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2 : 김영현.박상연 대본집
김영현.박상연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서 여주인공 강민주가 말했다.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민주의 말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공동집필한 <뿌리 깊은 나무>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책임지려는 성실한 인물들만 나오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그 무게감을 뿌리치며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다.

 

작가판 대본집 2권에는 9부부터 16부까지의 씬이 실려 있다. 겨우 12세의 어린 나이로 '기축초동요사'라는 사건을 일으킨 정기준, 신분을 바꿔 겸사복이 된 채윤, 어린 시절 행한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자 말문을 닫아버린 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성격 급하고 걸쭉하게 욕도 내뱉을 줄 아는 임금으로 그려진 세종대왕, 가장 놀라운 반전이었던 만능 백정 가리온, 간사한 재상 이신적, 한글 창제를 함께 한 궁녀들과 집현전 학자들 그 외 많은 인물들...단 한 줄로 끝나는 사람은 없었다. 인물에 대한 그간의 고찰의 시간이 얼마나 숙성되어있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이도(세종)는 자신의 일을 즐기던 열정의 군주가 아니라 물 밑과 그 위의 모습이 다른 백조처럼 평온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지옥 속을 오가던 인물이었다.

 

 

 

위대해지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님을 일깨워준 아버지
천재가 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사대부
왕의 의무를 이행하는 정도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욕망을 가진 백성

 

 

그 어느때보다 태평성대라고 여겨지던 세종치하에서 정작 왕은 맘편히 지낼 수 없었다니.....!!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던 그에 대한 부러움이 싹 걷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겠다.

 

사진이 첨부된 작가들이 꼽은 명장면 베스트 7을 보면서는 잠시 드라마를 떠올려보기도 했고 그 분위기와 배우들의 대사들과 매칭시켜 보기도 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이렇게 좋다. 이 대본.

 

 

다만 멋진 원작, 아름다운 대본이긴 하지만 그 옛날 김영현 작가가 썼던 <대장금>과 비교하자면 역시 <대장금>쪽이 훨씬 재미있다. <뿌리 깊은 나무>쪽이 훨씬 뒤에 쓰여진 대본이라 더 잘 계산되어졌고 매끄럽게 쓰여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대장금>의 대본은 역대 최고이므로. <프라하의 연인>이 재미있게 술술 읽혀지는 쪽이었다면 <대장금>은 그 방대한 두께를 잊게 만들면서 무섭게 몰입하여 읽게 만든 대본이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며칠이 훌쩍 지나있었고 추후 케이블에서 재방송 될때 맞추어 대본을 꺼내들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준 첫번째 드라마이기도 했으므로.

 

 

본방사수하고 있는 <w>의 대본이 공개된 오늘, 그 대본을 다운 받아두면서 다시 <뿌리 깊은 나무>를 꺼내 든 것은 감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3권까지 마저 읽고 <w>의 대본 읽기를 시작하려한다. 분명 너무 재미있을테니 연휴 내내 옆구리에 끼고 반복 읽기를 해야지!!!

 

<w> 대본을 다 읽고나면 <뿌리 깊은 나무>를 다시 꺼내 읽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너무 좋은 사람은 자주 만나고 싶어지듯 글도 그러하므로. 자꾸 펼쳐보고 싶다. <뿌리 깊은 나무>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너덜너덜해진 <대장금>도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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