엄마도 서로 그러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곯았던 상처가 터져 버린 날, 소희도 엄마도 아프긴 했겠지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겉돌기만 하던 소희가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섞일 수 있는는 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떠한 유형의 가족이 되었든 갈등이란, 행복이란 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치러야 하는 약간의 댓가라 생각하게 한다.

 달밭마을에서 사는 내내 소희 안에 숨겨왔던 본능이 드러나면서 겪는 갈등은 소희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꼭 재혼가정이 아니라도 이 시기를 거치며 겪을 수있는 수많은 이름의 갈등속에서 한뼘씩 자라갈 아이들의 모습을 소희를 통해 본 것 같아 여러 생각이 교차했고, 배운 점도 많다. 억압되어있고, 눈치보는 것에 익숙해 어느 곳에서든 살아가는 방식을 나름 깨우친 소희지만 이젠 그 어느것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갈 소희가 기대된다. 어른아이가 아닌 15살, 아니 이제 16살 소녀의 모습으로 어여쁘게 살아갈 소희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푸른책들은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이다. 그에 걸맞게 좋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매 년 '푸른문학상'을 통해 좋은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 작품 속 '외톨이', '캐모마일 차 마실래?'가 올해로 8회를 맞는 '푸른문학상'의 수상작이고, 역대 수상작인 '한파주의보'까지 총 세 편을 만나볼 수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푸른책들에서 만든 책들이 교과서에 꽤 많이 실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 관심이 이렇듯 푸른책들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젠 정말 사춘기라는 터널에 진입한 아들녀석과 심심찮게 마찰을 경험하게 된다. 늘 아이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그러한 주제라면 눈 크게 뜨고 귀 쫑긋 세워가며 열의를 보였건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모자란 엄마이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집어 들면 지금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사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어 늘 나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책이 바로 푸른책들의 미래의 고전, 푸른도서관 시리즈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책 표지 속 남자 아이와 갑자기 훌쩍 커버린 아들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살갑게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생물학적 성장을 겪고 있을 뿐 주인공들과 같은 내적 갈등을 겪는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이제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으니 조금 때이른 생각이긴 하다.  '외톨이', '캐모마일 차 마실래?' '한파주의보' 각기 상반된 색깔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뒤쫓게 만드는 매력있는 책이다. 청소년 문학은 꼭 부모들이 먼저 읽어보라 말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