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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한 서점이 있다.
[사치코 서점]은 그랬다. 서점이 사건을 만들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서점을 오가며 사건에 휩싸였다. 서점이 사건을 불러오는 것인지, 아니면 사건에 휩싸일 사람들을 불러 들이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수국이 필 무렵]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유부녀 히사코와 "나"가 도망치듯 떠난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동네에 사치코 서점이라는 서점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 앞 라면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아주 잠시 오인 받았던 추억을 "나"는 회상한다...
[여름의 낙서]는 어느 해 여름,데려다 키운 형이 사라지면서 병약하던 소년 "나"가 형을 그리워하는 추억이 담겨 있다. 이 역시 사치코 서점 근처에서 일어나던 일이었다.
[사랑의 책갈피]는 구니코의 "환상여행"적 체험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이미 죽은지 오래된 책의 저자와 교감하며 마치 영화 동감에서처럼 시대와 죽음을 넘나드는 메모를 전달하게 되는 사연이 담겨져 있다.
[여자의 마음]에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마사오의 가족에 대한 이상한 일들을 하츠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단편이다. 슬프고 가련한 여자의 마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빛나는 고양이]에서는 가난한 "나"에게 매일 찾아오던 고양이 차타로에 관한 이야기다. 하얀 호랑이 같았던 차타로는 만화가를 꿈꾸던 가난한 예술가에겐 영혼의 안식처 같은 존재였고 늘 들리던 헌책방 사치코 서점의 주인 역시 그 당시의 위로였다고 훗날 만화가가 된 가난했던 "나"는 회상하고 있다.
[따오기의 징조]와 [마른 잎 천사]에서도 각각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상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회상하며 이야기 사이사이에 함께 떠올려지는 사치코 서점에 대해서도 회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치고 서점은 사건의 주무대도 아니고 이끌어가는 중심추적인 공간도 아니지만 그들은 추억과 서점을 하나로 뭉쳐 기억해내고 있다.
공포스럽지도 않고 몽환적인 환상도 없지만 약간 기묘한 사건들을 가지고 일상을 비틀어 놓은 소설이 슈카와 미나토 스러웠다. 몇몇 작품들에서 보여준 그 기묘함이 [사치코 서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