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3 : 김영현.박상연 대본집
김영현.박상연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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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입장에서 드라마 대본은 또 하나의 읽을거리임으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읽는 족족 영상이 그려지는 뛰어난 대본은 특히. 그런데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대본은 거기에 재미 하나를 더 더한다. '쎈 갈등, 허를 찌르는 반전, 인물에 대한 이해도'.

 

한글을 왜 반대하는가? 너무 쉬워서? 중국이 눈치 줄까봐? 자신들의 권력을 나눔하게 될까봐?
예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들의 욕심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선의 건국 기틀을 수립한 정도전의 후예들은 왜 모든 백성을 깨우칠 수 있는 글자를 막고자 했던 것일까.

원작소설에서는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에 촛점이 양분되어 그 고민의 시간이 짧았다면 드라마는 처음부터 화두처럼 던져두고 마지막회까지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가볍게 볼 수 없어 좋았던 드라마였다. 내게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는.

 작가의 호기심은 팽팽하게 대적하는 두 인물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 어린 시절 정기준과 마주하고 마음 속에 열등감을 키워온 이도는 40대의 왕이 될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극복하려 노력했고. 가문이 폭삭 망해버려 신분까지 숨겨야했던 정기준은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이 최선인 삶을 살아왔다. 동갑내기 두 남자의 삶은 180도 달랐다. 이도의 사람들을 지지해야 마땅하겠지만 정기준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되어 대본을 읽으면서 그 누구의 편도 될 수 없었다.

 

역사물, 한글창제 스토리, 연쇄살인의 풀이가 다가 아니었다. 박상연 작가가 밝힌 것 처럼 <뿌리 깊은 나무>는 '세상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찾아보면 한글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영상화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된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게 최강 콤비작가의 필력까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바람의 화원>을 만들었던 김태유 피디의 훌륭한 연출 역시 더해져 삼박자를 두루 갖출 수 있었고.

 이런 드라마를 자료화면이 아닌 본방사수로 볼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었다. 2011년의 가을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에 설레하며 tv채널을 고정했던 행복한 계절이었다. 요즘도 재미난 드라마들이 있다. 잘 만들어졌거나 색다른 재미를 주는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뿌리 깊은 나무>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를 꼽으라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도 손가락이 남는다.

 

단순한 원작의 각색이 아닌 얼마나 치열하게 조사하고 고민하고 캐릭터를 입체화 시키면서 매회 치열하게 써내렸는지 궁금하다면 <뿌리 깊은 나무>_작가판 대본집 3권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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