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우리집은 다른 집보다 챙겨야 할 날이 더 많다. 5일 어린이날 바로 다음날이 울집 공주 생일이나 관계로 선물을 준비하는 일도, 맛난 음식을 먹는 일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올해도 어찌하다 보니 어린이날 따로 생일 따로 챙기느라 적잖은 출혈이 있었던 엄마 아빠는 내년부터는 한날에 보내는 걸로 생각해보자는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반면 하은양은 이리 좋은 날을 연이어 보낼 수 있는 어린이날을 만들어주신 방정환 선생님께 무한 감사를 드려야하지 않을까...^^ [칠칠단의 비밀]에 이어 두번 째로 만나보는 방정환 선생의 책이다. 1부 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사랑과 희망, 웃음을 잃지 않길 바랐던 방정환 선생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는 네 편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고, 2부 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 다섯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기존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유난히 더웠던 날 아이를 기다리며 학교 도서관 앞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슴이 저릿저릿 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지금 시대의 감성으론 절대 표현할 수도 그 느낌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그 시대의 아픔과 삶의 고단함들이 너무나 유쾌하게 그려져있어 오히려 더 강력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대가 아이들을 모두 철들게도 만들었겠지만, 어려운 중에도 내 한 몸 사리기 보다 늘 주변을 돌아보았던 그 옛날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고 귀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들을 읽다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둠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우리민족의 저력이 아니었는가 싶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하면서까지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방정환 선생의 열정과 헌신은 이미 밝은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암울한 중에 심겨진 희망이라는 씨앗이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만개하도록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