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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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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아 내용이 더 궁금했던 이 책은 독특한 책 제목 만큼이나 장르 또한 신선한 해양 판타지 성장소설이다. 뿔치는 용이 승천한 자리를 피로 더럽힌 채 태어났다는 이유로, 살강이는 얼굴이 곰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부정한 존재로 낙인 찍혀 손가락질을 받고 급기야는 이무기 골짜기에 제물로 던져지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들의 부정의 낙인을 벗어버리려 용궁을 찾아 나서면서 겪게 되는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성장이야기이다.
 
 공포에 질려 도망하는 아이들의 모습, 금방이라도 아이들을 삼킬듯이 아이들을 노려보는 이무기의 서슬퍼런 눈, 바다를 누비는 해적선과 해적들... 모든것들이 이내 눈 앞에 보이는 듯 펼쳐진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말이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읽는 것을 그만둘수도 없다. 이 아이들이 이 험난한 여정을 어찌 버텨낼까, 어찌 자신들의 운명과 담판을 짓게 될것인가 궁금하다 못해 조바심이 났다.
 
 한마디로 혹독한 성장기를 거친 뿔치와 살강이가 한없이 가엽고 안쓰러웠다. 거친 바다를 무대로, 거친 뱃사람 그것도 해적들을 대상으로, 모진 풍파를 경험하는 두 아이들이 눈물겨웠다. 호시탐탐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며 숨소리 까지도 숨길 수 없는 사악한 존재와의 동행... 이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아이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 아팠다. 위험할수도 무모할 수도 있는 모험일라까, 도전이랄까... 아니면 모두가 거부하고 낙인을 찍어버린 그 부정이란 것을 떨쳐버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달까 그것들이 눈물겹게 다가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믿었던 신앙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을 부정으로 몰아갔고 죽음으로까지 내몰아갔다. 이렇게 부끄럽고 이기적인 모습의 어른이 어디 이들뿐일까... 무언가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면 왜 내가 아닌 다른 것에서 문제를 찾으려 하는 것인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은 없다.
 
 뿔치와 살강이와 함게 나 역시 숨가쁘게 동행을 마칠 무렵 만난 놀라운 반전이 한 편으론 허무하게도 다가오지만 뿔치와 살강이의 그 고되고도 치열했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진 않았을 것이다. 내 인생의 주체는 온전히 나여야만 하는 것을, 누가 누구를 함부로 정죄하거나 옭아맬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거짓말처럼 뒤바뀐 자신들의 운명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뿔치와 살강이의 모습이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을텐데, 다 포기하고 싶었을텐데 너무도 잘 이겨내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과 대면한 아이들을 마음속 깊이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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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걸 푸른도서관 35
이은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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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은 다른 부모가 되리라, 적어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욕심으로, 속물근성으로 양육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사춘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을 겪는다 해도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두 팔 벌려 안아주리라 다짐도 했건만, 본격적인 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겁을 집어 먹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렇기에 청소년 소설집에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가는 것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곧 닥칠 내 아이의 모습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쩜 눈치도 못채는 사이 혼자서 치열하게 사춘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르지...
 
 중학생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4편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지금 아파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까?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의 깊숙한 내면의 아픔들을 그려내는 것에 적잖은 고민과 어려움이 따랐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혹 또래 자녀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책 말미에 애태운 지난날을 회상하며 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작가의 글이 와닿는다. 작가처럼 예리한 눈을 갖고, 아니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이 시기를 좀 더 지혜롭고 유연하게 지날 수 있을까? 아니면 치열하게 싸우고 견뎌내야 얻어낼 수 있는 마치 해산의 고통 뒤에 따라오는 결과물과 같은 것일까...
 
 청소년들에게까지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는 팬덤문화, 성적의 굴레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 유학으로 인해 해체된 가족 이야기 등 역시나 청소년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재들은 이미 많이 다루어져 왔고 익숙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것들이다. 아픔을 지닌채 문제를 만난 아이들, 또 문제를 만드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 하나같이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다른 것들로 채워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채워지지 않는 각각의 허기들을 채워가야하는 것은 아이들과 부모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몫으로 언제까지나 남겨져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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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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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읽기 쉽지 않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손에서 책을 놓기 힘들었다. 다 읽고 난 후 느낌이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아쉬움... 
   
