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파계재판>>이라는 묵직한 제목이 전하는 무게는 대단했다. 독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와 달리 극찬의 리뷰들이 많아 꼭 읽고 싶었던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소설에는 탐정 대신 신문사 법정 기자와 변호사 햐쿠타니가 등장한다. 다소 케케묵은 구석이 있지만 강직한 변호사인 햐쿠타니 요시로의 아들이자 유명한 투자 상담사의 딸인 금손 아내를 둔 변호사 햐쿠타니는 금전적인 제약없이 재판에 임하는 제법 운 좋은 남자였다. 그런 그의 앞에 무라타 가즈히코가 나타났다. 한때 배우였으며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그 남편을 죽이고 그 여자마저 죽였다는 죄목으로 공판이 시작된 것은 1960년 6월 15일이었다.

살인과 사체유기 중 일부만 시인하고 있는 피고에게 일본의 '감사동일체'라는 제도는 약일까? 독일까? 법정 드라마를 몇 편 봤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법에 능통할 리 없다. 국맨 대다수를 뒷목잡게 만든 최순실의 법정 소식과 전직 대통령의 구속, 특검의 활약을 그 어느때보다 유심히 보고 들었지만 여전히 법은 도통 모르쇠 투성이다. 우리의 법도 그러한데 하물며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법이 쉽게 다가올 리 없다. 하지만 소설은 검사동일체라는 어려울 수도 있는 제도를 '모든 검사는 그 공직 수행에 관한 한 한 사람의 인격과 동등하다'는 한 줄로 쉽게 요약해놓았다. 개념은 어렵지 않았다. 수사 도중 검사게 교체 되어도 그 입장은 동일하다는 의미이므로.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검사의 최종구형은 '사형'이었다. 변호사의 최종변론이 남아 있긴 했지만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답답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다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웠으나 글이 이끄는대로 잘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검사의 구형은 마치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놓은 심정과 같았기 때문이다.

'사형'이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판결날 때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단 <파계재판>은 한 번 읽고서는 완전히 읽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그 결말을 알고 있지만 앞으로 두 세번, 특히 판결 직전은 반복해서 유심히 읽고 또 읽어볼 작정이다. 너무 시간에 쫓겨서 읽다보니 필름이 뚝뚝 끊어진 영화를 본 것처럼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전에 좀 더 긴 여유시간을 두고 이 소설을 찬찬히 다시 읽을 계획이다. 여전히 한 사람의 인생을 판결하기에 인간은 부족함이 많아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기준이 정의로운 법이라면 모두 앞에 평등하다는 전제하에 좀 더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러주길 바라는 마음도 또한 한 켠에 새겨두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행복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그런 열등감은 도저히 이해 못할지도 모릅니다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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