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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쓰쿠모가미라는 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혼을 갖게 된 물건을 가리킨다. 쓰쿠모가미 = 부상신. 이 책의 부제를 보면서 부상신이 무엇인지 한참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의미의 단어가 없으니까.
<참외선인>에 나오는 첫 에피소드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노인이 참외수레를 운반하는 병사들에게 참외를 나누어주길 원했으나 거절당하고 그 참외씨를 얻어 물어 붓자, 참외들이 주렁주렁 나타났다는 얘기. 그리고 그 참외는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다 나누어 먹어도 차고 넘쳤다는 다음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 노인이 사라지고 나자 수레의 참외들이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얘기. 그렇다 우리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동화지만 이것이 일본에서 유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차용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이야기로부터 이번 3편은 시작되고 있었다.
<가모가와 강변에서 비단함을 건네는 여자의 이야기>는 다소 괴기스럽다. 어느 날 다카코의 하인이 정체모를 여자에게서 받은 상자안에는 눈알과 남근과 껍질채 벗겨낸 머리가죽이 들어 있었고 그 중 머리가죽은 다카코를 노리며 저택에 잠입한다. 상상만으로도 오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머리가죽이 제 혼자 돌아다니다니..결말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빈약했지만 오싹한 소재임에는 분명했다.
세이메이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초탈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주 쓸쓸한 모습이기도 하다. 야오의 말처럼 "남들과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도, 남들보다 무언가가 뛰어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쓸쓸한 것은 세이메이 님. 당신도 마찬가지시지요."라고. 이 한 문장이 정말 세이메이를 쓸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때로 세이메이는 시인처럼 변하기도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옮겨가는 것..계절이로군"이라는 제법 운치 있는 대사도 흘러나온다. 그에게 삶이란 치열한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고 그 속에서 헤엄쳐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멀리서 관망하다가 가끔 신경써줘야할 그런 것들에 지나지 않는듯 했다. 그의 이런 기이함 때문에 그는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것처럼 보인다.
쓰쿠모가미. 여기에는 원혼이 있는 사람부터 쓰쿠모가미형태의 원혼들도 많이 등장한다. 오랜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이 아니지만 혼을 가지게 된 것들..어쩌면 원혼이 있는 인간보다는 덜 무서운 것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괴기스럽게도 하고 때로는 신비스럽게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