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곳
김재이 지음 / 부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생의 한토막쯤은 제주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택배도 비싸고 운전해서 쭈욱 가다보면 똑 떨어지는 육지와 단절된 섬 중 하나이며 관광지라 낯설 사람 버글버글할 것이 뻔하고, 비싸고, 텃세도 있을 것 같은 제주 땅. 이 모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생의 2~3년 쯤은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 곳에서 조용히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서 제주에 관한 책들은 출간 될때마다 여행서이든 이주서적이든 가리지 않고 탐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꿈꾸고 있으므로...

 

몇 년 전인가. 도시의 삶을 접고 제주로 내려가 적게 벌고 여유롭게 사는 삶을 택한 젊은 부부가 등장하는 짧은 다큐 3부작을 본 적이 있다. 감동이었다. 때로는 이야기가 아닌 삶이 감동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다큐여서 챙겨보곤 했는데, 유독 제주로 내려간 부부의 일상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후로도 오랬동안. 그들은 잘 살고 있을까.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에 등장하는 부부 역시 이들과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서울 토박이. 도심에서의 빡빡한 삶. 열심히 살았지만 그만 지쳐버린 부부. 그리고 이들은 제주로 향했다.

p32  제주살이 매일 같은 날 없더라

강원도를 향했던 발걸음을 제주로 옮겼으나 섬은 부부를 평탄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40년의 세월을 버텨낸 낡은 건물은 화장실조차 없었고 공사팀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날씨까지 얄궂어 고생고생했던 부부를 건져낸 건 '사람'이었다. 뭍에서 와준 남편의 건축학교 동기들 그리고 입만 걸하지 마음 따뜻한 옆집 할망.

 

점점 제주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정겨운 이웃들도 많아지고 돈가스 가게도 자리잡혀가고...오후 4시 이후 개인시간도 가지면서 도시에서라면 결코 가지지 못했을 생의 여유로움을 누리며 경쟁없이 살아가는 삶. 부러웠다. '탈서울'한 부부의 삶은.

하지만 좋은 이면에는 작은 슬픔들도 찾아왔는데, 제주로 함께 왔던 반려견 중 한 마리가 생을 다해 꽃무덤 아래 누웠고, 밥챙기며 정주었던 길냥이 방울이도 고양이별로 떠났다. 첫 이웃이었던 옆집 할망도 연로해진 몸을 딸네 집에 의탁하면서 거리상 멀어지게 되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이야기는 욕심을 좀 많이 덜어내면 덜 바쁘게 살면서 행복을 야무지게 챙길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전달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걸쳐둘 수 있었나보다. 책을 읽기 이전보다 더 가고 싶어졌다. 제주.

아, 딱 2년만 있다가 올까? 그러다가 2년이 5년이 되고 5년이 10년이 되어도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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