 책장을 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 구수하면서도 정감있는 전라도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다. 친정엄마가 전라도 사람 이었어도 서울 사람이나 다름 없었기에 사투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았지만, 시댁 어른들이 전라도 분들이라 이젠 구수한 사투리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서울 토박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해보라면 그래도 흉내정도는 낼 수 있고, 조금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책 속에선 상당히 고난위도의 걸쭉한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다. 뚜꺼운 이 책을 지루하다는 생각없이 읽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밤나무정마을의 어느 밤 고향을 떠났던 기판이가 피 투성이가 되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 되지만, 곧바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며 기판이의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들, 친구들, 이웃사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안촌 마을로 안내한다. 기판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 과부의 신세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할머니의 고된 하루 하루가 아프게 다가왔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오로지 자식의 앞날만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 시절 뿐 아니라 어느 시절을 막론하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한다.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안골댁, 바로 기판이의 어머니이다. 시집 간 언니들을 대신해 아버지와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키 작은 김쪼간네가 둘째 아들의 색시감으로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윗 동서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자신은 딸을 낳고 형님이 아들을 낳으면서 한층 더 수위를 높여 몹쓸 짓을 도맡아 한다. 지성을 들인 끝에 낳은 아들 기판이를 향한 그릇 된 모정은 그야말로 남아선호, 남존여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기판이는 어머니의 과잉보호의 당연한 결과물인냥 소심함의 전형을 보여준다. 친구들의 놀림으로 불리기 시작한 판철이라는 이름조차도 안골댁은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세상을 판치고 살라는 뜻으로 급기야 아들의 이름을 판철이라 부르기까지 이르지만, 기판이는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판철이를 길러내고 있는지... 나는 판철이 엄마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늘 친구들에게 끌려 다니고, 무시 당하고 조롱 당하던 기판이가 우연한 싸움에서 그동안 참아 왔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기판이로 변하게 된다. 자신을 이제 기판이가 아닌 판철이라 불러달라는 이야기에선 왠지 서늘해졌지만, 기판이의 소심하고 그늘진 모습 이면에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 예감이 맞았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고 결국 기판이는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판철이로 살기로 작정하고 불행한 인생으로 뛰어 들게 되면서 아쉬움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결과를 몰고온다.  

 구수한 사투리와 더불어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 기판이 부모님의 혼인을 앞두고 함을 가지고 옥신각신 하는 풍경, 신랑 발바닥에 매질하는 풍경,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등 지금 아이들에겐 생소한 옛 모습들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재미와 더불어 알아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렇듯 정겹고 따뜻하기 까지 한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기판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할수만 있다면 거부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프고 아픈 이야기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판철이로 살아야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결말을 꿈 꿔 보기도 했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기도, 그래서 행복하다는 말이 왜 떠오르는 것인지.... 그래서 책장을 덮으며 한없이 아쉽고 또 아쉬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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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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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은 최초의 한국인 이미륵...  유창하고 간결한 독일어로 한국의 풍습과 인정을 그린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압록강은 흐른다] 역시 독일에서 최우수 독문소설로 선정되어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알려져있었나 새삼 궁금해졌다.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있었기에.. 그래도 외국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그들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전하고 또 호평까지 받았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그지 없다. 
 
  사촌 수암형과 함께 보낸 유년 시절, 미륵의 가족과 그 외 식구들, 구식교육과 신식교육을 모두 경험했던 이야기, 일제 탄압, 그 탄압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 독일에 도착하여 생활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 이야기를 읽고서, 무뚝뚝하고 그리 자상해 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끈임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미륵으로 하여금 신식교육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는 것이 그 시대의 상황이나 모든 여건을 짐작했을 때 앞서가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방향을 뭐라고 하지?" "동, 서, 남, 북."
"색깔은 어떤 게 있지?"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 흰색, 검은색."
"계절은 어떤 순서로 되어 있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엔 어떤 것들이 아름답지?" "산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골짜기마다 뻐꾸기가 노래하네."
"그래, 맞았어. 그럼 여름은 왜 아름답지?" "밭에는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담장에는 수양버들 푸르러지네."
"가을엔 어떤 게 아름답지?" "시원한 바람이 들에서 속살거리고, 마른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달은 호젓한 뜰을 비추네."
"잘했어. 겨울엔 어떻지?" "언덕과 산에 흰 눈이 쌓이고, 오솔길에는 나그네 하나 보이지 않네." -본문에서-
 늘 동생을 가르치길 좋아했던 셋째 누이의 질문과 그의 답하는 미륵의 대화 속에 우리의 정서가 그야말로 흠뻑 담겨있다. 

  그의 유년시절도,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힘들었던 청년시절도 결코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소박하고 푸근함이 가득한 책 내용이 마치 정겨운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듯 편하기까지 했으니 약간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이미륵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고 간결하게 소개하듯 풀어놓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여겨진다. 이 책을 읽는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왜 긴장감이 없고, 두려움이 없었을까... 유년시절 고향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청년이 되어가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과 도전이 꿈틀대는 것을 보면서 일제치하의 고통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또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이것이 결국 낯선 이방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진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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