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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평점 :
30대의 여자와 40대의 남자는 결혼을 하며 장장 400여일동안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으로.
무모해보이지만 누구나 가슴 속에 품어봤을 열망이었을 것이기에 나는 그들의 그 자유로운 영혼이 참으로 부럽다. 물론 어딘가에 발목잡혀 있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넉넉해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웨딩 촬영, 예단, 폐백, 혼수, 커플링 하나 없이 몽땅 올인 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양가 부모님
역시 등 두드려 주셨다니...이쯤되면 그들의 여행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의해 돈이 아니라 꿈을 선택했던 그들 부부는 총
414일간 3대륙 21개국을 돌면서 중남미(222일), 유럽(96일), 북미(96일)등을 돌아 좁고 좁은 이 한반도로 회귀했다. 때로는 대중
교통을 타며 걷기도 하다가 렌터카를 타고 멀리 이동하기도 했으며 캠핑카를 이용하기도 했다니 그 추억만해도 평생 울궈먹어도 될 양이 아닐까
싶어진다.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다녀온 곳을...그것도 여행서적에서는 찾기 힘든 정말 발품 팔아야만 볼 수 있는 멋진
광경들을 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알려주는 비밀의 장소,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끄는 여행은 그
구경만으로도 두 눈을 건강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더할나위 없었다.
누군가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는 어떤 이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어떤 이를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 P 65 -
포르투갈의 베나길은 정말이지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장소였는데, 심플하게 바위와 하늘 그리고 밀물처럼 오가는 썰물처럼 오가는 바다만이 오롯이 찍혀 그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다행스럽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서 사람들의 오염을 피할 수 있었던 이 멋진 곳. 두고두고 이
모습을 간직할 수 있기를...오스트리아 할슈타트는 또 어떠한가 인공의 인위적은 느낌은 전혀 없고 마치 동화 속에 한 발자국 디딘것처럼 앙증맞고
싱싱한 마을이 바로 그 곳. 정말 이런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며칠 지내다 오는 여행이 힐링 그 자체가 아닐까.
또 마르세유 국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의 그 창.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질 지경이라는 그 건물 외벽을 감싼 그물 모양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 안에서 일렁이는 바다를 원없이 구경해 보고 싶어졌다.
사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열망을 다 채워내기엔. 그래서 이 세곳은 정말 꼭 한번 내 발품 팔아서 가보고 싶어진 곳들이었다.
사는 게 힘들 때면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나 힘들고 지치면 곁에 있는 남편도,
부모님도, 친구도 다 소용이 없다
- P 238 -
나는 도심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이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려야 하고 큰 창 아래로 야경을 바라볼 수 있어야 숨이 쉬어진다. 가끔 시골의 전원 생활을 동경해보지만 얼마 안 있어 짐을 꾸릴 것이 뻔한
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바로 5분 거리에 도서관, 극장, 마트들이 줄지어 있어 금방금방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 편리함을
버리지 못할 것을 잘 안다. 그렇게 태어나 자랐고 그 익숙함을 던질만큼 용기를 내지도 못한다. 그런 내가 이 책 속에서 눈에 담은 지역들은
도심이 아니었다. 사람조차 안찍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들. 동경이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던 그 모습들.
어쩌면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휴식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자에게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라고 했던가. 그 멈추어진 시간 속에서 그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해와다고 했다.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다던 신기한 부부. 그들은 여행 속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아 보였다. 진정 부러운 것은 이들같은 부유함일 것이다. 집 몇 평, 차 얼마짜리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팔십, 구십이 되어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기에 나는 이들의 용기가 부러우면서도 자극제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떠났다 돌아왔으면
싶어졌다. 하루하루의 행복감이 모여 굳은 날이 다가올지도 모를 내일을 버텨줄 힘을 길러줄 것을 기대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