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묘인간 : 미유와 앵두 이야기
SOON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보고 또 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다. 일부 소설이 그러하고 몇 개의 대본이 그러하며 대부분의 고양이 서적들이 내겐 그렇다. <탐묘인간>은 연재되는 동안 빠짐없이 봤으면서도 책이 출간되었을 때 되새김읽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말미에 또 꺼내 보고 있는 중이다.

오죽하면 탐묘인간을 보려고 다음 아이디를 삭제하지 못했을까. 짧은 에피소드 속에 서툴렀던 초보 집사인 내 모습과 그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을 내 고양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부끄럽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투른 나를 한없이 믿고 사랑해 준 내 고양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만들어준 교훈만화이기도 한 탐묘인간. 공감이란 거창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배어나오는 것임을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고양이를 반려하기 전에는 몰랐던 일들이 있다. 또 한 마리였을 때는 알지 못했던 일들도 생긴다. 여섯 마리를 반려하고 있는 지금, 그림처럼 고양이는 고양이들끼리 툭닥대면서도 엉덩이를 붙이고 잘지내주고 사람가족인 나는 나대로 고양이 옆에서 잘 지내고 있다. 긁어대는 녀석이 있어 가죽 쇼파는 버려졌지만 대신 두꺼운 매트리스 위에서 꼭 저 그림처럼 누워 잠드는 우리의 모습. 고양이도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같이 킥킥대며 겨울밤을 보낼텐데...아쉽다...이 점은 정말. 녀석들은 끊임없이 베고 자기만 한다. 이 좋은 책을......!

 

고양이의 뒷모습은 많은 생각을 낳는다. 그 뒤통수가 너무나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너무나 아련해서 품어주고 싶을 때도 있다. 구조 전 나랑이의 뒤통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들더니,  요즘 녀석의 오동통한 뒤통수는 보물찾기처럼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림 한 장을 두고도 쉽게 넘기지 못해 페이지는 STOP상태. 그래서 <탐묘인간>을 읽을 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양이도 삐진다는 걸 집사가 되고서야 알았다. 삐지면 나오는 행동들도 다 다르다. 그런데 알면서도 슬쩍 모른척을 하면 왜 안달래주냐고 냥냥댄다. 사실 알고 있었는데......! '미유'와 '앵두'의 집사인 저자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인 듯. 얼마나 고양이들과의 삶을 잘 녹여냈는지 마치 내 맘속에 쏘옥 들어갔다가 나온 것만 같다. 그래서 일년에도 몇 차례 다시 열어보게 되나보다.

 고양이만큼 중독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물론 강아지를 반려하는 사람에겐 강아지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여행이, 메이크업에 취미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화장품과 그 도구들이 중독성 강하다고 말할테지만 내게 고양이는 커피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존재다. 늘 곁에 있어서 일상이 된 '책'과 달리 어른이 되어서야 스스로에게 허락한 '커피'는 순식간에 삶을 잠식해 버렸고 끊어보려 했으나 오히려 건강을 더 헤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포기! 공생의 관계를 택했는데 그 커피 만큼이나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고양이'다. 가족이므로.

만화가의 고양이는 여전히 둘 뿐일까. 탐묘인간은 종료되었지만 그 재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