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면서 매일 학교 도서실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되었다. 아이를 기다리며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기도 하고, 내 눈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역시 그렇게 읽게 된 책이었다.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너무도 대견스럽게 잘 지내주었던 미르 바우 소희의 이야기를 덮으며 그 뒷 이야기가 궁금했더랬는데 10년 만에 달밭마을 삼총사 중 소희의 이야기가 '소희의 방'으로 출간되었다. 

 전체적인 내용을 먼저 훑기 위해 책장을 펼쳤지만 멈추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훌쩍 자란 소희는 여전히 야무지고 씩씩한 모습 그대로 였지만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달밭마을에서와 비교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고 있지만 달밭마을에서 만큼 행복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떼놓고 지낸 딸을 만난 엄마라고는 믿기 힘든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랭한 소희엄마의 태도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텐데... 그런 엄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하는 소희의 몸부림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읽어갈수록 소희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엄마의 싸늘한 말 한마디에 덩달아 싸해지면서 아파왔고 서운해왔다. 이젠 아이답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으련만 다시한 번 힘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소희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엄마를 배려하려 하기보다 아이답게 좀 더 일찍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이름의 아픔과 설움들을 또 부푼 기대감을 모두 쏟아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어쩌면 소희도, 엄마도 서로 그러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곯았던 상처가 터져 버린 날, 소희도 엄마도 아프긴 했겠지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겉돌기만 하던 소희가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섞일 수 있는는 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떠한 유형의 가족이 되었든 갈등이란, 행복이란 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치러야 하는 약간의 댓가라 생각하게 한다.

 달밭마을에서 사는 내내 소희 안에 숨겨왔던 본능이 드러나면서 겪는 갈등은 소희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꼭 재혼가정이 아니라도 이 시기를 거치며 겪을 수있는 수많은 이름의 갈등속에서 한뼘씩 자라갈 아이들의 모습을 소희를 통해 본 것 같아 여러 생각이 교차했고, 배운 점도 많다. 억압되어있고, 눈치보는 것에 익숙해 어느 곳에서든 살아가는 방식을 나름 깨우친 소희지만 이젠 그 어느것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갈 소희가 기대된다. 어른아이가 아닌 15살, 아니 이제 16살 소녀의 모습으로 어여쁘게 살아갈 소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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