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골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 컨추리 라이프
우연수집가 글.사진 / 미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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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김포크다. 크게 웃음이 터졌다. 이런 유머 오랜만인듯 해서. 삶에 웃을 여유가 스며든 사람을 참 오랜만에 만나본다. 모두 저마다의 스트레스에 눌려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듯 하지만 결국 같은 시간, 같은 해를 살아도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분명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


도시에서 살던 저자가 도심인근이라고는 하지만 풀, 벌레, 자급자족의 텃밭을 일굴 수 있는 시골로 귀촌해서 사는 삶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리 필 겨를 없이 농사에 목매는 삶이 아니라 자유로운 예술가로서의 삶이 포함되어져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일상에 깃든 낭만이 독자인 나의 마음까지 푸르름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새벽 3시 30에 일어나 마을버스를 타고 몇 번을 환승해서 회사로 달려가던 빡빡한 서울의 삶에서 벗어나 꽤 시골스러운 지역으로 들어온지 몇 년. 분명 나름의 목적도 있었고 해야할 일감들을 싸들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었다. 너무 웃음이 많아서 친구들이 웃음 때문에 넘쳐나는가 보다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느새 웃음이 사라진 내 얼굴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숨통이 트이는 곳에서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행을 택했는데 저자가 어느 페이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주의 성향이었던 내게 시골의 삶 또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포기할 건 포기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나니 나름의 이력이 생겨 살만해졌다.

도시인들의 머릿 속 전원 생활은 '여행'과 같아서 '삶의 현장"에서의 시골삶과는 어느 정도 간극이 존재한다. 인정해야만 살아간 수 있다. 김포의 마당 있는 집으로 용감하게 향한 저자는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샬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듣기도 했고, 직접 키운 쌈채소로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마당에서 하기도 했고, '복숭이'라고 불렀던 예쁜 아기 고양이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여자도 아닌 남자의 삶을 엿보면서 이렇게 두근거릴 수 있다니...! 참 예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운동화를 비롯한 신발 여러 켤레를 주욱 꺼내놓고 세탁하는 남자의 손. 도심에서라면 그냥 운동화 세탁소에 맡기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그 뒷모습이 익숙할텐데...낯설지만 희망차 보였다. 자두잼을 만드는가 하면 동네 개들을 쓰다듬기도 했고, 농사도 짓고 가게도 운영하면서 전시회도 하고....전혀 심심할 틈이 없었다. 베짱이처럼 즐겁게 노래하며 사는 듯 하지만 그가 아직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 와중에 틈틈이 에세이까지 쓰고 있단다.

 

 일 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살면서도 일주일 단위, 한 달 단위, 일년 단위로 해 내는 일들의 수확이 제법 알차다. 그 와중에 웃음과 여유까지 스며있다. 그래서 이 남자의 오늘이 참 탐난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는데 나는 이미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졌다' 항복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역마살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지만 저자에 비하면 명함을 꺼내지도 못할 정도다.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을 예술화하기'라는 모토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는 2년 이상 같은 곳에 살지 않는 이사중독자인 동시에 2년 이상 같은 직업을 같거나 같은 장소에서 일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란다. 이 무슨 요상한 결심인지. 바꾸어 말하면 그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장인이나 달인으로 거듭나기 보다 고이지 않는 물처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형인가보다. 여행하듯 일상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같아서 반가웠던 저자의 책<도시골 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컨추리 라이프>는 금새 읽고 술술 서평이 써졌다.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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